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로 김탁구 못지않게 식품업계에서 주목받는 경영인이 있다. 탁구처럼 유년기부터 빵냄새를 맡으며 빵에 '미쳐' 살아온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주인공이다.
양산빵과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도넛을 넘나들며 매출 2조5000억원을 바라보는 SPC그룹은 식품업계의 제빵왕이다. 현실 속의 제빵왕 허 회장은 드라마 속 김탁구와 묘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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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삼립식품 60년사 |
◇21세에 입사,
외환위기 때 모기업 인수해 살려내
허 회장이 부친이 경영하던 삼립식품에 입사한 건 불과 21세 때인 69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트럭을 몰며 판매처를 돌아 빵 시장 현황을 조사하고 기획안을 한뭉치 제출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SPC그룹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다.
허 회장은 81년 삼립식품의 계열사인 샤니 대표를 맡으면서 분리 독립했다. 당시엔 식빵 하면 무조건 샤니였다. 하지만 식빵라인의 2차 발효실은 섭씨 38도, 습도 75%로 땀으로 샤워를 할 만큼 정도였다. 일명 '사우나'로 불리는 2차 발효실은 모든 직원들이 기피하는 곳이었다. 이직률도 높고 1인당 생산성이 너무 낮았다.
그렇다고 주력제품인 식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허 회장은 2차 발효공정을 자동화로 전환할 것을 추진했다. 막대한 투자금을 우려해 곱지않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괜히 거액을 투자해 제대로 설비를 갖추지도 못하고 시행착오만하다 실패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었다.
허 회장은 자체 기술자를
모아 연구를 시작했다. 최초의 시도인지라 트레이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생지를 떨어뜨리는 일이 잦았고 구동 중 체인의 충격으로 트레이의 흔들림이 컸다. 다른 빵보다 무게나 부피 큰 식빵 생지 때문에 트레이에 하중이 걸려 구동 중 체인이 끊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6개월간의 연구 끝에 2차 발효실 자동화시스템이 가동됐고 식빵 자동화는 샤니 발전의 토대가 됐다. 외환위기 때 법정관리에 들어간 모기업 삼립식품을 허 회장이 역으로 인수해 살려낸 것은 제빵 하나에 매달려 혁신을 거듭한 결과다. 삼립식품 대표가 된 직후 제빵과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미국 유명제빵학교 AIB에서 제빵연수를 받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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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성 전 명예회장 |
◇팔봉선생을 능가한 인생의 스승, 고 허창성 명예회장
드라마 속 탁구는 팔봉 선생에게 "제가 만든 것은 빵이 아니고 그 분과의 추억이었다"며 부친이 빵을 만들던 모습을 추억한다. 허영인 회장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2002년 허창성 명예회장이 세상을 뜨기 전 "옛날 그대로의 크림빵을 만들어봤으면 한다"고 밝히자 허 회장은 60년대 추억의 맛을 그대로 살린 크림빵을 내놨다. 크림빵
마케팅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부친의
장례식에서도 조문객들에게 크림빵을 하나하나 설명했다고 한다. 불황으로 복고바람이 불면서 크림빵은 대히트를 쳤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모자란 점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큼은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
직업도 빵 굽는 일이요 취미도 빵 굽는 것이다." 허창성 명예회장이 생전에 자서전에서 밝힌 말이다. 허 회장의 철학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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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회장 |
◇주말에도 매장 돌며 현장경영, "빵은 생물이다"
허 회장은 드라마 속 김탁구처럼 현장을 중시한다. 빵은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신선한 원재료로 그날 만들어 그날 전국에
배송해서 팔아야 한다. 그때그때 직관에 따라 신속한 결정이 필수고 그 바탕은 현장경험에서 나온다는 게 허 회장의 소신이다.
그는 신제품 발표회에 반드시 직접 참석해 제품을 평가한다. 제품이 출시된 후에는 직접, 혹은 정기 시장조사를 실시해 고객만족도를 체크하고 생산에 피드백을 준다. 주말이면 브랜드 및 지역별 프랜차이즈 매장을 돌아본다.
SPC그룹의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은) 매장별로 잘 나가는 제품과 매출을 줄줄 꿰고 있어 임원진과 실무자들도 보고할 때 긴장을 거듭한다"면서 "어설프게 신제품을 선보였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진다"며 웃었다.
첫댓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