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지난호에서는 현재 일본에 진출중인 한국 작가들의 작품 성향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기보다는, 특정한 매니아 계층에 알맞은 작품이 많으며, 이러한 한계 때문에 소위 100만부 잡지로 불리우는 소년지 시장등의 일본 만화 업계의 핵심적인 부분에는 뛰어들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오늘은 말씀드린 대로 이에대한 대안을 조금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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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만화는 편집자와 2인 삼각으로 만들어가는 형태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 만화를 공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일본인 편집자에게 부탁하는 것은 안될까? | |
1 .첫번째 대안은, 다른 지면을 통해서도 몇번이나 이야기를 드린 것으로 일본의 만화 편집부에 일종의 편집 하청을 주는 방안이다. 현행의 한국 만화가들은, 뛰어난 만화 문법과 능력을 갖추었던 한국내의 선배 작가들 층과의 역사적 단절(여기에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은 만화방 체제에서 잡지만화 체제로 변화하게된 한국의 만화 체제 변화이다), 여러가지 정치적 문화적 상황에 의한 일본내의 서브 컬처적인 만화 유입으로 등등 여러 원인으로 인하여 일본의 주력 시장에서 통용되는 만화 문법이나 캐릭터 구조등을 완전히 습득할 수 없었다.
이것을 일본의 현지에 맞도록 새롭게 만화 문법을 제안하고 만화 제작시에 적절히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일본 편집인원을 물색하고 이들에게, 한국 만화 작가가 일본 만화 시장안에서 만화 상품을 출간할 때 나오는 이윤의 일부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구체적으로 두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하나는, 현재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방식을 응용하는 것이다. 현지의 에이전트 등을 통하여 현지 출판사 편집부에게 한국 만화작가를 제안하고 이들의 잡지에 한국작가의 작품을 싣는 것이 그것이다. 실재로 현재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작가들 대부분이 한국의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이와 비슷한 방식을 통해서 일본에 진출하고 있다고 보면 옳겠다.
다만, 이런 작가들의 진출을 한국의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생각하여 작가의 원고료 등에 대한 투자분을 한국 출판사 등이 부담하고 한국 만화 시장안에서의 그 만화 상품에 대한 판권이나 출판권 등은 보장받는 형식등으로 체제를 구축해나가자는 것이다. 만일 제3국에 이 만화들이 팔려나갈 경우에는 투자한 지분만큼 그 이윤을 나눠가지는 형태로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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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유명 만화의 상당수가 전문편집 프로덕션에 파견된 일종의 외주사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한국에 의외로 전혀 알려져있지가 않다 | |
둘째는, 한국의 출판사 혹은 작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의 인원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가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긴난샤나 다이나믹 프로등의 편집 전문 프로덕션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일본의 각 유명 출판사로 자사의 편집자를 파견하여 만화 상품을 제작하는 중이다. 실재로 이들 전문 편집 인원들을, 파견사원 형태로 고용하고 있지 않은 유명회사는 별로 없으며 실적도 상당하다. 최근에 등장한 가장 유력한 스포츠 만화인 [크게 휘두르며]나 밀리터리 액션과 미소녀 요소를 적절히 배합한 [블랙라군]등등의 유명한 만화들 상당수가 출판사 정규직원이 아닌 이러한 파견 편집 사원들의 손에 만들어진다.
이들의 손을 빌려서 일본에 통용되는 한국만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만화잡지에서 이들은 상당한 베테랑들로 통하지만, 출판사 정규 사원만이 위로 진급하여 편집장까지 맡을 수 있는 전통 때문에 다른 형태의 인력 적체 현상을 겪고있는 중이다. 이런 그들에게 한국의 출판사나 작가들이 접근하여 일본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획을 하청을 맡기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가 될지도 모른다.
2 .둘째는, 아주 장기적인 것으로, 한국 만화 체제 안에서 만화 자체의 정의에 대해서 재고해보는 것이다. 현재 한국 만화계 안에서는 만화 제작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높은 뎃생력이나 캐릭터의 비주얼적인 디테일을 세밀하게 살려내는 것에만 그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일본 만화 편집에서 만화를 평가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페이지 안에서의 컷의 배분과 컷의 배치,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 안에서 주인공이 가진 캐릭터 성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이것이 만화가 제공하는 설정 안에서 어떻게 다른 캐릭터와 충돌하게 되는가 이다.
또 한가지는, 어쩌면 이것이 한국의 만화 작가들이 현재 일본에 진출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일본에서 만화는 철저히 “독자”를 의식하고 만들어지는 존재다. 창작자의 두뇌 안에서 완결성을 가지는 만화가 타인에게 전달되게 위해서는 대단히 고도의 표현력과 상당한 노력이 전재가 되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만화가 자랑하는 그럴싸함-즉, 리얼리티가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권위적인 유교문화나 군사정권 하에서의 언론 탄압에서 비롯한 만화 차별로 타인에 대한 철저한 배려를 할 여유를 전혀 가지지 못하고, 일단 폭력적인 검열이나 위압적인 타자의 시선에서 자신의 표현물을 지키는 쪽으로 작가 의식이 굳어져 왔다. 더하여 만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자신의 표현물을 보여주고 수긍을 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적인 리얼리티 보다는 그림같은 외형적인 리얼리티와 디테일 업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 만화계는 사정이 좀 다르다. 물론 만화 자체에 대한 폭력에 가까운 처우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하여서는 많이 개선이 되었다. 따라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만화 시장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사볼 사람들을 전재로 한 만화 문법의 재확립을 생각해볼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한다.
아니, 이는 상당히 시급한 문제다. 당장 우리는 일본 만화계에 진출하는 것을 전재로 깔지 않더라도 한국 만화 시장안에서 이들 만화와 치열한 경쟁을 하여야한다. 그러니 그네들이 가진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이해하고 연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즉, 이 두번째 제안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만화 정의에 대한 교육과 만화가들 안에서의 인식 마련을 제안드리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만화 출판사나 만화 관련 기관들이 나서서 만화 자체에 대한 깊은 토론과 의견교환-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것을 제안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