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말이다. 나도 요즘 내가 왜이러는지 알 수가 없구나. 예전에는 꽤 야무지고, 침착하고 그리했던 것 같은데...
나이 탓인가? (선배님들께 죄송...)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키로 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다간 나만 우울해질거 같아서.
하지만 아직도 부서진 선풍기 날개를 보면... 그게 삼성이나 엘지제품이면 좀 수월할텐데 하필 한일 선풍기란 말이야. 암튼 난(어려울 난) 코스다!
: 너 답지 않군....왠일이냐? 침착하기에 대명사 아니였던가?
: : 허탈한 웃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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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아침 출근해보니 어제 에어컨 공사를 해서 그런지 먼지가 뽀얗게 쌓였더군요. 깔끔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상황이 극심한지라 먼지제거에 들어갔죠. 대충 마무리되어가는 상황에서 문득 책상 옆 선풍기를 보니 날개와 2개의 챙(덮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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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끙끙대며 선풍기를 분리하다 도저히 혼자서는 못할거 같아(힘이 약해서는 절대 아닙니다. 요령이 없어서죠) 어렵게 국장님께 부탁해서 분리 성공! 깨끗이 물로 씻은 후 조립 도전! 정말 힘겹게 조립에 성공했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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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잘 돌아가는지 보려고 코드를 꼽으려는 순간 선풍기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습니다. 국장실 문이 열리고 "잘 안돼?" 라며 웃으며 걸어나오시는... "아~뇨, 다 했어요. 제가 쓰러뜨렸거든요" 민망함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안심시켜 국장실로 돌려보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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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코드를 꼽고 스위치를 눌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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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갔을까요? 안 돌아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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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의 첫 문장을 기억하신다면...
: : 예~ 그렇습니다. 안 돌아가더군요. 돌아가기만 해 주었다면 오늘 하루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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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세히 살며보니 아까 쓰러졌을 때의 충격의로 3개의 날개 중 1개의 날개가 2조각으로 나눠졌더군요. 제가 일을 친 겁니다. 그냥 웃음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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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시간에 선풍기 날개 사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런거 어디서 파나요? '한일'선풍기인데 백화점에 가면 있을 거 같죠? 부품은 따로 판매하는 곳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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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행히 저만 쓰는 거여서 이틀정도는 지금 숨겨둔 곳에 피신시킬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말이죠... 저 선풍기 날개를 교체하려면 또 분리와 조립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둔한 저로서는... 사무실에 아직 남자직원이 없는지라 다시 국장 신부님에게 부탁을... 그렇다면 내가 저지른 일을 아시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 맨날 일도 못하면서 덜렁거리기만하는 내 본 모습을 너무 일찍 노출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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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가 아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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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경비아저씨나 통신실, 전기실, 기계실 아저씨들에게 부탁하면 해 주시기는 해 주실겁니다. 다만 선풍기 조립해달라고 사무실까지 올라오시라고 하기에는 제가 아직 수줍은 많은 신입인지라 제가 혼자 끙끙거리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거죠. 참, 옆 사무실 까만 뿔테의 경태 안경 쓴, 내가 인사만 하기를 기다리며 쳐다보는 느끼한 아저씨도 있군요. 예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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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내용 아닌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려드리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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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 덥다고 덜렁거리지 말고 조심조심 행동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