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는 삶의 회한 같은 게 있어요." / 마가스님의 마음경영 명상법
'나'는 없고 항상 상대방 의식하며 살아... 마음속 응어리가 문제의 근원
지난 1월 14일, 천안에 있는 만일사 주지 마가 스님을 찾아가는 날은 꽤 추웠다.
더구나 그곳은 꽤 깊은 골짜기에 있었다.
작은 호수를 지나 4km 남짓 산골짜기를 따라 들어가야 했다.
가파른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사찰이었다.
오전 10시를 지나고 있었지만 햇살은 저 산 너머에 머무르고 있을 만큼 깊은 골짜기였다.
대신 맑은 독경 소리가 골짜기를 채우고 있었다.
“결국 마음의 평온이 중요하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나를 안정시키면 일하는 데 좋으니 말입니다.
요즘 같은 성과 위주 사회에서는 인간보다 일을 우선하는 경향이 많잖아요.”
스님은 먼 곳에서 온 길손을 대하듯 밝은 얼굴로 온기가 가득한 차를 따랐다.
그렇게 한숨을 돌린 후 “왜 템플 스테이에 사람이 많이 몰리느냐”고 물었을 때
스님은 마음의 평온을 말했다.
마가 스님은 2000년대 초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국내 불교 사찰의 템플 스테이를 개척한 1세대다.
2006년 이곳 만일사 주지로 부임하기 전 공주 마곡사 포교국장 재직 시절
마곡사를 템플 스테이의 대명사로 만든 주인공이다.
연중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한 마곡사 템플 스테이에는
개인과 가족은 물론 기업체들이 단체로 참가하는 등 지금까지 1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상당한 숫자다. 지난해부터는 경영자를 대상으로 마음경영 강좌도 개설했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원해요. 하지만 원한다고 다 성취하는 건 아니지요.
성취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면 성취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은 건가요?”
스님은 “목표에 따라 살기 때문에 삶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목표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오로지 목표에 매달리는 게 문제다.
삶이 우선이 아니라 목표가 우선인 생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님은 ‘나’를 들여다보라고 했다.
“내가 남을 어떻게 보는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해요. 근원적인 물음이지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남의 단점을 많이 보는 사람은 사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는 거예요.”
스님은 ‘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문제 해결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나’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내 마음속을 알아야 한다. 알면 긍정하게 된다.
특히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응어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색안경이 되어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건 사적인 이야기인데…”라며 자신의 지난날을 꺼냈다.
“자, 저를 한 번 보세요. 제가 좀 잘생기지 않았습니까?(웃음).
그런데 저의 선친은 더 잘생기셨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여성들로부터 ‘스카우트’가 들어왔고
그 때문에 저는 중학교 때까지 어머니하고만 살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함께 살았고요.
그때부터 파란만장한 날이 시작됐어요.
분노와 미움이 엉킨 나머지 깡패들과 어울렸고 경찰서를 들락거렸지요.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괴롭힐 수 있을까?
아버지가 괴로워하면 저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죽어버리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자살을 감행했습니다.
3일 만에 눈을 떴는데 오대산 월정사더군요.
옆에 계시던 큰스님께서 ‘자네는 다시 태어났네’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출가했다. 1971년의 일이다.
“깨어 있음은 곧 나를 아는 것”
“출가한 지 10년째 되던 해 인도에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1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죽을 듯이 앓았던 적이 있었어요.
아는 사람도 없는 곳이어서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때 ‘나’를 보게 됐어요. 이게 뭔가,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뭔가,
무엇이 두려워서 떨고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국에 온 후에도 뭔가가 부족해 큰스님들을 만나 뵈러 다녔는데
태안사의 큰스님께서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머리 깎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가?’”
되돌아보니 마음 깊숙한 곳에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걸 생각하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다 덮고 살았는데….
“지금 더듬어보니 그 마음이 지금, 현재의 제 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 달 반 동안 큰스님 옆에 기거하다가 어느 날 깨달았지요.
그리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1주일 동안 펑펑 울었어요.
그 순간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같은 세상인데 내 마음이 바뀌니 세상이 달라진 겁니다.”
그는 이 은덕을 어떻게 갚을까 하다가 자신이 가진 걸 나누자고 했고
그것을 템플 스테이에 연결시켰다.
“사실 불자들은 많은데 한 달에 한 번 절에 오는 불자는 3%밖에 안 됩니다.
요즘 말로 이건 경쟁력이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머지 97%의 시장을 봤지요. 블루오션이라고 할까요.
더구나 머리를 깎으면(스님이면) 50점 먹고 들어가지 않습니까. 허허허.”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이것이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관계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템플 스테이를 할 때마다 그가 불가에서 말하는 3업(業)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의 행동(身), 나의 생각(義), 나의 말(口)이 어떻게 ‘나’의 밖으로 나타나는지,
더 나아가서는 내가 추구하는 행복이나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경영학 용어를 중간중간 섞어 쓰던 스님은 설명을 위해 마침내 영어까지 썼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템플 스테이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영어로는 ‘Here and now’라고 하죠.
특히 지금 내 안에서 무엇이, 어떤 말이, 어떤 행동이 생겨나고 있는지 잘 보는 게 중요해요.
이걸 잘하면 내 마음의 주인이 됩니다. 못하면 노예가 되지요.
이것이 바로 깨어 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이 중요한 것은 깨어 있으면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인과관계라는 말에서 인(因)은 씨앗이고 과(果)는 열매입니다.
열매는 씨앗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부처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의 과거를 알고 싶으냐. 오늘 너에게 닥쳐오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너의 미래를 알고 싶으냐. 오늘 네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너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오늘 이 순간 늘 불평만 하면서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면 이치에 맞을까요?”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불평 불만으로 끝내지만
성공하는 이들을 보면 여기서 ‘나의 길’을 찾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1×2×3=( )에서 결과인 ( )을 바꾸려면 1, 2, 3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결과인 ( )만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1, 2, 3은 앞에서 말한 3업, 다시 말해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다.
이걸 바꿔야 목표가, 희망이 만들어진다.
그는 “내가 가르치는 게 바로 이 간단한 원리”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명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상하면 불안이 사라집니다”
일주일 전 인터뷰 날짜를 잡으면서 스님에게 특별한 요청을 했다.
“머리가 복잡한 비즈니스맨들이나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말씀해 주십사 하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이를 잊지 않고 있었다.
“기업체 연수를 해보면 회사의 리더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참 크더군요.
예를 들어 CEO가 불안해 하거나 불쾌해 하면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요.
경영자들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스님이 겪어보신 리더들의 마음은 어떠합니까?
“굉장히 불안해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너무 억누르지 말아야 합니다.
억누르다 보면 어느 시점에 폭발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항상 가장 안 좋은 상황, 악조건에서 폭발합니다.
안 좋을 때 본성이 드러난다고 그럴 때 속에 있던 응어리들이 쏟아져 나오죠.
그러면 다시 누르고. 이건 악순환이에요.”
-가끔 명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CEO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의 눈물과 일반인의 눈물이 다릅니까?
“달라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가요? 아무튼 100배 더 어려운 생활이더군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인들이 주로 눈에 보이는 부분을 참회한다면,
CEO들은 자기 살아왔던 삶에 대한 회한 같은 게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외로워해요.
스트레스를 풀어낼 시간도 없으니 ‘나’가 없는 겁니다.
항상 상대방을 의식해야 하고 어떻게 보여질까를 걱정합니다.
어디 가서 힘들다는 얘기 한 마디 못하는,
자신을 항상 드러내지 못하고 감춰야 하는 사람들이지요.
이러다 보니 속이 허해집니다. 공허한 것이죠.
이 공허함을 달래려고 술이나 골프 같은 특이한 것을 시도하더군요.
명상은 바로 이런 이들을, 쉬지 못하는 이들의 머리를 쉬게 하는 것입니다.
몸이 피곤할 때 푹 자면 되듯 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상을 하면 이런 불안이 사라집니까?
“내 몸, 내 마음을 관찰하면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불안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닙니다.
(순간 스님은 찻물을 버리는 손바닥만 한 그릇에 볼펜 뚜껑을 툭 던졌다.
고여 있던 물이 순간 심하게 출렁거렸다)
자, 보세요. 출렁임은 현상입니다. 그런데 왜 출렁이죠? 잘 안 보입니다.
이 출렁임이 가라앉아야, 평온해져야 이것(볼펜 뚜껑)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결국은 마음의 안정이 중요해요. 불안을 보게 된다는 것은 불안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불안을 바라보는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말씀 하나만 부탁 드린다”고 하자
스님은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한마디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요. 좋은 일이나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나쁜 일이나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일이 와요.”
마음을 편하게 하는 명상법
리더의 가장 큰 임무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면 모든 결정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마가 스님의 마음경영 명상법을 소개한다.
* 지금 있는 시간, 그 자리에서 자신이 뭘 생각하고 있는가를 본다.
마치 CCTV가 나를 비추고 있듯 지금의 나를 바라봐야 한다.
내가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가?
그렇다면 내 몸과 의자가 맞닿아 있는 바로 그 부분을 관찰한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가?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가를 관찰한다.
* 근심이 생겼다면 근심을 조용히 바라본다.
중간에 있는 ‘나’가 ‘근심1’에 눈을 돌리게 되면 거리가 생긴다.
근심에 휩싸여 있는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벗어나 ‘근심1’을 자세히 관찰하면 근심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현미경으로 유심히 관찰하듯 온전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삼매경이다. 불면증을 해소하는 방법과 비슷한 생각 전환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을 자려고 하면 잠은 더 달아난다.
차라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생각하는 게 낫다. 생각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 즐거웠던 생각을 한다. 이것도 에너지 이동이다.
내 기분이 좋으면 눈앞의 것도 좋게 보이고, 내 기분이 나쁘면 같은 물건도 나쁘게 보인다.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일체유심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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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가 스님
충남 천안 만일사 주지로 있다.
2000년대 초 이후 백제 고찰 마곡사를 템플 스테이의
대명사로 만든 주인공이다. 2006년 지금의 만일사로 옮겼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21세 때인 1971년
도선사에서 현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8. 2. 26
이코노미스트紙 / 마가스님 인터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