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생활

[청석 임병식]

애석생활

임병식 rbs1144@daum.net

 사람은  자기가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는 주목하게 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아서 어디서 수석에 관한  글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읽어보게 된다. 수석은 주로 동양삼국, 한국과 중국, 일본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글에서 서양인도 수석에 대한 대단한 안목을 지니고 있음을 알았다. 

앙드레 브로똥이란 프랑스 작가인데  이런 글을 써놓고 있었다. "돌은 귀를 이울리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며 가까이 하면 태고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대단한 안목이다.

엊그제였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정도전 선생을  검색 하다가  당신의 저서  삼봉집(三峰集)에서 관심이 가는 글 한편을 발견했다. 1374년 삼봉선생이 33세때 나주 회진으로 귀양가 있을 적에  어떤 사람을 만나서 기록한 것이었다.

 거기에서 언급된 인물은 신창부(申昌父).  그는 돌을 아주 좋아 했다.   일찍이 벼슬길에 올랐으나  본시 성격이 곧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여 자주 신진세력과 충돌을 하다가 관직에 버리고 나주 고을에 낙향하여 살았다. 그는 수석을 벗하며 지냈다. 다음은 삼봉선생이 전하는 내용이다. 

  "큰 돌은 수레에 싣고 작은 돌은 우마 등에 싣고, 그보다 더 작은 돌은 하인을 시켜 지게에 지워서 가져왔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은 본인이 직접 가져다 날랐다. 그런 돌 중에는 모나게 생긴 돌, 창끝같이 뾰족한 봉우리가 있는 돌. 단정하게 쳐진 것, 청수한 군자의 모습인 돌, 이밖에도 가파른 언덕 위에서 범과 표범이 성난 표정을 하고 있는 것, 양떼가 장난을 치고 있는 돌, 옹기종기 머리와 꼬리를 맛 대며 노는 물고기 떼 등 여러 종류들을 다 문장이 모자라 적기가 어렵다".

  이로 미루어 보아 많은 돌을 집안에 가져다 놓은 모양이다. 그러면서 신공도 이것을 석정(石亭)이라고 한다며 아마도 인생무상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것을 보며 내가 반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때부터도 우리나라에 애석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 기록으로야 이미  3천 년 전 중국의 최고 지리서 <서경>의 우공 편에  돌을 가까이 한  정황이 보이고 주나라 초기의 <시경>에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시대는 한참 이후지만  조선 전기 성종 때 사람 강희안(1474)이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수석의 양생법과  연출기법을 기술해 놓고 있기도 하다.

 한데 그가 돌을 좋아하여  하인을 부려서  돌을 모았다는  대목은  돌에 심취했음을 알 수 있어  특별하게 느껴진다. 삼봉이 그가 모아둔 돌을 보고 표현한 것을 보면 물형석이나 괴석 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당대에 보기드문 애석가가 아닌가 싶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초기의 애석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세기에 들어서 애석문화가 정착되고  이때에 이르러  이름 있는 애석인들이 많이 나왔다. 우선 손꼽을 수 있는 사람으로 황산(黃山) 김유근(金逌根.1785-1840)선생과,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선생, 자하(紫霞)신위(申緯.1769-1845)선생과 ,옥수(玉垂) 조면호(趙冕鎬. 1804-1887)선갱을  들 수 있다.

 황산과 옥수, 추사선생은 상호 교류가 많았다. 그러나 옥수 선생은 조금 후대 사람이다. 하지만 추사와는 인척관계이고 자하 선생에게서는 글을 배웠으며 황산에게는 돌을 얻어오기도 하면서 가까이 지냈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 수석문화가 활짝 꽃을 피우게 되었다.  유명한 애석시 애십일석(禮十一石)의 시도 이때에 나왔다. 수석 열점을 배열해 두고서 시를 지은 것인데  이 시는 한때 지은이가  잘못 알려졌다. 단계(丹溪) 김영면(金永冕)선생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는  선생이 당대 시(詩).서(書).화(畵).금(琴)에 두루 뛰어나서 그 명성에 기려진 면이 있엇지 않나 한다. 

 그런데  틀린 부분을 근래 조상재 선생이  바로 잡아 놓았다. 그가 자하선생을 비롯해 이인문등과 어울리고 시문에 뛰어나기는 했으나 비교적 이른 나이인 30세 전후하여 작고했고, 달리 벼슬길에 오른 사실도 없는 것을 춥적하여 알아낸 것이다.

 예십일석은 돌마다 예를 갖추어 쓰면서 누구로부터 선물 받은 돌인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즉, 둘째 돌은 황산 김유근, 넷째 돌은 해장 신석우, 다섯째 돌은 박기수, 여섯째 돌은 우산 이승원이 금강산에서 가져온 돌등.

 이 시대는 정치적으로는 세도정치가 굳건히 자리 잡은 시대였다. 정조임금이 승하하자 1800년에 아들 순조가 나이어린 8세에 왕위에 올랐는데, 이때 부원군이 김조순이었다. 그가 바로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연 사람이다. 처음에는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했으나 이후 권력은 김조순에게로 집중되었다.

 딸은 순조의 정비 순원왕후가 되고, 장남 김유근은 나중에 영의정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이 집안에서는 효명세자비를 제외하고 헌종의 비, 철종의 비를 계속 배출했다. 그러다가 후사가 없게 없게 되자 조대비와 대원군의 결탁으로 고종을 내세움으로써 왕비도 다른 외척으로  교체가 되었다.

 이 시기는 천주교 박해도 극심하고, 정적제거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다산 정약용선생이나, 추사 김정희의 유배생활도 이때에 일어났다. 그러한 정치적 암흑기에 수석문화가 피어났다는 것은 아니러니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그런 문화 활동이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한때는 실권자인 영의정 황산 김유근과 추사는 글씨를 주고받고 수석을 감상하며 교유했으나, 추사가 귀양 시에는 끝내 풀어주지를 않았으니 본래 정치의 세계란 그처럼 비정한 것인가.

 알고 보면 하찮은 윤상도의 상소내용을 손봐준 것이 죄목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도 중한 죄였던 것일까. 그렇기는 해도 막막한 시대에 수석문화는 조금은 숨 쉴 공간을 확보해 주지 않았나 한다. 2,000여 년 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예술이나 교육은 자연의 부속물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땅의 기록이자 자연물의 소산인 수석은 그 앞자리에 있는 것이 아닐까.

 조선시대 시인 강추금(姜秋琴)은 ‘30년 괴석과 함께하니 책상머리에 명산들이 우뚝하다’ 했는데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항석 김용진 같은 이는 돌을 얼마나 사랑했던지 운명할 때는 함께 묻어달라고 했다는데, 혼란한 시대에 자연의 정취에 빠져 지내는 것도 무의미 하지는 않지 않을까 한다.

 해서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수석에게 만큼은 마음이 변함이 없고  누가 알아주나 알아주지 않거나 개의치 않고   가까이 하며 애지중지 한다.(2023)

[인제 김권섭]

수석 얘기가 삼봉집 그리고 양화소록을 거쳐 19세기 황산, 추사, 자하, 옥수에 의해 활발했군요!
강추금 말 처럼 책상머리에 명산들이 우뚝하다 했으니 수석 생활은 자연과 함께 즐기는
멋진 삶인가 봅니다. 청석님의 애석 생활을 흠모합니다.
수석과 함께 남은 삶도 풍요롭고 여유로운 멋진 삶이 되시기요.
좋은 수석 얘기 감동입니다.^^

[청석 임병식]

애석생활은 언제나 즐겁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참된 벗이 아닌가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삼봉의 애석인에 대한 글을 접하고 글을 올렸습니다.

[人山 이희순]

우리 수석의 역사를 일별합니다
수석의 크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수석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자연이 빚어 낸 조각이며 회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생님의 수석 사랑이 은은한 향기를 품은 작풐 잘 감상했습니다

[청석 임병식]

수석은 늘 나의 관심사여서 수석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움이 됩니다.
옛분들이 애석생활을 한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정서적이고 마음이 여유가
있었는지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