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읽고
김민정
글을 읽고 새롭게 알고 느끼게 된 점이 많다. 농아인과 난청인의 차이도 몰랐다. 수화의 중요성, 청각장애인의 불편에 대해서도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장애를 딛고 훌륭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받은 적은 있어도... 대표적으로 베토벤은 청각장애인이 되고 난 뒤 교향곡 ‘운명’을 완성했다.
소장님은 비장애인이 시도조차 쉽지 않고 합격하기도 어려운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 주택관리사 합격, 공인회계사 공부, ‘청각장애인인권문제연구소’비영리민간단체 설립, 운전면허취득 등 글을 읽는 내내 상당한 이력에 감탄했다.
더구나 장애인들에게 영화 관람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닌 극복해야할 또 하나의 난관이며 배리어 프리 영화처럼 상영하는 것은 차별이므로 이 부당함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준비중 이시거나,‘화장실문화시민연대’단체의 주관 하에 개최된 ‘공중화장실개설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방청객에게 주어지는 단 한번 뿐인 질문 기회를 꿰차 ‘사용중’알림판의 유용성 알리고 설치 촉구 의견을 내는 등 앞장서는 모습 등에서 영웅처럼 느껴졌다. 공중화장실 사용중 알림판은 비장애인에게도 정말 유용하다. 밖에서 똑똑 거리면 안에서 나는 어찌나 불안하던지 ...
운전면허를 취득하기까지의 과정,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TV자막방송이 나오지 않을 때, 버스 타는 곳을 물을 때 등의 난관의 순간에서는 정말 안타까웠다.
장애인들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잦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순간 느끼는 난감, 당혹감, 미안함 같은 감정까지 완전히 무뎌지는 것은 아닐텐데...
장애를 실감하게 하는 건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게끔 만드는 시스템이다. 장애인을 따로 분리하고 격리해서 비장애인의 편의를 세우기보다는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으로 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반드시 수화교육이 필요하다. 소장님 글 속에 ‘수화도 언어이기 때문에 수화를 배우다 보면 청각장애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사회가 아직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이유가 이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그들의 고충을 소리 높여 스스로 외칠 수가 없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좌절을 하게 된다. 이들을 위해 먼저 공공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거나 비장애인들의 수화교육을 확대해 일상에서 누구나 수화를 통한 대화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청각장애인인권문제연구소 부설 한국수화언어교육원에서 수화교실 초급과정을 수강할 예정이다. 심심할 때 유튜브에 ‘수화’검색해보고 관련 영상도 찾아보려 한다. 이것도 수화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10.TV자막방송’글을 읽고 우리 집에서 자막방송이 되는지 궁금해서 TV를 켰다. 예능프로 채널로 옮기고 설정에 들어가 자막설정을 ‘ON’으로 바꾼 후 처음에는 소리와 자막을 함께 켜놓고 시청했는데, 자막의 속도가 출연자의 말과 화면이 넘어가는 속도보다 느리다보니 소리와 함께 틀어놓았을 때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소리를 음소거 하고 화면만 시청해봤다. 패널들은 박장대소 하고 있는데 자막만으로는 그 만큼의 재미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보고 자막 읽고 눈도 바빴다. 자막도 끈채 화면만 봤을 때 절실히 느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자막방송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좁지만 유일한 ‘길’같은 존재구나...
소장님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어플이 있다. 구글이 최근 출시한 ‘트랜스크라이브’(실시간 자막)인데 직접 다운받아서 사용해 봤다. 설치 후 바로 사용가능하고 무료이다. 내 음성을 바로바로 자막으로 변환해주고 글자크기 조절도 가능하며 기대 했던 것 보다 정확도도 굉장히 높았다. 컴퓨터에 영상을 켜놓고 스피커 가까이에 폰을 갖다 대니 말소리가 신기할 정도로 글자 자막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말소리와 함께 들렸던 배경음악도 인식되어‘음악’이라고 함께 표시되었다.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생후에 사고나 재난,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노령으로 인한 장애인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도, 청력도, 기억력도 감퇴하면서 서서히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비장애인이라고 해서 우쭐댈 필요도, 장애인이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