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가 지도 신부로 있는 기도모임에서 야외미사 겸 기도회를 시외에 나가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북한강변을 따라가다가 수능리라는 동네 안쪽으로 들어간 산, 들꽃이 아름답게 핀 곳으로 나들이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모여 차 몇 대에 나누어 타고 가게 되었는 데, 저는 기도 모임에서 비교적 젊은 자매님들이 탄 차에 함께 타게 되었지요.
사실은 그날 그 차의 기사를 맡게 된 자매님이 길을 잘 모른다고 하여 원래 타려고 했던 차에서 바꿔 탄 것이지요.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처음에 같이 타고 오기로 했던 자매님이 농담으로 저에게 말을 건넸지요.
“영 레이디 (Young Lady)들과 함께 오셔서 좋으셨지요?”
저는 Young Lady라는 말이 신선하게 들리고 그 말을 들은 같이 차를 타고 온 자매님들이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에 자매님의 물음에 대한 답과는 상관없이 말했지요.
“Young Lady라고 하시니 이분들이 기분이 좋으시겠네요.”
저는 단순히 같이 타고 온 분들도 차 안에서 아들, 딸 결혼시킨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같이 온 50대 초반인데 Young Lady라고 들으니 무척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말인데 듣는 분은 제가 Young Lady들과 함께 와서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Young Lady들이 저랑 함께 와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 것 (왕자병이지요.)으로 듣고 제게 말했지요.
저에게 재미있는 것은 모두 ‘지랄맞다’는 ‘지’가 다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지랄맞은 면이 있지요. 성깔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심리학에서 ‘에니어그램’이나 ‘MBTI’ 등의 성격 유형으로 사람을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 신빙성에 대해 회의를 품는 사람입니다마는 제가 ‘오이지’인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정확하게 제 성격을 표현할 수가 없다고 속으로 경탄하였답니다.
어제 이냐시오 영성 연구소에서 하는 월례 피정을 지도하게 되었는데 제가 당장 소화제로 이 ‘오이지’를 써먹었지요. 그런데 쉬는 시간에 원래 저를 알고 제 강의를 들으려고 일부러 왔다는 어느 분이 제게 오더니 말했답니다.
“신부님, 저는 B형이지만 전혀 ‘오이지’가 아닙니다. 남들이 저보고 천사라 해요.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 아니고 늘 남을 먼저 배려하고 착한데요. B형이 다 오이지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제가 말했지요.
“아, 분명히 자매님은 천사 맞습니다. 그런데 천사에도 여러 종류의 천사가 있답니다. ‘천사론’이라는 책이 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제가 그냥 ‘자매님, 천사 맞습니다.’라고 하고 끝냈으면 그 자매님이 기분이 좋아서 갔을 텐데, 저는 그만 천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하여 그 자매님의 심기를 긁어 놓았으니, ‘오이지’임에 틀림이 없나 봅니다. 하하.
저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고 고유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몇 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마는 사람들이 정말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알고, 그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한다면 얼굴이 같은 사람이 없듯이 성격이나 생각이나 사고가 똑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서로 다름이 모여 세상에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지금 ‘촛불시위’를 놓고 진보와 보수로 국민을 가르고 서로 대립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서로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조화와 화합을 이룰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이지’도 ‘소세지’도 ‘단무지’도 ‘지지지’도 각자는 다 ‘개지랄’, 개성 있고, 지성 있고, 발랄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이지’와 ‘소세지’와 ‘단무지’와 ‘지지지’가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는 세상을 꿈꿉니다.
첫댓글 에고~ 더운 여름 밤에 더 덥다~~~?
유해욱 신부님은요 강의는 참 재미 없게 하시는데 글은 재밋게 쓰셔요. 말솜씨와 글솜씨가 따로 있나봐요. 강의는 참으로 심심하고 따분하게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글은 안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