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포교사가 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발을 들여 넣고는 하루하루 부처님법을 공부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불심의
인연끈이 칭칭 저를 감고는 놓아주지 않더군요. 예전엔 그렇게도 어렵게만 보였던 경전내용들이 조금씩이나마 향기를
드리워 줄 때, 무한한 환희심을 느꼈습니다. 한자, 한문 투성이던 경전들이 처음엔 읽기조차 힘들었었는데
어느날 저도 모르게 외워지고, 법성게, 무상게, 천수경, 임제선사와 황벽선사의 선시를 비롯하여, 장엄염불과 금강경까지도
목탁장단에 춤을 추는 것을 발견하곤 부처님법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아마 판검사 고등고시도 식은 죽 먹듯이 쉽게 패스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놀라움을 발견했습니다.
멋모르고 금정중학교에 갔고, 멋모르고 그간 동국대도 가고, 멋모르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행사동참도 하고,
멋모르고 요양원도 가보고, 영안실도 가보고, 구치소도 가보고, 군부대도 가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포교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게하라고 하셨습니다만, 저의 그간 몇 개월의 행적과 마음챙김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너무나 미묘함은 왜일까요? 지난주 통도사에서 자비 참법 기도를 한 후로는 함부로 제발과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두렵군요. 혹시나 저의 발걸음에 미물이 다치거나 생명을 헤할까봐 겁도 나구요. 설법전에서 새벽예불을
마치고 약 2시간여 휴식시간이 있었을 때, 부처님 인연법에 의해 맞이한 소중한 통도사에서의 하루밤을 피곤을 이유로
눈을 부치는 것은 부처님께 불경한 행동같아 관음선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수전명도반님과 통도사 전각을
모두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설법전을 나와 먼저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금강계단부터 탑돌이를하기 시작하여 상로전의 대웅전,
나한전, 명부전, 삼성각, 산령각, 일로향각, 세존비각을 돌아보고, 중로전으로 내려와서 관음전에 들러 잠시 예불을 한 다음
개산조당, 해장보각, 용화전, 장경각, 대광명전, 전향각, 영각, 황화각, 불이문의 천정 종보에 있는 코끼리와 호랑이를
둘러보고, 하로전으로 내려와서 영산전, 극락전, 약사전, 범종각, 가람각, 만세루, 천왕문, 일주문을 돌아보느라 정신없이
걸어다녔습니다. 지금껏 통도사를 여러차례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날 새벽 주어진 2시간여만에 그렇게 많은 전각을
둘러본 것은 처음이였으며, 일반 신도나 방문객이 거의 없는 조용한 새벽에 전각들을 둘러보는 재미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격이였습니다.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이날 저에게 이런 소중한 인연을 닿게 해주신 포교국장님, 단장님,
사무국장님, 13기 도반님 모두에게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가피력이 늘 함께하고 좋은 인연 복짓는 생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울산 사찰문화해설팀 평담 합장.
첫댓글 평담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덩달아 환희심을 느낍니다... 새벽의 전각순례를 진작 알았더라면,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십사 했을 걸...(^^) 저는 그런 생각도 못했답니다. 저 역시 멋모르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없이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들이란 생각은 변합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인연들께 그저 감사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다음 좋은 시간엔 뜻맞는 도반들도 불러 주세용...)^__^ _()_
평담님! 도반님 전에 합장배를 드립니다. 부디 조속한 성불을 이루시어 몽매한 중생들을 빠짐없이 건져주시옵기를 발원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