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에서 바라본 안개 낀 서울
2013년 11월 16일, 짙은 안개가 낀 아침 서울 삼성동 아파트에 헬리콥터가 부딪쳤다. 다행히 주민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헬기의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아파트가 부서지고 헬기는 잔해만 남았다. 안개는 육지에서는 자동차의 안전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항공기의 운행이나 이착륙 및 선박의 안전운행에는 더 큰 영향을 준다. 항공기의 경우 짧은 시간에 고속으로 이동하거나 이착륙을 하기 때문에 안개로 인한 사고는 치명적이다. 선박의 경우에도 자동차에 비해 물건이나 사람을 대량으로 싣기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는 엄청 커진다.
안개로 인한 항공기 사고
세계 최악의 항공기사고 -테네리프 충돌사고
지금까지 가장 큰 인명사고를 가져왔던 항공사고가 테네리프(Tenerife) 충돌사고다. 1977년 3월27일에 스페인 카나리아군도의 테네리프 섬 로스 로데오스(Los Rodeos) 공항에서 운항승무원 상호간 그리고 관제사와의 협조 미숙으로 두 대의 항공기가 부딪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팬암(Pan Am) 항공사 소속 B747기와 KLM 소속 B747기가 활주로 상에서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KLM 탑승자 248명 전원이 사망했고, 팬암항공기 탑승자 396명중 335명이 사망했다. 탑승객 637명중 583명이 사망하는 항공사상 최악의 대형사고였다.
이 날 사고가 나게 된 경위를 살펴보자. 인근에 있는 라스팔마스(Las Palmas) 공항의 일시 폐쇄로 인해 많은 항공기가 테네리프의 로스 로데오스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라스팔마스 공항의 폐쇄조치가 해제되자 순서대로 출항하기 시작하였다. 이 때 KLM의 B-747 항공기의 뒤를 이어 팬암의 B-747 항공기가 활주할 때 바다안개(海霧)가 밀려 들어오면서 시계가 나빠졌다. 관제사는 KLM 항공기에는 주 활주로를 통해 활주로 끝에서 180도 회전한 다음 이륙대기를 지시했다. 그리고 팬암 항공기에 대해서는 주 활주로에서 C3 출구를 이용하여 이륙활주로 끝까지 가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팬암항공기는 시계가 극히 나빠 C3 출구를 지나쳐, 다음 출구인 C4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이 사이에 KLM 항공기가 이륙준비완료를 통보하자 관제탑 관제사는 이륙허가를 유보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장시간 지상대기와 비행계획시간에 쫓긴 KLM 운항승무원은 이륙허가가 나온 줄로 착각했다. 또 팬암 항공기도 이미 C3 출구로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하여 이륙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팬암 항공기는 C4출구를 미처 빠저 나가지 못한 상태였다. 이를 목격한 관계자는 이륙중단을 지시하였지만 KLM 항공기와의 무선교신이 간섭이 발생하면서 KLM항공기는 그대로 이륙을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이륙하는 KLM항공기가 팬암항공기의 우측 후미를 들이받으면서 두 비행기는 대파되었고 불에 휩싸였다. 항공기가 발명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최악의 대형사고였다. 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갑자기 밀려온 바다 안개였다. 안개가 없었다면 관제탑에서나 항공기 승무원이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기에 사고가 발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개로 시계가 가리면서 승무원, 관제사간의 정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대형사고를 부른 것이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중국항공기 사고
불타는 중국항공기의 잔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는 2002년 ‘중국항공’기의 사고였다. 4월 15일 오전 11시 45분 중국항공기가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김해공항은 짙은 안개 속에 시정 3천200m 밖에 되지 않고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오전 8시 30분부터 정원 150명 이상 보잉 737기종 이상의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항공기 사고의 주요원인으로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는 점과 함께 운항승무원들의 미숙한 조종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기장이 의도했던 착륙선회를 하지 못해 선회접근 구역을 벗어났고, 이로 인해 활주로를 시야에서 놓쳐 버렸다. 활주로를 놓쳤을 경우 항공기는 재이륙을 실시해야 하지만 사고기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결국 비행기는 비구름 속을 항행하다 공항 인근에 있는 높은 산과 충돌했다. 항공기는 세 동강이 나면서 머리 부분과 동체 일부만이 원형을 유지했을 뿐 다른 부분은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주변의 소나무 200여그루가 뿌리째 뽑혔고 항공기 잔해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지만 험한 지형 때문에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웠다. 이로 인해 한국인 136명을 포함한 승객 155명과 승무원 11명 등 166명 가운데 119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되었다. 안개로 인한 엄청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리비아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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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9년 대한항공 803편이 리비아의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추락한 장면
2 트리폴리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로 72명이 희생되었다. |
1989년 7월 2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대한항공 803편이 리비아의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추락하였다. 조사된 사고 경과는 이렇다. 대한항공의 803편은 사고 20분 전, 트리폴리 관제소로부터 시정이 800m에서 50m로 악화되어 있다는 기상정보를 제공받았다. 이에 따라 다른 항공기들은 인근 몰타 등으로 모두 회항한 상태였다. 시정이 1,600m 이상이 되어야 NDB와 육안에 의지하여 착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기 조종사들은 일단 NDB 방식으로 착륙을 강행하되, 행여나 ILS가 작동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고도 200피트까지 강하해 본 뒤 여의치 않으면 몰타로 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들은 ILS의 작동 여부와 활주로 확인 등에 신경을 쓴 나머지 계기판을 소홀히 하였으며, 정상적인 강하속도인 분당 700피트의 3배에 달하는 분당 2000피트로 급강하하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활주로에 정상적으로 착륙이 불가능함을 알고 다시 복행하려고 했으나 이미 고도를 잃어버린 후였다. 결국 그대로 지상에 충돌하여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트리폴리 국제공항의 시계는 240m의 짙은 안개였다. 결국 이 사고는 ‘안개 속에서 조종사가 무리한 착륙시도를 하다 탑승객 72명이 사망한 사고’로 기록된다.
사고의 공통점 및 대책
김해공항에서 중국항공기의 추락이나 트리폴리 공항에서 대한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한 것에는 안개가 짙게 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개로 인해 시계가 나쁘다 보니 조종사들이 시계비행으로 착륙을 시도하다 계기판 확인을 소홀히 했다. 여기에 조종사들이 비행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날씨가 나쁠 경우 계기비행절차를 준수하여야 하고 착륙불가능일 경우 다른 비행장으로 가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비행착각과 정상고도를 잃음으로 추락을 하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김해공항 사고후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가 야간이나 안개로 시정이 나쁜 경우에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북측활주로 진입경로상에 항공기유도등 설치를 완료하였다. 2008년 9월 11부터 정상운용에 들어가면서 김해공항의 안전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노력 외에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의 추락사고 후 국토해양부에서는 모든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규칙에 입각한 비행을 하도록 했다.
안개로 인한 해상선박 사고
사상 최악의 해난사고 타이타닉호 침몰
안개로 인한 해상사고로 가장 유명한 것은 타이나닉호 침몰 사건이다. 브리태니커 사전에 의하면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14일 22노트의 빠른 속도로 북대서양 유빙 사이를 헤치며 미국 뉴욕을 향해 항진하고 있었다.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출항한지 4일 째, 배가 건조된 후 첫 출항이었다. 타이타닉호는 봄에는 빙산과 충돌할 위험이 있어 주로 여름에 이용되는 거리가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타이타닉호는 4만6329톤에 배 길이만 272m, 곧바로 세우면 지상의 어느 빌딩보다도 높았고 시설도 초일류 호텔급으로 꾸며 ‘떠있는 궁전’으로 불렸다. 건조비도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4억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됐다.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타이타닉호도 안개와 빙산으로 인해 침몰하고 만다. 타이타닉호가 항해하던 해역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밤 11시45분경, 배가 뉴펀들랜드 동남쪽 640km 해상에 이르렀을 즈음, 북대서양을 떠다니는 거대한 빙산이 오른쪽 뱃전을 들이 박았다. 빙산을 탐측하는 선원이 안개가 짙게 끼어 빙산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였다. 타이타닉호는 오른쪽 앞부분 흘수선 아래로부터 찢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90m 크기의 구멍이 뚫려 3시간 만에 3950미터의 해저 속으로 가라앉았다. 새벽 4시, 부랴부랴 771명을 구조했지만 1513명이 이미 희생된 뒤였다. 사상 최악의 해난사고가 안개와 빙산으로 발생한 것이다.
한국 안개 사고 - 골든로즈 호 침몰 사건
2007년 5월 12일 오전 4시 5분 골든로즈 호가 중국 다롄항에서 충남 당진항으로 향하던 중 짙은 안개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중국 컨테이너 선인 진성호와 충돌하여 침몰했다. 안개와 어둠 속에서 순식간에 배가 침몰하여 한국 선원들이 미처 구명조끼를 입지 못해 사망자가 늘어났다. 사고 당시 해역의 파고는 1.5m였고, 해무가 짙어 가시거리는 100여 m로 앞이 안보일 정도인 상황이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되면서 총 16명이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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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다롄 컨테이너 부두에 정박 중인 진성호 |
골든로즈 호 선체수색에 투입된 중국측 바지선 |
우리나라와 중국의 당국은 사고를 조사하여 주요 책임은 진성호에 있고, 골든로즈 호는 다음의 주요한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중국 해사국은 “충돌직전 진성호는 왼쪽으로 회전하면서 피하고, 골든로즈 호는 오른쪽으로 피했는데 그 책임은 진성호가 크다”며 진성호 과실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절대 왼쪽으로 피해서는 안된다’는 국제해상충돌예방조치를 진성호가 지키지 않았고, 이런 책임이 충돌 사고의 주요 책임으로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두 선박이 모두 국제해상충돌예방 규칙에 따라 안갯속 항해시 정상적인 경계나 안전 속도를 유지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충돌위험을 정확하지 판단하지 못한데다, 신속히 피항 동작을 취하지 못했다”고 밝혀 두 선박 모두에 사고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갯속 선박 안전 대책
항공기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개는 선박안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군산해양경찰서에 조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안개로 인해 발생한 해난사고는 전체 해난사고의 1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 안개는 늦은 봄부터 여름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므로 그 시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서해와 남해의 경우 7,8월경, 바닷물의 온도가 주위보다 3도가량 떨어지는 냉수대가 발생하면 해무는 더욱 두껍게, 오랫동안 지속된다. 바다안개가 끼는 경우 가시거리 확보가 안 되기 때문에, 레이더가 없는 조그만 선박들은 충돌의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해경에서는 안개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섯 가지 지침을 홍보하고 있다. 첫째.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라는 것이다. 셋째, 빠른 시간 안에 피항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넷째는 무중신호(霧中信號, 기적이나 종 따위로 소리를 내는 것)를 울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상정보를 잘 얻으라는 것이다.
해경은 안개로 인한 해양사고 원인 분석 결과 저시정 등 기상 불량시 운항자들의 안전의식 불감증과 안개 발생지역의 기상 정보 부실 등이 주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운항자들의 안전의식 제고와 더 다양한 기상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글
- 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 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연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 등
출처: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