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을 가진 유학생이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후 신체검사를 통과해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중학 3학년 때 유학을 떠나 현재 조지워싱턴대 2학년을 마친 조재영(21)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씨는 마이너스 12디옵터의 고도(高度)근시로 2008년 여름 징병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09년 여름 서울에서 수정체와 동공 사이에 렌즈를 끼워넣는 고난도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후, 12월 재(再)신검에서 현역입영 판정을 받아 9일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조씨는 미국 영주권자여서 학업 등을 이유로 신체검사를 연기하다가 35세가 되면 병역이 면제될 수 있다. 그런데도 조씨는 현역 자원(自願) 입대를 선택했다. 조씨의 형 재석(23)씨도 미국 영주권자인데 2007~09년 현역 군대 생활을 마친 후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두 형제의 아버지인 비트컴퓨터 회장 조현정(52)씨도 1970년대 후반 왼쪽 귀 고막 이상으로 군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신체조건이지만 이를 숨기고 논산훈련소에 입대했었다고 한다. 훈련소의 2차 신검에서 고막 이상이 드러나 퇴소 처분을 받고서야 보충역으로 병역을 마쳤다.
조 회장은 평소 두 아들에게 "군 입대를 의무라고 여기지 말고 기회라고 생각하라"고 가르쳐왔다고 한다. 군 생활이 신체를 강하게 만들고, 극한상황을 함께 겪은 전우(戰友)를 갖게 되고, 무엇보다 국가관이 생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커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모가 좋은 말을 해줘도 아들이 거부하면 자식 이길 부모는 별로 없다. 조 회장 아들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에 흔쾌히 동의, 둘째아들은 수술까지 받고 입대했다.
우리 사회에서 조 회장 3부자 이야기는 희귀한 사례다. 누구는 일부러 어깨를 빼서, 누구는 무릎 연골을 잘라서 군대를 안 갔다는 이야기뿐이다. 지도층에서도 군대를 제대로 마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조 회장과 그의 아들들로부터 우리는 감동을 선물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