세계 3대 공룡화석지 고성과 최대 익룡화석지 해남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고성 상족암 바닷가 공룡발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1미터 정도의 깃털 달린 공룡이었다. 대부분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랴오닝성에서 발견된 백악기 초기(약 1억 4천만년 전)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은 덩치가 작고 옆구리에는 깃털 흔적까지 있어 덩치 큰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폭군 도마뱀이란 뜻)가 소형 깃털 공룡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또 티라노의 조상이 아시아에 있었다는 반증이며, 현생의 새들이 공룡을 포함한 파충류에서 진화했다는 학계의 통설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초기의 깃털 공룡이나 익룡은 지금의 새처럼 자유롭게 날갯짓을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과거 학자들은 익룡이 지상을 달리다가 뛰어올랐다는 ‘그라운드업’ 이론을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나무에 올라가 날다람쥐나 행글라이더처럼 기류나 바람을 이용해 활공을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근거로 공룡학자인 이융남 박사는 깃털 공룡의 깃털이 다리에도 있었다는 증거를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으로 볼 때, 이러한 익룡은 우리나라에 폭넓게 분포한 것으로 보인다. 해남의 우항리 지역에서 발견된 익룡(테로닥틸로이드 종으로 추정)의 발자국 화석만 해도 443개로 세계 최대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길이 35센티미터의 익룡 발자국도 우항리에서 발견되었다.
폭설이 내리는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 고성 공룡박물관에 버금가는 박물관이자 공룡화석지다.
해남 우항리 공룡 화석지(천연기념물 제394호)는 약 8천 3백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형성된 퇴적층으로, 443개의 익룡 발자국은 물론 용각류(네발보행 잡식성, 도마뱀형 골반), 수각류(세 발가락으로 두발보행한 육식공룡), 조각류(주로 네발보행, 뛸 때 두발보행. 조류형 골반) 등 514개의 공룡 발자국과 새발자국, 공룡뼈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이렇게 한 지층에서 다양한 익룡과 공룡, 새발자국과 공룡뼈가 함께 발견된 사례는 아직까지 세계에서도 유일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항리 공룡박물관에 전시된 비봉리 공룡알 화석.
보성의 공룡알 화석지(비봉리, 천연기념물 제418호) 또한 세계적 규모의 공룡알 둥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곳에서는 수백여 개의 공룡알과 수십여 곳의 초식공룡알 둥지가 발견되었으며, 최근에는 하드로사우루스(오리주둥이공룡, 백악기 말인 8300만년 전 것으로 추정)의 새끼공룡뼈 화석이 발굴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공룡뼈 화석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현재 50% 정도 발굴이 진행된 상태이다. 공룡뼈 화석의 발굴은 암석에 박힌 뼈 화석을 손상 없이 떼어내야 하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견갑골(팔과 몸체의 연결부)을 떼어내는 데만도 1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은 일반인이 비봉리 공룡알 화석지를 출입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는 역시 경남 고성 덕명리의 공룡 및 새발자국 화석지(천연기념물 제411호)가 손꼽힌다. 약 1억년 전에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 지층인 이 곳의 화석지에서는 약 2천여 개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으며, 미국의 콜로라도와 아르헨티나의 서부해안과 더불어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인정받고 있다. 이른바 ‘백악기 공원’인 셈인데, 공룡 발자국은 해안 경치가 빼어난 상족암을 비롯해 제전마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청소년수련관에서 해안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상족암이고, 왼쪽으로 가면 제전마을이다.
고성 공룡박물관 앞에 전시된 공룡 모형.
제전마을 가는 길에 우뚝 솟은 촛대바위 앞에는 오랜 옛날 공룡들이 걷고 뛰어다니던 공란층도 볼 수가 있다. 공란층이란 걷고 뛰어다니던 공룡들에 의해 층리구조가 마치 엠보싱 화장지 표면처럼 교란된 지층을 일컫는데, 일명 ‘공룡들의 무도회장’으로 불린다. 고성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조각류, 용각류, 수각류를 포함해 모두 12종이 발견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각류인 이구아노돈(이구아나의 이빨이란 뜻)과 용각류인 브라키오사우루스(팔 도마뱀이란 뜻)이다. 이구아노돈은 전기 백악기를 대표하는 초식공룡으로 보폭과 발자국으로 추정한 속도는 시속 4킬로미터, 키는 10미터, 두발과 네발로 병행 보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성에 집단 서식했던 브라키오사우르스를 실제 크기(높이 24미터, 길이 34미터)로 만든 철재 모형탑과 공룡의 몸을 상징화한 공룡박물관.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브라키오는 네발로 걷던 초식공룡으로 키가 약 25미터, 몸무게가 80톤에 이르렀다고 하며, 기린 같은 긴 목(약 16미터)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높은 가지의 나뭇잎을 먹고 살았다. 이융남 박사에 따르면 브라키오는 그 울음소리가 낮은 저음의 오보에 같은 소리를 내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그와 같은 모형 실험결과가 나와 있다고 한다. 참고로 영화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들의 울음소리는 모두 허구에 불과하다. 다만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시킨 공룡들의 외모만은 아주 사실적이라는 게 이융남 박사의 견해다.
고성에 이렇게 많은 공룡 발자국이 산출된 데에는 이 곳이 백악기 때만 해도 공룡들이 살기 좋은 호숫가나 강가였고, 땅도 진흙 형태의 퇴적지였기 때문이다. 이 곳의 퇴적지는 1억 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면서 열과 압력, 계속된 퇴적으로 인해 암석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당시의 고성 지역이 열대나 아열대의 기후에 건조한 환경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종들이 이 곳 발자국의 주인이라는 근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학술적 가치를 지닌 고성의 공룡화석지는 요즘 조금씩 몸살을 앓고 있다. 파도에 의한 박리현상과 풍화작용, 무분별한 탐방객들의 손길에 의한 훼손이 계속되고 있으며, 바닷물에 잠기는 부분은 홍합과 따개비 등 패류가 달라붙어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공룡발자국에 의해 층리 구조가 마치 엠보싱 화장지 표면처럼 교란된 지층. 이것을 공란층이라고 하며, 일명 '공룡들의 무도회장'이라 불린다.
백악기 공룡의 천국이었던 한반도에서도 그 중심에 서 있었던 고성. 이 곳에는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라는 명성을 알리고, 좀더 폭넓게 공룡에 대한 화석과 생태탐험을 할 수 있도록 지난 2년 전 공룡박물관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박물관 입구에는 그 옛날 고성에 집단 서식했던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실제 크기만큼 형상화한 높이 24미터, 길이 34미터의 철재 모형탑이 눈길을 끈다. 공룡박물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클라멜리사우루스와 모놀로포사우루스 전신골격 모형이 지하로부터 우뚝 솟아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인 박물관은 모두 다섯 개의 전시실과 영상실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는 공룡발자국 화석 재현은 물론 진품 프로토게라톱스(최초의 뿔공룡, 백악기) 전신골격 2점과 진품 오비랩터(알도둑, 백악기) 전신골격 2점, 진품 오비랩터 알둥지 1점, 진품 수각류 알둥지 1점, 진품 용각류 알둥지 1점을 비롯해 공룡전신골격 복제품 10점, 익룡골격 3점, 부조화석 13점, 일반화석 55점 등 총 96점의 전시품과 디노랜드, 테마랜드, 게임랜드, 화석 비교체험, 백악기 공룡공원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더불어 박물관 내에서는 공룡멸종설을 비롯한 다양한 공룡 이야기와 정보도 만나볼 수가 있다.
세계 3대 공룡화석지로 손꼽히는 경남 고성의 상족암 바닷가.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공룡 화석지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려진 공룡 화석지만도 해남과 보성, 고성 이외에 경기 시화호, 여수 사도, 사천 비토섬을 비롯해 남해, 울주, 창녕, 거제, 양산, 의령, 진주, 통영, 함안, 의성, 영천, 청송, 경주, 영동, 화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바위에 찍힌 공룡 발자국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발자국이야말로 공룡의 생태를 연구하는 키워드나 다름없다. 발자국과 발크기만으로도 공룡의 몸무게와 키(가령 발자국의 4~5배가 골반까지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으며, 속도와 무리이동, 사냥전술, 당시의 환경 등 상당 부분의 생태정보를 얻어낼 수가 있다.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학자들 몫이겠지만, 그것을 오롯이 지켜내고 아끼는 일은 이제 우리들 몫이다.
= 글/사진: 이용한 http://blog.daum.net/binkond
<공룡상식>
* 공룡이란?
공룡(dinosaurus)이란 말은 1841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웬이 새로운 화석 파충류에 붙인 이름이다. ‘dino'는 ‘무서운’이란 뜻이며, ‘saurus'는 ‘도마뱀’이란 뜻으로, 합치면 ‘무서운 도마뱀’이 된다. 한편 한자로서의 공룡(恐龍)은 ‘무서운 용’이란 뜻을 지니는데, 이름에서도 공룡에 대한 동서양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 티라노사우루스는 느림보였다
과거 공룡학자들 사이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시속 7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렸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발자국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는 티라노가 시속 20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했을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종종걸음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지프를 따라잡고, 사람이 뛰는(사람은 시속 30킬로미터 정도로 달린다) 것보다 훨씬 앞질러가는 티라노의 표현은 옳지 않다. 공룡학자 이융남 박사에 따르면 티라노가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려면 타조같은 날렵한 몸이어야 가능하고, 머리가 상당히 컸던 티라노가 그렇게 빨리 달리면 밸런스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발자국으로 밝혀진 공룡의 속도는 티라노 15~20킬로미터, 브라키오 4~6킬로미터, 트리케라톱스 25킬로미터, 갈리미무스 45~60킬로미터, 이구아노돈 4킬로미터이다.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에 전시된 공룡뼈 화석.
* 공룡뼈 화석의 가격은?
티라노의 뼈화석은 현재까지 완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은 없다. 다만 미국에서 85퍼센트 정도가 보존된 티라노의 뼈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으며, 당시 경매가는 약 100억원에 낙찰되었다. 반면 초식공룡인 프시타코사우루스의 경우에는 흔하게 발견되는 종이므로 경매가가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참고로 현재 고성공룡박물관에 있는 진품 오비랩터와 프로토케라톱스 뼈화석의 가격은 관계자의 말을 빌면 아파트 한채 값(?) 정도라고 한다.
* 공룡멸종설
공룡 멸종설에는 운석충돌설, 해수면저하설, 기후변동설, 유전적인 문제, 화산폭발설, 소행성충돌설, 알도난설, 종합설 등 다양한 주장이 나와 있다. 이중 유력한 학설은 운석충돌설로 많은 학자들이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 지층에서 ‘이리듐’이 높게 포함된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융남 박사에 따르면 10킬로미터 지름의 운석의 파괴능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1억 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공룡멸종이 여러 환경변화의 결과라는 종합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운석충돌과 화산폭발로 인해 날씨가 추워지고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이다.
* 공룡의 복제는 가능한가?
결론은 가능하지 않다. 영화 ‘쥐라기공원’에 보면 곤충의 피를 빨아먹은 호박 속의 흡혈곤충화석으로부터 DNA를 분리해 공룡을 복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설령 DNA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할지라도 그것으로 공룡을 만들어내는 것은 미래에도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항리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공룡 발자국 화석.
* 가장 큰 공룡은?
지금까지 알려진 공룡 가운데 가장 큰 공룡은 쥐라기 후기에 존재했던 세이스모사우루스(긴막대도마뱀)로, 그 크기가 무려 39~52미터에 이르렀다. 아마도 녀석이 걸을 때마다 지진이 일어나듯 땅이 흔들렸을 것이다. 반면 가장 작은 공룡 중 하나로 꼽히는 사우로르니토레스테스(백악기 후기, 새를 닮음)는 크기가 90센티미터, 콤프소그나투스(예쁜 턱, 쥐라기 후기)는 1미터 남짓이었다고 한다. 추정컨대 이들의 새끼는 기껏해야 닭만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정보>
고성 덕명리 공룡화석지에 가려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사천 인터체인지로 나와서 3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사천에서 58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상족암군립공원이다. 해남 우항리에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가서 2호선을 타고 가다 산이면 쪽으로 이어진 지방도로 갈아탄 뒤, 다시 우항리 쪽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문의: 고성공룡박물관 055-670-2825, 832-9021, 고성군 문화관광과 055-670-2271~6, 해남군청 061-530-5325, 우항리 자연사유적지 061-532-7225. 기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276-6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