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도에서의 아침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 타고 1시간 30분 들어오는 섬
간밤에 목청껏 우는 개구리 소리에
잠 못 들까 걱정이었는데 피곤했는지 잘자고
아침부터 계속 꼬끼오 울어대는 닭소리에
늦잠을 잘 수도 없다.
간단한 아침 식후
부지런한 일행들은 해변으로 조개 잡으러 나가고
늦잠 자는 사람...
난 잠 더 자기가 아까와
혼자 카메라 메고 동네 한바퀴 산책을 한다
해변이 있어 이 마을이 어촌 같아보인다
바다가 안보이면
평범한 농촌 같은 풍경
몇가구 안되고
그나마 거의 교회를 다녀서
이시간엔 교회 가고 마을이 텅 빈 느낌.
갈대와 바다
강화도 쪽 바닷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다
대문이 거의 오픈형이다
창고로 쓰는 건물 같은데
청색이 눈에 확 들어온다
햇살 비친 이파리도 이쁘고.
혼자서 동네 한바퀴 여유롭게 산책을 한다.
낯선 곳에서의
혼자하는 산책도 나름 괜찮다
파출소가 민박집 옆에 있는데
얼마나 한가로운지
경찰복 입지 않은 어떤 아저씨는
굵은 훌라후프를 돌리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경찰아저씨랑
열심히 대화중이다
철 대문 주위로 이쁜 장미 덩쿨이 만발
폐가 주위로 작은 보리밭도 있고
열린 대문안으로 들어가서
남의 마당에서 장미도 찍어보고
혼나면 어쩔려고.ㅋ
닫힌 창고문의 벽돌색도 이쁘고.
집 담벼락주위로 넓은 꽃밭이 있는데
엉겅퀴 지천이다
엉겅퀴라는 닉을 사용했던
지금은 떠나버린 그녀 생각이 난다
술과 또 oo를 좋아했던,독특하고 유머가 가득했던 그녀.
가끔씩 생각날거 같다
올만에 긴꼬리 제비나비도 찍어보고
담벼락 주위로 소담스레 피어있는 야생화도
사랑스럽다
바닥에 거슬리는 돌과 나뭇가지도 치워가면서 찍은 사진
왼쪽옆의 가지도 치울걸..
뾰족한 연필심 같이 잘 다듬은 장작
끝을 뾰족하게 하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걸까?
집주인이 보였는데 한번 물어볼걸.
이리저리 얽혀서
꼬일데로 꼬여 있는 요즘의 내마음 같아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엊저녁에 삼겹에 약간의 알콜을 마셨는데
우리방에 배정받은
1년만에 나온 언니가 양주를 주량 오버했나보다
방에 들어오더니
결국 현관에 토하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또 토하고.
내가 술을 입에도 못되는 사람 같았으면
더럽게 생각하고 토사물 치울 생각도 안했을테지만
나도 술을 할줄 알고 같이 마셨고해서
약간의 술기운도 있고
동병상련 같은것을 느껴서
군말없이 화장실에 있던 걸래로 고무장갑도 없이 다 닦아냈다
난생처음으로.ㅋ
같은방에 언니 둘이 누워있으면서도
시끄러우니 사태파악을 다하고
다음날 나의 행동을 칭찬 한다.
좀 쑥스러웠다.
칭찬 들을려고 한건 아니고 우러나서 한건데
막상 당사자 언니는 그 사실도 모르고.ㅋ
양주가 좋긴 좋은가 보다
아침에 그 언니 너무 말짱하다.
교훈 하나.
절대로 술은 주량보다 과하게 마시면 안되고,
술 섞어서 먹지 않는다.
나의 철칙이기도 하지만.
비어있는 집 같아보이는데
이사진 찍을려니
옆 집에 묶여있는 큰 개 두마리가 어찌나 짖어대는지
마을사람 셋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ㅋ
오래되어 친근한 님들과
주문도에서의 1박2일
5개월만에 나갔지만 낯설지 않고 푸근하다
간밤에 먹었던
삼겹살과 약간의 알콜은 good 이었고
낮에 먹은 조개 삶은 물에
한솥 끓인 합작품 수제비 맛도 일품이고
해변에서 잡은 백합도 회로 처음 먹어보고
고소하니 맛있다.
삶은 조개와 백합도 신선해서 넘 맛났고.
벌써 휴가 다녀온 느낌이다.
이렇게 행복한 한편의 추억이 또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