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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3
S#1. 궐 밖 / 밤
홍도, 변함없이 같은 자세로 무릎 꿇고 있고, 금군 두 명 양쪽에 화로를 놓고 궐문을 지키고 있다.
궐 밖을 나오는 조영승, 김귀주, 벽파들... 홍도를 그냥 지나치려다,
맨 앞에 조영승 걸음 멈추자 모두 서고,
조영승 : 이렇게 흉한 꼴로 주상전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연유가 무엇인가?
홍도 : (대꾸하지 않고)
조영승 : 뻔뻔한 사람 같으니, 썩 물러가거라.
홍도 : (흔들림 없이 그대로)
김귀주 : (조롱하듯) 대역죄인인 그 화공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작심인가 봅니다.
벽파1 : (비웃으며) 화공에겐 목숨보다 귀한 것이 붓질을 할 수 있는 손이 아닙니까?
조영승 : 진심으로 그 아이를 대신해 목숨을 내놓겠다 그 말이지?
홍도 : (흔들림 없이 그대로)
김귀주 : 정녕 자네의 진심이 그 아이를 살리고자 함인가? 어진을 망친 것이 두려워
다시 주상전하의 마음을 얻어 보겠다 머리 쓰는 것이 아니구?
홍도 : 진심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십니까?
일동 :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홍도 : 사람의 진심이란 것을 아직 모르시는 것 같으니 감히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일어나고)
홍국영 : (궐 안에서 나오다 광경을 본다)
홍도 : (소매 휙 걷고, 오른 팔 들어 보이며) 화인에게 이 손은 생명과 같습니다. 이 손을 내어 놓겠습니다.
어차피, 저를 내치려 놓은 덫 아니었습니까?
벽파1 : 뭐라? 저런
김귀주 : (벽파1 제지하고)
대신들, 잔뜩 긴장해 보고.. 금군들도 홍도 보고.. 홍국영, 홍도 본다.
홍도, 손을 조심스럽게 화로 가까이로 가져가고, 탁탁 타오르는 숯.
홍도, 숯 속으로 집어넣는다.
경악하는 대신들. 홍도, 대신들 보고, 홍국영 홍도 보는데...
홍국영 : (황급히 홍도 옆으로 오며) 지금 무얼 하는 것인가!! 어서 그 손을 거두게!!
홍도 : (화로속에 손 넣은채로) 어린 화공의 목숨을 구해주십시오!
금군들, 황급히 홍도의 손 숯더미에서 꺼내면, 붉게 부푼 홍도의 손.
S#2. 정조의 개인서재 / 낮
상소 펴들고 있던 정조의 앞으로 홍국영 앉아있다.
정조 : (상소 내려놓고) 무슨 일인데 그리 뜸을 들이는가?
홍국영 : (무거운 얼굴빛으로) 단원 그 자가... 어린 화공을 살려 달라며 대신들이 지켜보는 데서 손을 내놓았습니다.
정조 : (굳는, 잠시 생각하고, 나즈막히) 단원을 들게 하라.
홍국영 : 예.
S#3. 정조의 개인서재 / 낮
붕대 감긴 홍도의 손 보이고, 그 손을 보는 정조.
정조 : 과인은 그 화원을 용서할수 없다 했거늘, 이 무슨 무모한 짓인가!
홍도 : 전하. 부디 소인을 물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정조 : (손보고 안쓰러운) 화원이 자기 손을 함부로 하다니!
홍도 : (한 손으로 다친 손 가리고) 주상전하. 어린 화원을 구명하기 위해, 소인은 손이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내놓을 것입니다.
정조 : (역정)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가 무엇인가? 과인이 정녕 자네마저 버리기를 원하는 것인가!
홍도 : 전하...아뢰지 못한 것이 있사옵니다..
정조 : ...
홍도 : 화원 신윤복은 최선을 다해 그 어진을 완성하였습니다. 헌데, 대신들은 어진을 어진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주상전하를 공격하는 도구로만 보았습니다.
정조 : 그것은 이미 과인이 언급한 바이다. 그 정도 각오 없이 봉심에 임했단 말인가?
홍도 : 하오나, 전하. 어린 화원에겐 그들의 공격을 참을 수 없었던 연유가 있습니다.
정조 : (홍도 보면)
홍도 : 화원 신윤복의 형이 어진화사에 쓸 조선의 색을 만들다 안료의 독에 중독이 되어 죽음에 이르른 것입니다..
정조 : 무엇이라?
홍도 : 화원 신윤복은 형을 가슴에 묻고 혼신의 힘을 다하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진과 어진에 칠해진 붉은 안료는,
바로 자신을 위해 죽음을 불사했던, 형이었던 것입니다.
정조 : (생각에 잠기고)
홍도 : 또한, 화원 신윤복은 보이는 것을 화폭에 담아내는 화원일 뿐입니다.
대신들의 공격에... 그 화원은 울분을 토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정조 : 그저 보이는 것을 화폭에 담아낸다... 그럼, 그 화원에겐 어진이 아니라, 그저 한 장의 그림이었다...
홍도 : 전하! 정녕 그 아이를 용서 할 수 없으시다면, 그 화원 대신 소인을 죽여 주십시오.
이 모든 것은 그 화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지 못했던, 소인의 과오입니다.
정조 : (의미심장한 표정에서)
S#4. 의금옥 / 아침
윤복, 벽에 기댄채 앉아있고, 옥지기가 밥을 가져다 준다.
옥지기 : (윤복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곤 간다)
윤복 : (국밥과 간장종지를 바라보는)
insert) 동제각화때 주막에서 간장으로 ‘새와 새장’ 그림 그리던 장면.
윤복 : (그대로 앞만 보고 쭈구리고 않아 있는)
S#5. 김조년의 집 / 별채 앞/ 밤
새장 앞에 서 있는 정향. 두 마리의 새를 바라본다.
조년의 소리 : 언젠가 네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그 새장에 있는 새 한 마리를 날려 보내거라.
정향 : (새장문을 연다)
막년 : (마당에 막 들어서던 막년) 아씨? 뭐하시는 겁니까?
정향 : (슬픔 가득하지만 뭔가 결연한 모습) 미안합니다.... 화공... (새장 안에서 한 마리 새를 꺼내 날려 보낸다)
막년 : (놀라) 아씨!!
정향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S#6.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아침
정리하던 장부책 놓여있고, 김조년 앞으로 설청 앉아있다.
김조년 : 뭐라? 새를 날려보내?
설청 : 예
김조년 :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에서)
S#7.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밤
붉게 부푼 홍도의 손에 약 바르고 천 감아주는 의원.
의원의 지시대로 대야에 물 떠놓고 수건 빨아 건네고, 약초 건네는 정숙.
의원 : 지난 번 화공은 손을 찧더니, 자넨 손을 구웠나?
정숙 : (속상해 죽겠고) 그림을 그리는데 지장이 없겠습니까?
홍도 : (수건 감고 손 좀 움직이다 고통에 움찔! 하면)
의원 : 붓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후에 보도록 하세. (홍도에게) 약바르거 잊지 말고, 응?
(손 모션 하며) 하루에 세 번씩 잼잼 잊지 말게? (짐 챙기고)
홍도 : (손 보다가, 조금 움직여 보고, 일어난다)
정숙 : 또, 그 화공한테 가는 겁니까? (홍도 보니 맞고) 대체 그 화공이 누구이기에, 그리도 집착하시는 것입니까? 예?
홍도 : (대꾸 안하고 나가는)
S#8. 김조년의 별당 안 / 밤
가야금을 연주(거의 끝나는 부분)하고 있는 정향, 그 앞으로 김조년,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 있다.
김조년 : (술잔을 기울이며, 고운 정향의 선을 따라 찬찬히 보는)
정향 : (연주가 막 끝난다, 가야금 내려놓고)
김조년 : 아픔이 깊은 만큼 재주는 딱 그 만큼 깊은 맛을 더하게 되어 있지. 갑작스레 마음을 연 이유가 무엇이냐?
정향 : (미소 지으며) 새장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김조년 : 정녕 네 마음속에 정인을 잊었단 말이냐?
정향 : 가야금 소리가 허공에서 떠돌다 사라지듯, 정인과 만나지 못하니 제 마음도 떠돌수 밖에요.
김조년 : 오래 기다려야 할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르구나.
정향 : (술 따르며) 이제 첫정은 잊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이 마지막 정이 될것입니다. (조년 보는)
김조년 : (기분이 좋은) 갑자기 그 도도하던 콧대는 어디로 던져버린 것이냐?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 보군...
정향 :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어르신께서는 최고의 물건을 보는 안목을 가졌다 들었습니다.
예악을 알고 화인의 재능을 알아보는 어르신의 안목을 믿으시지요.
김조년 : (웃는) 칭찬으로 듣겠다.
정향 :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참, 김홍도 선생님과 어진화사를 그렸다는 어린 화공을 아시는지요?
김조년 : 참수형을 당한다던 그 아이 말이냐?
정향 : 예, 그 화공은 어린 나이에 도화서 화원이 되고, 화선이라 불리는 단원 김홍도 선생님의 총애를 받고 있으며,
보이는 모든 것을 화폭 속에 살려내는 능력을 가진, 천하의 인재라 합니다.
김조년 : (끄덕이며) 안타까운 일이지. 헌데, 그 화공을 잘 아느냐?
정향 : 계월옥에 있을때 귀동냥으로 들은 것입니다. 그런 자를 잃게 된다니 너무 안타까워... (조년을 보며) 어르신이 그 화공을
취해 잘 다스리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득 생각이 나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김조년 : 그래... (생각에 잠기는)
S#9. 김조년의 사랑채 안 / 밤
청동기상 닦고 있는 김조년의 앞으로 설청이 앉아 있다.
김조년 : 신윤복이란 화공에 대해 알아 보거라.
설청 : 예.
김조년 : 단원과 어진화사를 한 자인 모양이다. 정녕 죽게 되는 것인지, 어디 사는 누구인지, 소상히.
(설청보고) 그 화공이 그린 그림을 내 직접 봐야 한다. 서두르거라.
설청 : 예.
S#10. 옥 / 밤
윤복, 창 밖 보면.. 창살 사이로 달 보이고, 벽에 손가락으로 그림자 만드는데,
윤복 : 이제 다 부질 없는 일... (눈물 흘리는데)
옥리 : 금세 나와야 하오. (둘러보고 가고)
홍도 : (윤복에게 간다)
윤복 : (고개 돌려 홍도 보고) 스승님...
홍도 : (힘없이 벽에 기댄 윤복 보자 가슴아프고) 윤복아.
윤복 : (얼른 눈물 닦고 돌아보고) 스승님. (홍도쪽으로 오면)
홍도 : (초췌한 얼굴 보자 가슴 아프고) 몸은 괜찮느냐? 밥은 먹었고?
윤복 : 익일이면 사라질 몸.. 아깝게 무얼 채웁니까..
홍도 :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자.
윤복 : (쓰게 웃다가.. 홍도의 손 보고, 얼른 잡아채) 이게 무엇입니까?
홍도 : 아무것도 아니다.
윤복 : 무슨 일입니까? 스승님!!
홍도 :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
윤복 : 저 때문입니까?
홍도 : 아니라잖느냐.
윤복 : 대체 나같은 것 때문에 왜 모두들.. (눈물 핑 돌지만 참고)
홍도 : (윤복을 아프게 보는)...
윤복 : (애써 밝은 톤으로) 이럴줄 알았으면 스승님 속 좀 덜 썩일걸 그랬습니다... 제가 진짜 말 안듣는 쥐콩이 아니었습니까...
홍도 : (윤복의 손을 더 힘주어 잡는)
윤복 :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제가... 스승님께 좋은 제자였습니까?
홍도 : ... (고개 저으며) 아니... 넌 나한테 그 이상이었다.
윤복 : (눈물이 핑 도는)
홍도 : (가슴아파, 자기 손 잡은 윤복 손 잡아당겨, 윤복을 와락 안으면)
윤복 : (놀라고) 스승님..
홍도 : ... 널 잃을까봐 두렵다.
윤복 : 스승님..
홍도 : 항상 널 곁에 두고 싶었는데.. (윤복의 머리 끌어안고) 미안하다.. 널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윤복 : (윤복의 손, 조심스럽게 홍도 등에 닿는다)
S#11. 김조년의 사랑채 안 / 낮
‘단오풍정’ 그림을 보고 있는 김조년, 앞으로 설청이 앉아있다.
김조년 : (‘단오풍정’ 그림 보며) 이 여인들을 보라. 당장이라도 뛰쳐 나올 것 같군. 강렬한 색체 또한 백미로다.
설청 : 도화서 신한평의 아들 이라 합니다.
김조년 : (‘단오풍정’ 그림을 보다가) 가만... 가만...
인서트) 1부, 세책점에서 봤던 ‘단오풍정’ 떠올린다.
김조년 : 일월산인...! (확신하는) 그럼 그렇지, 어찌 내 눈에 띄지 않았겠느냐?
설청 : (보는)
김조년 : 아주 진귀한 물건을 찾았구나. (미소짓는) 우리 사화서에 꼭 필요한 물건이다. (‘단오풍정’그림 보는데서)
S#12. 시강장으로 가는 길 / 낮
대신들, 시강장으로 가는 길을 걷는데,
조영승 : 금일이군. 그 화원의 마지막 날이.
김귀주 : 주상께서는 본인이 고집한 일을 이리 그르쳤으니, 이제 당분간 조용하지 않겠습니까?
조영승 : 지켜 보자구. (가고)
김귀주 : (흠, 흠, 헛기침 하며 따라가고)
S#13. 옥 / 낮
철컥! 옥 문 열리고, 옥리 비켜서면.. 금군 두 명이 서 있다.
금군1 : 죄인 신윤복은 앞으로 나오라!
윤복 : (천천히 일어서고)
S#14. 옥 밖 / 낮
금군의 오라에 묶여 나오는 윤복. 홍도, 안타까워 그 모습 보고..
윤복, 홍도 보고 눈물 고이고... 윤복 끌려간다.
S#15. 시강장 앞 / 낮
대신들 모여있고... 조영승과 김귀주 들어선다. (홍국영도 있음)
김귀주 : 무슨 일일까요?
조영승 : 가 보세.
조영승과 김귀주, 사람들 헤치고 보면... 시강장 입구에 깔려 있는 그림.
윤복이 찢은 어진화사 그림이다.
조영승 : 이게 어찌된 일인가?
벽파1 : (인사) 우상대감 오셨습니까?
조영승 : 이것이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벽파1 : 시강장에 가려면 문은 여기밖에 없는데, 어쩌란 말인지?
대신들 : (술렁이면)
김귀주 :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무리 찢겨진 그림이라고는 하나, 전하의 용안을 밟고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조영승 : (그림 보다가) 다들 주목하게.
대신들 : (보면)
조영승 : 이것은 전하께서 우리 대신들을 시험하는 것이네.
대신들 : 시험이라뇨?
조영승 : 만일, 우리가 이 그림을 밟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 그림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되네. 그렇다면... 봉심때 이 그림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주장이 그 근거를 잃게 될 것이네. 그렇잖은가?
김귀주 : 그렇군요.
조영승 : 허니...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알려주겠네.
벽파1 : 어찌 한단 말입니까?
조영승 : (어진 밟고 지나가면)
대신들 : 무슨 짓입니까? / 감히 주상전하의 용안을!!!
조영승 : (시강장 안쪽에서) 이 그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줘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주상께서는,
우리가 정통성에 문제도 없는 그림에 괜한 트집을 잡았다며 신권을 뒤흔들 것이네.
대신들 : (서로 보고 수군거리고)
조영승 : 뭣들 하고 있는가! 어서 넘어오지 않고.
벽파1 : 허면.. 주상전하께는 ...
조영승 : 내 직접 연유를 설명하겠네.
대신들, 망설이다가 하나 둘 어진 밟고 지나가고, 마지막 남은 홍국영, 조영승을 본다.
조영승 : 자넨, 어찌 안 들어오는가?
홍국영 : 시강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주상전하를 모셔오겠습니다. (가면)
조영승 : (찜찜하게 보고, 안으로 들어가고)
S#16. 몽타주 / 낮
1. 정조 개인 집무실 / 중문이 열리면 홍국영, 정조에게 다가가 마주하고... 머리 조아리며 뭐라 말하는 홍국영.
정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2. 시강장으로 향하는 길 / 정조, 홍국영과 내시들을 이끌고 시강장으로 향하는데...
정조, 얼굴에서 결연함이 느껴진다.
내관(소리) : 주상전하 납시오!
S#17. 도성 밖 / 낮
오라에 묶인 윤복, 도성밖 처형장으로 들어서면, 마당에 펼쳐진 거적 보인다.
그 거적 보고, 눈물 핑 도는 윤복.
사람들 처형장 주변을 뱅 둘러서서 수군대고 있고.. 떨어진 곳에 막년 있고,
홍도, 그들 파고들어 윤복 보이는 곳으로 나온다. 안타까운 홍도..
윤복 : (하늘 올려보는데..)
S#18. 도성 밖 / 낮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윤복.
홍도 : 윤복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뛰쳐 나가려 하는데)
이인문 : (홍도의 팔둑을 꽉 잡으며 제지 시키는)
홍도 : (고통스럽다) ...
S#19. 시강장 / 낮
대신들, 머리 조아리고 있는데.. 정조가 들어와 가운데 앉는다.
밟힌 자국 이 무수한 어진, 내관 둘이 들고 있고..
정조 : 이 그림을 밟은 자는 누구인가?
대신들 : (눈치 보면)
조영승 : 여기 있는 신하들 모두이옵니다. 전하.
정조 : 허면, 그림을 밟은 연유는 무엇인가?
김귀주 : (이 상황을 예측한 조영승의 말이 맞다 싶어 식 웃고)
조영승 : (기다린 듯) 예. 전하. 전하께서 저 그림을 놓은 연유는, 어진화사 봉심 때 일을 상기시키려 하심이 아니신지요?
정조 : 계속해 보게.
조영승 : 예. 나흘 전 말씀드렸듯, 신들은 저것은 조선의 왕이 대대로 취하여 온 어진의 형국이 아닌지라,
저 그림의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정조 : 하여?
조영승 : 전하께서 저 그림을 대신들이 들어오는 시강장 입구에 둔 연유는, 그것을 몸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시험하려는
것이 아니셨는지요? 신들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주상전하의 용안이 그려진 그림을 밟을 수 밖에 없었사옵니다.
대신들 : (‘역시-’ 든든해 조영승 보면)
정조 : (조영승 지긋이 보며) 허면...
조영승 : 예. 전하.
정조 : 저것은 어진이 아니라는 뜻 아닌가?
조영승 : 그러하옵니다 전하.
정조 : 저것은 어진이 아니다...
S#20. 도성 밖 / 낮
형장들 서슬 퍼렇게 서있는 가운데, 판의금부사 등장해서 가운데 놓인 의자에 자리잡고 앉자, 관원, 북을 치고..
관원 : 지금부터 형을 집행하겠다!! (북 울리고)
S#21. 시강장 / 낮
정조 : 허면.. 나흘 전, 어린 화공이 찢은 것은...
대신들 : (긴장해 저어조 보면)
정조 : 어진이.. 아니지 않은가?
김귀주 : (의아해 조영승 보며, 작게)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조영승 : (뭔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음을 느끼고..)
정조 : 그렇잖은가? 그 화공에게 참수형을 내린 연유는, 과인의 어진을 찢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헌데, 금일은 그것이 어진이 아니라 하였으니, 허면, 그 화공의 목숨을 앗아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조영승 : (아차 싶고)
S#22. 도성 밖 / 낮
판의금부사 : 대역죄인 신윤복은 들으라! 네 주상전하의 어진은 주상전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일진데,
그 어진을 찢은 죄는 한 나라의 국왕을 해한 죄에 해당한다. 고로,
판의금부사(소리/ 윤복 얼굴 위로) : 참수형에 처하는 바이니, 죄인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윤복, 눈 꾹 감으면 눈물 한 줄 기 흐르고, 그 사이, 망나니가 큰 칼을 차고 들어온다.
사람들, 공포에 질려 보고, 홍도, 그 모습 본다...
S#23. 시강장 / 낮
정조 : (조영승 보며) 그렇잖은가, 우상?
조영승 : 그것은... (말 못 찾고 입 다물면)
정조 : 말해 보게. 그것이 어진인가, 아닌가!!
조영승 : (당황하면)
S#24. 도성 밖 / 낮
윤복 주변으로 춤을 추며 돌기 시작하는 망나니. 당장이라도 칼 내리칠 듯 섬뜻섬뜻 주변 돌며 춤추는 모양,
윤복의 눈에 강하게 들어와 박히고.. 마치 그림처럼..
정조(소리) : 만일 그것이 어진이 아니라면, 지금 형틀에 묶여 있는 어린 화공은 까닭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이네.
S#25. 시강장 / 낮
정조 : 또, 만일 그것이 어진이 맞는다면, 지금 형틀에 묶여 있어야 할 자들은,
지키지도 못할 논리로 어진을 깎아내린,... 자네가 아닌가!!
대신들 : (놀라면)
정조 : 어서 말하게. 우상. 그것은 어진인가, 어진이 아닌가?
조영승 : 그것은...
대신들, 조영승 보고.. 정조, 조영승 쏘아본다.
숨막히는 긴장 이어지는 가운데..
S#26. 도성 밖 / 낮
망나니의 춤, 절정에 다다르고,
윤복, 홍도와 눈 마주치는데...
한없이 안타까운 홍도의 눈과,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윤복의 눈.. 스치며,
S#27. 시강장 / 낮
조영승 : (정조 보고) 어진이 아니옵니다 전하- (엎드려 머리 조아리면)
S#28. 도성 밖 / 낮
망나니, 칼춤 멈추고 선다.
S#29. 시강장 / 낮
정조 : 우상은 들으라. 지금 속히 형장으로 가, 어린 화공의 목숨을 구해 오게. 만일 이미 형이 집행되어, 화원을 데려올 수 없다면..
무고한 화공의 목숨을 앗아간, 우상의 목부터 쳐낼 것이네!
조영승 : (벌벌 떨고)
S#30. 궐 일각 / 낮
관리, 두루마리 하나 들고 급하게 달리고,
S#31. 도성 밖 / 낮
망나니, 윤복의 목에 칼 끝 대보고는 신중하게 칼 쳐드는데...
관리 : (문으로 들어서며) 멈추시오!!!
홍도, 윤복, 돌아보면,
관리 : (헐레벌떡 뛰어와 두루마리 전하며) 참수형을 멈추라는, 주상전하의, 명령이오!!!
내관 : (두루마리 받아 판의금부사에게 주면)
판의금부사 : (펼쳐 읽고, 팩! 접으며) 주상전하의 하해같은 은혜로, 금일 화원 신윤복의 참수형은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뜸들이다) 화원 신윤복을 석방하라!!
사람들 : (술렁이고)
홍도 : (눈물기 어린 눈으로 윤복을 보고)
윤복 : (믿어지지 않는지 그대로 멍한채로 홍도를 보는)
사람들, 술렁이는 가운데...
윤복,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눈물이 흐르고....
고개를 들어보면 멀리 윤복을 바라보는 다행이라는 듯 홍도의 애절한 눈빛 보인다.
두 사람, 서로를 간절히 바라보는 가운데...
그들을 유심히 보는, 부채 뒤, 김조년의 눈..
김조년 : 잘됐군. (돌아서 간다)
cut to,
사람들 흩어지고, 윤복 앞에 서 있는 홍도. 서로 바라보는...
홍도 : 윤복아...
윤복 : (앉은채로 홍도를 보는) 스승님...
홍도 : (조심스레 윤복을 일으켜 준다)
윤복 : (홍도에게 의지해 겨우 일어나는)
홍도 : (윤복의 볼을 손으로 감싸며 눈물 닦아주는데서)
S#32. 김조년의 집 / 별채 / 낮
울고 있는 정향, 나비노리개 두손에 꼭 쥐고 앉아 있는데,
막년소리 : (문 밖에서) 아씨! 아씨!
정향 : (돌아보면)
막년 : (뛰어 들어와 풀썩 앉으며) 살았습니다!! 화공께서 살았습니다!!
정향 : (놀란채로, 눈물 툭 떨구며) 화공...
S#33. 도화서 / 신한평의 방
신한평, 넋 나간채로 앉아있다. 급히 이인문이 들어온다.
이인문 : 어르신!!
신한평 : (넋 나간채로 보는)
이인문 : 윤복이가... 살았습니다! 석방 되었다구요!
신한평 : (놀라 스스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서)
S#34. 정순왕후 처소 / 낮
정순왕후, 조영승, 김귀주 앉아있다.
정순왕후 : 뭐라구요?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시는겝니가?
조영승 : (분한 마음으로) 주상의 잔꾀에 모두 속았습니다. 보란 듯이 당한것입니다.
정순왕후 : (서안 탁 치며) 다들 지켜만 보구 있었습니까? 이 수모를 어찌 하실 겁니까!
김귀주 : 송구하옵니다, 마마.
정순왕후 : (화를 누르며 주먹 꽉 쥐는데서)
S#35. 도화서 홍도의 방 / 밤
방안으로 들어오는 홍도, 감회가 새로운 듯 방안을 둘러 보는,
장벽수 소리 : 화원 김홍도는 어진화사 사건이 무죄로 평결(주 : 평가하여 결정함)됨에 따라, 도화서 화원 자격을 회복한다.
S#36. 도화서 / 작업장
윤복(두루마기), 작업장에서 붓이며 벼루 등 챙겨서 짐 속에 넣고 일어난다.
주변 둘러보는 윤복. 발걸음 옮기고.
장벽수 소리 : 화원 신윤복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도화서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 시켰음으로,
이 시각 이후로 도화서 화원 자격을 박탈한다!
S#37. 도화서 / 생도청 기숙동 / 윤복과 영복의 방 앞
윤복(두루마기)과 영복의 방 앞.
윤복, 문에 손 대는데,
영복(소리) : 윤복아, 이제 오느냐? / 여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 가족끼리 어떻게 따로 사느냐?
윤복, 문고리 잡은 손 떨리고, 눈물 핑 도는데..
S#38. 신한평의 집 / 사화서 마당 / 밤
마당으로 들어서는 김조년, 뒤로 설청과 삼돌이 따르고,
김조년의 시선으로 휘이 둘러보면, 황량하고 썰렁한 사화서 분위기 느껴진다.
막종 : (하품하며 비질하다가 조년 무리 본다) 누굴.. 찾아오셨습니까?
김조년 : (막종 질문에 대꾸 않고, 다 망한 사화서 분위기 짐작하는 표정에서)
S#39. 신한평의 집 / 사랑채 / 밤
신한평, 머리에 수건 올리고 이불 속에 누워있는데,
막종(소리) : 어르신! 손님께서 와 계십니다.
신한평 : 올 손님이 어디 있다고 그래? 객이 오거든 모두 돌려보내라 하지 않았느냐?
막종(소리) : 그게.. 어르신한테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꼭 할 말이 있으시다고...
신한평 : 무슨 말이 그리 많은게야!
문 벌컥 열리고, 신한평, 보면,
김조년 : 시전의 대행수 김조년이라 하네. 이 댁에 쓸모가 되는 물건이 하나 있다 하여 왔네.
신한평 : (김조년 보고)
cut to,
신한평과 김조년 마주 앉아 있다. 신한평 앞으로 돈상자 밀어주는 김조년.
신한평 : (돈상자 뚜껑 열면, 엽전이 가득하다, 놀라서)
김조년 : 그 정도면 값을 후하게 쳐드린 듯 합니다만.
신한평 : (믿기지 않아 재차 확인하듯) 그러니까, 윤복이를 그 댁 사화서로 들이는 조건으로 이 큰 돈을 주시겠단 말입니까?
김조년 : 그렇소.
신한평 : (손이 떨리지만, 내색않고 근엄하게) 이래뵈도 4대째 화원가문을 이어온 집안입니다.
돈으로 아들의 재능을 팔아 넘기는 한심한 애비로 보시는 겁니까?
김조년 : (빙긋 미소짓는) 난 뛰어난 재능을 지닌 화공을 사화서에 들이고 싶을 뿐입니다.
신한평 : 돈으로 재능을 살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조년 : 돈으로 재능은 살수 없지만, 재능을 최대한 키워줄 수는 있겠지요.
S#40. 도화서 / 홍도의 방 / 밤
홍도, 책상 위에 그림 펼쳐놓고 보고 있는데... (그림은 아직 보이지 않음. 신윤복의 ‘계변가화’임)
문 열리고, 윤복 들어선다.
홍도 : (보지 않고 기척 느끼고) 앉거라.
윤복 : 예. (다가오다가, 그림 보고) 이것은..
홍도 : 너의 첫 그림이다. 가지고 가거라.
윤복 : (그림 보며) 첫 그림이라니요?
홍도 : 네 낙관이 찍힌 첫 그림이라는 뜻이다. (낙관 주면)
윤복 : 호를, 지어주신 겁니까? (받아 보면) 혜.. 원..
홍도 : 혜초 혜. 동산 원. 혜초(주 : 난의 일종)는 화려하지 않으나 그 향기가 백리를 간다 하였다.
세상을 너 만의 향기로 가득 채울수 있는 그림을 그리거라.
윤복 : 혜원...
홍도 : 왜 맘에 안드느냐?
윤복 : (미소 지으며) 아뇨. 스승님은 단원, 전 혜원... 잘 어울리는 궁합같습니다.
홍도 : (피식 웃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어진화사 경합 때 이미 올렸으니.
윤복 : 예? 말도 안하고 말씀입니까?
홍도 : 그럼 어떡하냐? 호는 필요한데, 두란이라고 올릴 수도 없고.
윤복 : (황당한 듯 홍도 보면)
홍도 : (인주 내밀며) 찍어 보거라.
윤복 : (인주 묻혀 낙관 찍으면)
드디어 완성된 ‘계변가화’ 그림 보이고...
윤복 : 고맙습니다. 스승님.
홍도 : 고맙긴.
윤복 : (그림 말고 일어서려는데, 낙관이 툭 떨어지고, 얼른 손 뻗치면)
홍도 : (동시에 낙관 잡고.. 다친 오른손)
윤복 : (낙관 올려놓고, 홍도의 다친 손-천 감은-보다, 홍도의 다친 손을 두손으로 고이 싸듯이 조심스레 잡는다)
홍도 : (얼른 손 거두며) 늦었다. 그만 돌아 가야지.
윤복 : (묘한 분위기가 쑥쓰러운) 예.
S#41. 도화서 앞 / 밤
도화서 밖으로 나오는 윤복. 한 번 돌아보고, 돌아서 걸으면..
(insert.
윤복(소리) : 어진화사를 마치고 내 첫 그림은 꼭 형님 안료를 쓰겠소.)
윤복,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 끄덕이며 어디론가 걷는데...
허옥(소리) : 여기가 어디라고 와?
S#42. 단청소 / 밤
윤복, 안타까운 얼굴로 평상 옆에 서 있는데...
허옥, 커다란 자루를 들고 오다 윤복 발 끝 치에 내팽개친다.
윤복 : 형님이 남긴 것을 가지러 왔습니다.
허옥 : 니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 와? (문 쪽으로 밀치며) 나가! 나가라구!
윤복 : 주십시오. 형님이 남긴 안료...
허옥 : (기가 차며) 모두 버렸다니까! 제발 꼴 보기 싫으니까 나가. 아니. 내가 가지. (뒤돌아 자리 뜨려 하고)
윤복 : (허옥 뒤로 소리치며) 형님은!! (입술 깨물고) 내가 형님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길 원했습니다.
조선의 색으로 조선의 그림을 그리라 한 형님의 소원을 들어 주고 싶습니다.
허옥 : (윤복 째려보면)
윤복 : (허옥 보고) 부탁드립니다. 모든 사람이 기억할 색으로 남기겠습니다. 제 그림 속에 영원히 형이 살게 하고 싶습니다. 제발..
윤복, 애처롭게 허옥 쳐다보고...
S#43. 단청소 / 조색실 / 밤
허옥, 보따리를 윤복 앞에 내밀고 얼른 뒤돈다.
윤복, 보따리 풀면 색색별 안료가 든 종이봉투들과 그 틈에 해시계 보인다.
허옥 : (눈물 주르륵 흐르고) 다신 오지 마.
윤복 : (해시계 꺼내 뒷면에 윤복, 영복 이름 써있는 것 보고 다시 보따리에 챙겨 넣으면)
허옥 : (울먹이며 보는)
S#44. 신한평의 집 / 사랑채 / 밤
돌아앉은 신한평 앞으로 윤복 앉아 있다.
신한평 : (차갑고 냉정하게) 네 녀석 하나 때문에, 4대째 이어오던 우리 화원가문의 명예는 끝이났다. 니가 모든걸 망쳐 놓았어.
윤복 : (고개 떨구는)
신한평 : 나는 더 이상 이 집에서 널 보고 싶지 않다. 모든건 니가 자초한 일이야.
윤복 : 아버지...
신한평 : (책상 속에서 편지 하나 툭 던지며) 이제부터 네가 지낼 곳이다.
윤복 : (편지 열어보면)
신한평 : 개인화사 일이다. 어떤 수모를 당해도 꾹 참고, 그 곳에서 시키는 대로 그림을 그리거라.
윤복 : (신한평 보면)
신한평 : 더 할 말이 없다. 날이 밝는 대로 당장 떠나거라. (일어서서 나가버리고)
윤복 : (편지 펼쳐보는데..- 글씨와 약도 있는)
S#45. 김조년의 집 앞 / 낮
짐 보따리를 들고 김조년의 집 대문을 올려보는 윤복.
윤복 : (허리춤에서 해시계 꺼내 만지며) 형... 내가 잘 버틸수 있도록 지켜줘...
S#46. 김조년의 집 마당 / 낮
윤복, 끼- 문 열고 한 발짝 들어가면, 마당에서 그림 그릴때 쓰는 물품을 정리하던 화공들 삼삼 오오 모여있다.
윤복 : (어리둥절 해서 둘러보는데)
화공1 : 넌 누구냐?
화공2 : 새로 들어온 화공인가 본데?
화공1 : (윤복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얼굴은 허연게 체구는 조막만해가지구 (화공들한테) 어디 잔심부름이나 제대로 시켜 먹겠냐?
윤복 : (발끈해서) 지금 뭐라 했소?
화공2 : 넌 어디서 굴러먹다 왔냐? 출신이 어디냐구.
윤복 : 건 댁이 알아서 뭐할거요?
화공1 : 오... 기집애 같이 곱상하게 생긴게 성깔은 좀 있나 보네?
화공들 : (낄낄낄)
삼돌이 : (다가오며) 무엇 때문에 오셨습니까?
윤복 : 여기가 대행수 김조년 어른 집이오?
삼돌이 : 그렇습니다만, 뉘십니까?
윤복 : (심호흡 하고) 혜원 신윤복이 왔다고 전하시오.
S#47. 김조년의 집 / 중문 / 낮
삼돌이 앞장서고, 마당을 가로질러, 중문을 지나는 윤복.
화려한 정원과 건물들 보이고,
S#48. 김조년의 복도
삼돌이 앞장서고, 사랑채 미술실로 가는 복도를 따라가는 윤복.
S#49. 김조년의 집 / 사랑채 미술실 / 낮
청동상, 병풍, 도자기, 검... 등 각종 진귀한 물건들이 놓인 김조년의 사랑채 미술실.
윤복, 화려한 내부 둘러본다. 윤복, 얼이 나간 듯 물건들을 살펴보는...
그 중 하나를 집어 신기한 듯 꼼꼼히 보는 윤복,
김조년 :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가?
윤복 : (놀라서 물건 내려놓고) 아닙니다. 처음 보는 것들이라 잠시 보았을 뿐입니다.
김조년 : 대부분이 청국에서 들여온 가치 있는 물건들이네. 우리 사화서에 온 기념으로 하나 선물하지. 골라 보게, 어서.
윤복 : (잠시 망설이다 둘러본후, 제일 구석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백자를 집어 든다)
김조년 : (의외라는 듯 보며) 자네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 고작 그것이란 말인가?
윤복 : 저는 청국의 화려함 보다, 이 조선 백자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더 좋습니다.
김조년 :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듯’ 미소짓고) 자네의 그림들이 도화서를 번번히 뒤집었다 들었네.
화폭 가득 벌거벗은 여인을 그려 넣으며 그것이 분란을 일으킬 줄 몰랐는가?
윤복 : 화폭을 보지 않고 벌거벗은 몸만을 보는 그 눈이 바로 분란을 일으킨 것 아닙니까?
김조년 : (하하하 웃고) 배짱 한 번 마음에 드는군. 분란을 일으키건 찬사를 불러내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은 뛰어난 능력이다. 이제부터 자네는 내 수행화원이 될것이네.
S#50. 김조년의 집 / 팔각 거실 / 낮
화계 인사들 긴 방 양쪽으로 주르륵 앉아있다.
그 앞으로 각각 작은 상이 놓여 있고, 각 인사들 뒤나 옆으로 집사들은 금괘와 은괘가 들어있는 함을 지키고 있다.
맨 앞으로 ‘잉어그림’ 있고, 화계인사1(경매진행) 서 있다.
김조년이 윤복을 데리고 거실 끝에 들어선다.
윤복, 경매 광경을 신기한 듯 지켜본다.
화계인사1 : 지금까지 설명드린 이 그림은 비록 이름 없는 화원의 솜씨이나, 그 필치에서 생동감이 넘쳐 흐릅니다.
옥석을 가릴줄 아는 여러분의 안목을 믿어 보겠습니다.
인사들 :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
화계인사1 : 그럼 지금부터 저 그림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값은 은자 백냥부터 출발합니다. (좌중을 한번 둘러보는데)
인사2 : 으흠... (탁자에 ‘딱’ 소리나게 은자 두냥을 올려 놓는다)
화계인사1 : 은자 백냥에서 두냥 더 올라갔습니다.
인사3 : (탁자에 ‘딱’ 소리나게 은자 다섯냥 올린다)
인사4 : (탁자에 ‘딱’ 소리나게 은자 열냥을 올린다)
인사2 : (탁자에 ‘딱’ 소리나게 은자 스무냥을 올린다)
화계인사1 : 더 올리실분 없습니까?
김조년 : (위에 진행이 흐르는 중에) 잘 보거라. 우리 사화서 그림이 팔리는 과정이다.
(인사1 가르키며) 오늘은 특별히 좌참찬(주 : 정2품 문관) 어르신도 참석하셨구나.
윤복 : (광경을 보며) 저들은 그림의 가치를 올리는 것입니까, 아니면, 돈을 가졌다는 자존심을 올리는 것입니까?
김조년 : 천재 화원이란 자의 소감이 고작 그것인가?
윤복 : (보면)
김조년 : 이 곳은 인연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네. 저 그림의 인연을 찾아 주는 것 말일세.
윤복 : (‘인연’ 생각하며 광경을 보는데, 인사1이 금자 다섯냥을 ‘딱’ 소리나게 올린다)
김조년 : (빙긋 웃으며) 오늘은 조선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탄생하는 날이로군.
S#51.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낮
화공들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입구 쪽으로 김조년과 윤복 서 있다.
김조년 : 여기서 그린 그림들이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네. 곧 사화서가 완공되면, 몇배로 주문이 많아질 것이네.
윤복 : (화공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 본다)
S#52. 김조년의 집 / 윤복의 방 / 낮
윤복이 서 있고, 침선장이 윤복에게 비단천을 이것저것 대고 있다.
김조년, 한 족에 서서 침선장이 비단천 댈때 마다 고개 젓고, 끄덕이고, 반복하면,
침선장, 김조년이 끄덕인 것과 고개 저은 비단을 서로 다른 쪽으로 갈라 놓는다.
김조년 : (윤복에게) 최고의 그림을 그려주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만큼.
침선장 : (자 들고 윤복의 치수 재고)
윤복 : (침선장이 치수 재는 대로 돌아서며) 무엇이 최고의 그림입니까?
김조년 : 사람들의 전대를 열 수 있는 그림.
침선장 : (윤복의 등 사이즈 재고)
윤복 : 돈이 되는 그림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김조년 : 돈, 돈을 우습게 보는 것인가? (침선장에게) 서두르게.
S#53. 저자거리 / 낮
김조년 걷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모두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김조년 옆으로 윤복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사할 때 마다 신기한 듯 보며 김조년 따라가고,
김조년 : (익숙한 듯, 별 긴장 없이) 화공. 사람들의 전대(=지갑)를 여는 것이 무엇인줄 아는가? 그것은 마음이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얻기 힘든 것이 바로, 마음이네.
윤복 : (조년 보면)
김조년 : 자네 그림엔 그것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이제 과거는 잊어버리게.
내, 자네 이름이 조선천지를 뒤덮게 해 주겠네.
윤복 : (자신만만한 조년에게 압도되어 보고)
김조년 : 아, 새롭게 호를 하나 지어야 겠군.
윤복 : 제 호는 혜원 입니다.
김조년 : 혜원이라... 마음에 드는군. (소매에서 고급스런 자개 패 하나 내주며) 받게. 자네가 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패네.
윤복 : (패 받아 보면)
김조년 : 익일, 후원에서 귀한 손님을 모시고 연회를 열 것이네. 이 패를 보여주면, 무엇이든 내줄 것이네.
이것으로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입해 오게.
윤복 : 무엇이든 말입니까?
김조년 : 무엇이든. 난 볼일이 있으니 그럼. (윤복의 어깨 툭툭 치고 가고)
윤복 : (패 보고)
S#54. 김조년의 집 / 입구 / 낮
집으로 들어서는 김조년. 마당 쓸던 종들, 일제히 허리 숙이고 인사하고,
김조년 휙 지나간다. 가야금 소리 들리기 시작하고,
S#55. 김조년의 집 / 별당 앞 / 낮
별당으로 들어서는 김조년. 가야금 소리 이어지며..
김조년, 별당으로 가다가 문득 멈춰 뒤돌아보면, 나뭇가지에 걸린 새장. 한 마리만 남은...
김조년, 미소짓고 안으로 들어간다. 가야금 소리 멈추고,
S#56. 김조년의 집 / 별당 / 낮
김조년 들어와 보료에 기대 앉고, 정향이 옆 자리로 물러나 곱게 앉는다.
막년, 정향이 켜던 가야금 들어 한쪽에 놓고 고개 숙이고 앉고.
김조년 : (정향 보다가) 그 화공을 들였다.
막년 : (화색 돌다가 정향 보고 얼른 찔끔 하고 고개 숙이고)
정향 : (모른척) 그 화공이라면...
김조년 : 일전에 니가 말했던 어진을 찢었다던 그 화공 말이다.
정향 : 글쎄.. 아, 이제 기억이 납니다. 그래, 쓸만은 하더이까?
김조년 : (보료에 기댄 채 수염 만지며) 봐야 알지. 화사는 마음에 들지만,.. 지켜봐야 알지 않겠느냐?
하물며 물건도 직접 써 보기 전에 다른 사람의 평만 믿고 사면 큰 코 다칠 일이 아니더냐?
정향 : 아직 어린 화공 같던데, 뭘 그리 기대를 하신답니까? 이 년이 뭘 알겠습니까만, 화공들 실력이야 거기서 거기겠지요.
김조년 : (정향 보다가) 그래, 어디 한번 지켜보자.
정향 : (김조년 도도하게 보면)
김조년 : 가 보겠다. 익일, 네가 못믿겠다는 그 화공의 화사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화서가 생긴 이래, 첫 연회를 그리게 되니,
가장 아름답게 꾸미도록 하거라. (나가면)
정향 : (그 자리서 일어나, 눈 내리깔고) 살펴가시지요. (인사하면)
김조년 : (가다가, 뒤돌아 정향 다시 한 번 보고 나가고)
정향 : (털썩 주저앉고, 엄한 눈빛) 입단속을 하거라. 보는 눈이 많아. 만일 행수께서 화공과 나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화공도, 나도 모두 위험하게 된다. 절대 발설해서는 아니되. 알겠니?
막년 : (끄덕이다가, 웃으며) 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실까요? 예?
S#57. 다리 위 / 낮
윤복, 안료와 종이 등 재료가 든 가방 들고 지나가는데,
‘딸랑’ 소방울 소리 나며, 소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보인다.
윤복, 지나가는 그 사람 보자,
홍도(소리) :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윤복, 그 사람 보다가 돌아서는데, 윤복 옆으로 스쳐가는 홍도의 뒷모습 보인다.
윤복 : (얼른 따라가) 스승님!
남자 : (돌아보면, 홍도 아니고..) 뭐요?
윤복, 쭈볏거리고 인사하면, 남자 지나가고...
윤복, 돌아서는데, 윤복 앞에 서있는 수하(홍국영의 수하).
윤복, 멈칫 하고 보면,
수하 : (편지 주며, 작게) 주상전하께서 찾아계십니다.
윤복 : (편지 받으며) 주상.. 전하요?
S#58. 도화서 / 생도청 세면장 / 낮
홍도, 서류 보며 생도청 세면장 옆 지나는데, 까불락거리는 생도들 보이고,
홍도, 그 옆 지나가는데, 생도들 사이에 섞여 미소짓고 있는 윤복이 보인다.
홍도 : (놀라며) 네가 어찌? (하고 다시 보면, 윤복 아니다)
생도 : 왜 그러십니까 단원 스승님?
홍도 : 아니다. (가면)
고봉 : 왜 그러시지? (홍도 보고)
S#59. 도화서 / 홍도의 방 / 낮
홍도, 방에 들어와 책상 위에 서류 놓는데, 책상 위에 놓여있는 편지.
홍도, 편지 열어서 펼쳐본다. 홍도 편지 보는 위로,
정조(소리) : 긴히 알릴 일이 있으니 속히 와 주게. 자네와 어린 화공이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네.
홍도, 편지 접는데.. 윤복이를 본다는 기대감으로 저도 모르게 표정 밝아지고.
S#60. 정조의 개인 처소 앞 / 낮
홍도, 정조의 개인 처소로 다가가 잔뜩 기대하고 모퉁이 돌면, 윤복의 뒷모습 보인다.
단걸음에 윤복 옆으로 다가가는 홍도.
윤복 : (인기척 느끼고 홍도 올려보는데)
홍국영 : 단원 왔는가?
홍도 : 도승지 어르신.
홍국영 : 기다리고 계시네.
홍도, 고개 끄덕인 후 윤복 내려 보면 윤복 여전히 홍도 올려보고 있고...
잠시 서로를 그리워했다는 듯이 바라보는 두 사람.
S#61. 정조의 개인 처소 / 밤
정조 앞에 홍도와 윤복 엎드린다.
홍도 : 찾아계시옵니까. 주상전하.
정조 : 이렇게 두 화공을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구나. (윤복을 보고) 도화서를 떠났다 들었다.
윤복 : 예, 전하.
정조 : 그래, 어찌보면 도화서를 떠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의 재주를 지키는 것일수도 있지.
(나지막히) 두 화공에게 긴히 부탁할 일이 있어 이렇게 불렀네.
윤복 : 전하. 저는 전하께 큰 죄를 지었사옵니다. 어찌...
정조 : (단호히 말 자르며) 두려워 말고 가까이오라. 은밀한 일이니...
망설이는 윤복을 위해 홍도 먼저 정조 가까이 가면, 윤복도 정조 곁으로 간다.
정조 : 자네들만큼 어진을 잘 아는 자도 없을 테지?
윤복과 홍도, 놀라 정조를 올려다보면...
정조 : 병진년, 사라진 장헌세자의 어진을 찾으라.
- 13부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