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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스크루지
해마다 12월 6일은 니콜라우스(Nikolaus) 축일이다. 주후 4세기 인물로 소아시아 서부 항구도시 파트라스에서 태어나, 미라(Myra)의 주교로서 어린이와 뱃사람 그리고 불우한 사람의 수호성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탄 전야에 찾아오는 산타클로스(Santa Claus)와 동일인물로 원래 니콜라우스란 이름이 와전된 것이다.
현재 뉴욕으로 불리는 뉴암스테르담에 정착한 네덜란드 출신 청교도들은 니콜라우스라는 이름에 담겨있는 신비한 매력을 세계화시킨 장본인이다. 니콜라우스는 권위있는 성직자라기 보다 친근한 마술사처럼 느껴졌고, 동화라는 채색옷으로 바꿔 입었다. 19세기에 들어서 산타 클로스 이야기는 더욱 구체화되고,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북국에서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집집마다 찾아가 굴뚝을 통해 선물을 주는 흰 수염에 빨간 모자와 옷을 입은 할아버지’로 세계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미 어른이 된 부모 세대는 산타 클로스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부모가 되어서 스스로 산타 노릇을 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자녀들도 동심 가운데 산타를 믿어주길 기대한다. 간밤에 긴 양말을 문간에 걸어둔 아이들은 초조하기 짝이 없다. 일찌감치 미리 선물목록을 작성하여 써 붙여두긴 했으나, 착한 일을 한 적이 별로 없는 아이들은 더욱 불안하다. 니콜라우스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만, 말썽꾸러기에게는 니콜라우스의 종 루프레히트(Ruprecht)가 찾아와 매를 때린다는 전설도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동화 ‘페드로 엘 네그로’란 이야기도 흥미롭다. ‘검은 피터’란 뜻인데, 흑인 페드로는 산타 클로스의 조수이다. 놀라운 것은 산타 클로스보다 산타의 조수 페드로가 더 인기가 많다는 점이다. 산타는 착한 아이들을 찾아다니느라 너무 일정이 바쁘다. 그래서 조수 페드로에게 나쁜 어린이들 이름이 적힌 명단를 주고 밤마다 찾아 보게 하였다.
페드로는 그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여전히 나쁜 짓을 하거나, 기도를 하지 않으면 작은 당나귀 인형을 창문에 두고 갔다. 그런 후에도 계속 말썽을 피우면 페드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다시는 그 얘들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평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성탄의 교훈이다.
물론 성탄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는 1966년 닥터 수스의 그림책으로, 2018년에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개봉하였다. 모두가 행복한 성탄을 참을 수 없는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훔치기 위해 산타로 변장한다. 그린치는 만능집사 맥스, 덩치만 큰 소심한 루돌프 프레드와 함께 크리스마스 훔치기 작전을 전개한다. 물론 결론은 어릴적 상처를 치유한다는 해피 엔딩이다.
성탄절을 거부한 사람은 또 있다. 성탄 시즌이면 늘 되풀이되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로, 구두쇠의 대명사 스크루지 영감이 유명한 주연이다. 스쿠루지 영감은 산타 클로스 영감과는 정반대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스크루’(screw)는 구두쇠란 뜻이다.
에비니즈 스크루지는 부자이나, 지독하게 인색한 인물이었다. 성탄 전날 밤 스크루지는 동업자였던 죽은 말레이를 만난 후, 유령에게 이끌려 차례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찾아 다녔다. 그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악몽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그가 맞은 성탄 아침은 전혀 다른 새 날이었다. 이제 스크루지는 비서인 봅이나 조카인 프레드에게는 물론, 가난한 사람들과 진정으로 기쁨과 선물을 나눈다. 전혀 딴 사람이 된 것이다.
사실 나눔의 상징인 산타 니콜라우스 영감은 고작해야 겨우 1년에 한 번 선물을 준다. 그는 성탄절이라고 법석을 떠는 사람들의 즐거움 속에 잠깐 머물러 있다가 떠나곤 한다. 그러나 변화된 구두쇠 영감 산타 스크루지는 365일 날마다 이웃에게 성탄절을 연출한다. 그의 인생은 하나님과 관계의 창문을 활짝 연 진정한 성탄절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