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학급은 6·25 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1960년대 서울엔 학생이 1만명에 이르고 한 반 100명 넘는 초등학교가 수두룩했다. 비가 오면 운동장에서 대기하던 오후반 아이들이 우르르 비를 피해 교실로 들어와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다. 교실엔 2인용 책걸상 40여개로 꽉 차 교실 통로조차 없어서 선생님들은 교실 안을 오가며 개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정부는 62년부터 가족계획 사업에 나섰고, 1983년 7월 인구가 4000만명을 넘어서자 더 세게 산아제한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사정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1만4452개나 되던 초·중·고교가 올해까지 다섯 중 하나꼴로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는 셋 중 하나가 사라졌다. 학교 통폐합과 상관없는 것 같던 서울조차 올해 강남의 2개 초등학교가 합치기로 했다. 서울 상명여중도 학생 감소를 피하기 위해 개교 73년 만인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바꾼다.
▶올해 서울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28.9명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 20명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어제 나왔다. 초등학생 수가 작년보다 3만5000여명 줄어 59만8000명까지 떨어진 탓이다. 중학생도 35만5000명으로 줄어 학급당 학생이 0.3명 감소한 34.4명이 됐다. 반면 교사는 늘어 교사 1명당 학생이 초등학교 20.6명, 중학교 18.8명으로 뚝 떨어졌다.
▶학급당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교사들이 한명 한명 제대로 가르칠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투자를 잘한 결과라기보다 저출산에 따른 현상이라는 게 씁쓸하다. OECD 평균 21.5명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기도 하다. 인구 감소시대를 맞아 어떻게 교육의 질을 높여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