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10월에 발표한 첫 앨범. 그 뒤로 1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이승환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약 18장의 앨범(정규, 비정규 앨범 포함)과 드림팩토리라는 회사의 사장으로, 그리고 한 여자의 든든한 남편으로 변해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지겹도록 들었을 만한 ‘어린 왕자’ 라는 닉네임은 이제 ‘마흔 살의 유부남’이라는 호칭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승환의 음악만은 항상 젊은 열정과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를 칭하는 ‘어린 왕자’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만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마치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싱싱한 피를 어디선가 수혈이라도 받는 듯이 말이다.
이승환식의 유쾌하고 착하게 세상 살아가기와 행복에 관하여, 세상 비틀기와 은유와 비유들이 담긴 8집 [karma]. 7집 [Egg] 이후 거의 3년 만에 나온 앨범인지라 많은 이승환의 팬들은 반가움으로 그의 앨범을 맞이 할 것이며, 강한 임팩트를 선사하는 타이틀곡이자 가사 또한 뇌리에 깊이 남는 ‘심장병’, 불혹의 나이에도 잃지 않는 소년다움을 간직한 순애보 사랑 ‘나무꾼의 노래’, 이승환의 비틀기 ‘퀴즈쇼’, 지누와 새롭게 도전한 ‘변종’ 등 앨범에 속한 트랙들은 꼼꼼한 그의 성격을 보듯 한 곡 한 곡이 밀도 높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앨범을 발표하기 전, 그의 사무실이자 작업실인 드림팩토리에서 이뤄진 인터뷰. 채림과의 결혼으로 아직 ‘초절정 신혼기’를 맞고 있는 이승환의 얼굴에는 행복의 웃음이 연신 가시지 않았지만, 앨범 얘기나 음악계 전반의 힘든 상황들을 얘기할 때면 그는 뮤지션으로서의 고뇌와 아쉬움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그의 얼굴에는 새앨범 발표에 대한 긴장감과 설레임이 공존했으며, 드림팩토리의 사장으로 쇼비지니스적인 측면에서 그의 솔직한 얘기들이 나올 때면, 이승환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잊지 않았던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진중한 자세로 얘기하고 있다. 또한 음악을 위해 열심히 내달리고 있으나, 어려운 현실에 주저앉고 싶어하는 많은 뮤지션들의 큰 형으로 이 개탄할 만한 음악계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자신이 누렸던 것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후배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 또한 이 인터뷰에 전하고 있다. (참고: 앨범 발매 전, 아직 앨범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 일찍이 진행한 인터뷰라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Tubemusic) 8집의 타이틀곡 ‘심장병’이 인상적이다
이승환) 일단은 늘 제가 소심증이 있는 게 나는 타이틀곡을 못 쓸 거야. 난 타이틀감은 아니야. 자기비하가 심해요. 피해의식도 있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제가 13곡 중에서 가사를 11곡을 썼는데, 2곡을 다른 분께서 쓰셨어요. 이규호가 쓴 거랑 타이틀곡 심장병은 조은희씨가 썼어요. 조은희씨는 친분이 개인적으로 전혀 없었구요. 여러분한테 맡겼는데, 제가 테이 노래를 듣고 가사 너무 잘 썼다라고 생각하고 염두를 하고 있다가, 아는 지인들을 통해서 썼어요. 그 중에서 조은희씨의 가사가 역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1위로 등극하셔서..3-4번을 수정을 했어요. 한 번 만나고 전화로 계속 수정하고, 역시 맡기기를 잘 했다..특히 결혼을 한 후에 사랑에 대한 가사를 쓸 때, 일단 좀 이번 가사는 정말 대부분 상상에 의해서 쓴 거예요. 경험이 아니예요. 혹시라도 대중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그로 인해서 우리 림양 이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그래서 더 피하고 싶었어요.
Tubemusic) 결혼을 한 후, 이별을 주제로 한 사랑노래를 부르는 일, 힘들지 않았나?
이승환) 그렇죠. 제가 녹음할 당시만 해도 9개월 정도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그 때가 초절정 신혼기를 맞이할 때 였어요. 결혼한 후 1개월 후에 중국에 가서, 9개월 후에 오고 참 좋을 때 녹음을 했기 때문에 저도 신경이 쓰였는데..어떻게 극복을 했냐 하면 노래할 때마다 연애시절에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을 하면서, 간혹 티격태격하면서 며칠 헤어지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서 억지로 했죠. 하지만 15년 동안 그렇게 그런 가요씬에서 하다 보니까 연기자들이 절로 눈물을 흘리듯 그런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Tubemusic) 8집 타이틀이 [karma]다. karma 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다면?
이승환) 일단은 예전에 사이클, 윤회라고 5집에서 했었고, 개인적으로 제 기본 정서가 불교집안이고, 우리 림양도 불교이고, 그런 영향권 안에 살다 보니까 늘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고..우린 데이트를 절로 간 적도 있었고..전체적인 느낌을 생각하다가, 늘 사람 사는 얘기를 하는 건데, 이번에는 사람 관계에 대해서 깊은 말들을 하고 싶었어요. Karma 라는 것이 업이라는 뜻을 떠나서, 인과응보 라던지, 인연이 라던지 이런 것들…저는 또 분노와 배신에 대해서 많이 쓰잖아요. 인과응보라는 말이 좋았어요. 앨범의 수록곡 중에 'karma' 라는 곡이 있기 때문에…그리고 동명타이틀로 붙이는 노래가 있잖아요. 그런 것도 해보고 싶었고…
카르마의 가사를 쓰면서 업에 대해서 많이 찾아봤어요. 업이라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게 극단적인 사상 이더라고요. 우리는 쉽게 운명은 개척하면 되 이렇게 생각을 하잖아요. 그게 아니고, 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순응하면서 살아! 그래야 다음 내세에서 그것에 대한 복을 받는 거에요. 그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노력하지 말라는 뜻보다는 세상에 순응하라는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소박하게 분수를 알고 살라던지, 자기 자리, 위치를 찾는 거 라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오히려 좋았어요..이제 노력하지 말아야 겠다..(웃음) 사람은 욕심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저 같은 경우도 음악이 한 자리에 머무르면 쪽 팔리잖아요.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게 제가 타고난 운명, 업 같았어요. 되게 멋있는 사상 같고..타이틀로 하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Tubemusic) 이승환의 앨범을 듣다 보면 앨범 앞 부분은 이승환의 모토라 할 수 있는 ‘착하게 살자’는 의미가 두드러진다면, 앨범의 후반부에는 분노, 비틀기 같은 주제들이 양면으로 나뉜다. 이렇게 구성을 하는 이유는?
이승환) 그건 예전에는 반반씩 확연하게 나누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엔 확연하게 나눴어요. 7번까지 딱! 결국 대중성이죠. 사람들이 나한테 바라는 기대와 이미지…7번까지는 착하게 살자, 순애보의 듣기 쉬운 이런 식의 가사들..업소, 카페에서 겁겁한 곡들은 뒤로..그래서 이번 앨범의 배치는 7번까지는 편하게 들으세요. 8번부터는 지겹거나 징그러워할 수 있는 곡들을 뒤로 가게 하고…
Tubemusic) 후반부에서는 아주 센 록 적인 곡이 있는가 하면, 롤러코스터의 지누가 쓴 곡인 ‘변종‘은 이승환의 색깔과 다른 곡이기도 하다.
이승환) 그렇죠. 지누와 저와 같이 작업을 했는데 변종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듣기 겁겁해 했어요. 그래서 그건 리듬이 있고, 흥겹고 그렇지만 혹자는 우리 회사에서는 앨범에서 빼도 옳다라는 의견도 많았어요. (웃음) 그 곡이 앨범 전체에서는 섞이기가 굉장히 힘들 수 있어요. 저희가 이번에는 마스터링을 최초로 저희가 안 갔어요. 사실은 제작비의 문제도 있고. 저희는 한 번 갈 때 3명씩 가는데 비행기 값이 2년 전보다 2배가 올라서, 못 가겠더라구요. 그래서 보내놓고, 수정에 수정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변종을 가지고 트랙 배치를 얘기하고 있어요. 이제 정해졌어요.
Tubemusic) 8집이 7집처럼 더블 cd로 기대를 했던 팬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승환) 7집은 서른 곡 이상을 작업했었어요. 그 중에서 23곡을 추려서 넣은 것이었는데..그때 제가 인간 밑바닥을 경험을 해봐서, 너무 예민한 거예요..서른 곡을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작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공연이 있었는데..제가 예민해져서 사람들한테 못되게 하고, 약간의 편집증도 있으니, 한 곡 한 곡 안 넘어가니까..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문제도 있고, 제작비 문제도 있었죠. 앨범이 안 나갈 것을 뻔히 아는데 제작비를 무리하게 쓸 수 없다. 사실은 제 앨범이 다른 앨범의 6-7배 들어요. 평균 제작비 중에 녹음비만 4억이 넘는데, 절반이라도 줄여보자..도저히 안되겠다..손익분기점을 못 넘기겠다..그래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그렇게 작업을 한 거였죠. 미국 뮤지션들은 썼지만, 엔지니어를 쓰는 것도 대폭 줄였고, 믹싱을 다 드림팩토리내에서 다 하고, 편곡도 성제(황성제)가 가서 다 한다던 지, 내가 가서 세션만 이렇게 저렇게 해라 라고 말한다던 지. 10년의 노하우가 있어서..야매로 하는 법도 알게 되었고. 편곡자나 프로듀서가 미국사람들이 아니라서 우리가 정말로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아끼게..기본 리듬만 드럼이 들어가야 되니까 녹음실에서 하고, 나머지는 작은 스튜디오, 엔지니어 집에 차려진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했어요. 집을 다 전전했어요..힘들게는 했는데, 이번처럼 녹음이 순탄한 적이 없었거든요. 예전에는 미국 가서 녹음을 하면 마음에 안들어서 다른 연주자 찾아서 녹음하고 한 녹음을 4번 바꾸고 그랬는데..이번에는 순탄하게, 싸게 한 것 같아요. (10년의 노하우가 이럴 때 발휘가 되는 것 같다.) 그렇죠. 어려울 때, 정말 아껴야 될 때..
Tubemusic) 항상 이승환을 발라드와 연관시키는 대중이 많다. 하지만 항상 이승환은 록을 기반을 두고 진행해왔다. 이번 8집 같은 경우는 더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가는 것 같은데..
이승환) 네! 그렇게 하죠. 팬들한테도 공헌한 바가 있었는데 내가 4집 때 한번 확 바뀌었으니, 그 배수인 8집에 한 번 변해야 되지 않겠냐. 이번에 중점을 둔 것은 모던해져야 된다는 것이예요. 나이 들었다고 트렌드에 뒤쳐진다거나 그러면 안되겠다. 사실 마스터링은 저의 의지는 아니었어요. 마스터링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테드 젠슨 (예전에도 한번 작업을 한 적이 있지 않았나?) 아니요. 한 번도 안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캘리포니아 이쪽이 좋지 동부를 안 좋아하고, 날씨도 안 좋고…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람도 이상하게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좋고..사운드도 LA 사운드를 좋아해요. 엔지니어들이 뉴욕 사운드를 해야된다. 이게 트렌드다. 너무 스털링 사운드에서 해보고 싶어하는 거예요. 주로 우리 드림팩토리 녹음실에서 녹음 하는 게 jyp랑 엠보트 거를 많이 하거든요. 다 뉴욕쪽 사운드에요..엔지니어 실장형이 스탭핑 많은 것을 잘 하는 형이라..사실 지금까지는 마음에 안 들어요. 계속 수정하는데요. “형 이거 아닌 것 같지 않아요?” 그러면 “이게 트렌드야..” 그래서 하고 있는데..약간 지금 조바심을 내고 이는 순간이에요.
Tubemusic) 앨범 작업 마감하면서 8집의 직감적인 느낌은 어떤가?
이승환) 직감적으로 앨범 녹음을 조금 밖에 안 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 이번 앨범 망하겠다.” 석원이 (정석원) 말대로 “형! 마흔 살 유부남을 누가 좋아해요.” 정말 그 꼴 나겠다..매일 장난으로 그러거든요. “형 이번에 진짜 안 될 거야..” (웃음)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폐부 깊숙이 느껴지는 거예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그런 생각을 또 했어요. 우리 고등학교 때, 시험보고 잘 못 친 것 같으면 점수 잘 나오고, 잘 친 것 같으면 자기가 생각한 거 보다 훨씬 많이 틀렸고..그런 게 아닐까 스스로 위안을 했어요. 녹음을 미국에서 해 오고 왔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어저께인가 어느 기자를 만났는데, 음악을 다 듣고 나더니 “결혼하고 나시더니, 이제 음악을 쉽게 가려고 하시나 보죠?” 그래서 “아니요. 나 이번에 하고 싶은 거 다 한 건데..”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했는데,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여주니까 좋더라구요. 약간 좀 고무되어 있죠.
Tubemusic) 8집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이승환) 이번 뮤직비디오도 사실은 다른 때보다 돈을 많이 쓰고 있죠. 워낙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줄어들어서, 저는 정말로 줄여서 했는데 지금 차 감독(차은택 감독)이 찍고 있는데, 이 정도로 최고로 많이 쓰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이제 제작자들이 뮤직비디오에 돈을 쓸 여력이 정말 없죠. 9월초에 찍기 시작 하고, 이것도 후반 작업이 한 달 정도 걸리는 거라…
Tubemusic) 항상 뮤직비디오에 많은 신경을 쓰는 특별한 이유
이승환) 제 스스로 디자인과 영상에 관심이 있는 분야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은 멍에 같이 지워진, “넌 뮤직비디오 잘 만들어야 돼” 그런 사람들의 기대..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성원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멍에니까..아니예요. 뮤직비디오 잘 만들어놓으면 뿌듯하고..재미있고..(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천일동안’ 뮤직비디오부터 시작된 것 아닌가?) 그렇죠. 정아미 감독부터..그 때부터 주목을 받았죠. 차은택 감독이랑부터 하면서 확 되었고, 은택이한테 정말로 당부를 많이 한 것은 제가 제시하는 이미지를 채택하지는 않았으나, 드라마 타이즈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어요. 우리가 지금 나가야 될 방향은 제작비도 아끼고, 그리고 우리가 뮤직비디오처럼 보이려면 가수 립싱크 장면은 무조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저처럼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에는 찍었어요. 이제 어느 정도 짧은 스토리가 있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드라마 타이즈는 안 된다. 그렇게 얘기를 해서 무조건 이미지로 가고 있어요. 아직 대중들이 그런 것들에 낯설어 하니까 큰 호응을 반응을 얻을 것 같지는 않아요.
Tubemusic) 앨범마다 앨범 아트웤을 특이하게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가?
(이승환) 이번에는 뭐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구요. 케이스가 처음 보는 케이스인가? 난 다른 것을 못봐서 모르겠는데..그리고 봐야 알지 이미지로 설명을 하긴 힘든데..암튼 다른 것과는 차별화가 될 것 같아요. (관심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앨범에 적용을 하는 거죠?) 네..관심이 있으니까..(지금까지 평범했던 아트웍은 없었던 것 같다.) 3집까지는 평범 했었구요. 4집부터 특이했고, 우리 나라의 자켓 디자인비를 결정적으로 올린..제가 2가지를 올려놨는데요. 밴드 세션비랑 자켓 디자인비를 올려놨죠. 이번에는 셋트는 만들어서 찍었는데,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모르겠어요. DVD가 오히려 특이했죠.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도시락 통! (웃음)
Tubemusic) 불황이다..발라드에 대한 두 가지 마음이 없었나?
이승환)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우리 쪽에서는 그런 마음이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안 살 거니까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거 하자. 그런 마인드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그렇죠. 좀 자포자기한 부분이 있구요. 지금 제가 해야 되는 일들은 제가 후배들을 보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요즘 그렇거든요. 전 90년대에 영화를 누리고, 드림팩토리도 가지고 있고 그런 게 있는데.. 요즘 후배들이 찾아와서, 전화로 그런 말들을 해요. 정말 누가 봐도 잘 나가는 사람인데도, 답답한 거에요. 다들 전업을 궁리를 해요. 뭐가 좋을까..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토바이 가게를 할까? 아니면 서점을 할까? “너 서점도 안되..” 제일 안타까운 말들은 그런 말이죠. “형! 이 길인 줄 알고 열심히 왔는데, 이 길이 아닌가 봐요.” 그런 애들이 정말 많거든요. 정말 해결이 안 되죠. 작년만 해도 제가 강성 발언을 많이 했지만, 업계 종사자들에 관한 말들은 아꼈는데..요즘엔 화가 나요. 정말 음악인을 생각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너무 적어요. 우리 나라에는. 앞으로 음악 산업은 존재할 지 모르겠지만, 음악계와 음악인은 없어질 것 같아요. 전 확고하게 단언하건대, 앞으로 5년 내에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그런 글을 쓴 분들을 봤는데, ‘왜 예술은 팔면 안되나?’ 예술인들은 왜 가난하고, 고통을 강요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순수나 순결 같은 것들을 강요 받잖아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주위에 음악 하는 애들 다 결혼해야 되고, 다 집안의 가장인 사람도 있고 그런데..그 지금 음악 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예우 같은 것도 예전 같지 못해서..더 가슴 아픈 것 중에 하나는, 어디 가든 대접을 못 받는 거..이제 다시 80년대로 돌아가서, 요즘에 앨범을 내고, 행사나 밤무대를 뛰려고 하려는 경향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안타깝죠. 제 주위에는 음악 열심히 하려는 애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을까 보다는..그렇게 얘기를 하면 난 정말 미안하더라구요. 나보다 백배 천배 음악을 잘 하는 애들이, 그렇게 너무 미래를 걱정하고..90년대만 하더라도 그런 애들은 무조건 되잖아요. 요즘에 그런 것도 있어요. 앨범을 내서, 음악학원 선생을 하려고 음악을 하려는 애들도 있어요. 앨범을 내야 음악학원 선생을 해도 대우를 받는다고 해서, 참 힘들어졌죠…
Tubemusic) 89년 12월에 이승환의 첫 앨범이 나왔다.
이승환) 10월에 나왔어요. 그런데 왜 12월로 알고 계시냐 하면, 10월 달에 나왔는데 MBC에서 신인가수 오디션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그게 심의가 안 떨어져서 12월 심의가 떨어져서 12월부터 판매가 된 거죠..
Tubemusic) 16년째다. 이승환에게 이런 질문은 의미 없을 수 있겠지만,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이승환을 이런 어려운 시대에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승환) 어떤 원동력? 그런 건 없어요. (그냥 달리시는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늘 내 앨범이 나왔으니까 당연히 그냥 홍보를 하는 것이고, 예전에 비해 더 많이 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더 많이 하는 것이고, 그리고 공연하는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니까. 특히 좋은 것은 제가 결혼을 하고 더 여유로워졌거든요. 특히 이번 같은 경우는 9월 15일에 녹음 다 끝내놓고, 공연도 11월 20일이니까 모든 것을 천천히 준비할 수 있어서 즐기고 있어요.
Tubemusic) 혹자는 아티스트는 결혼을 하면 두 갈래로 나뉜다고들 한다. 생활인 아니면 뮤지션의 길.이승환의 경우는 어떤가?
이승환) 저는 처음에 특히 결혼을 한 사람들이 반대 많이 했죠. 예술 한답시고 결혼한 친구들은 “결혼하면 머리가 굳어, 결혼생활이 마냥 좋은 줄 아니?” 부터 잿빛 미래만 늘어놨어요. 잠깐 솔깃하긴 했었는데. 일단 결혼이라는 것이 저는 아버지와 계속 살다가 39년 만에 분가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집에서 단 둘이 있는데다, 집에 잘 없어요. 오히려 9개월 동안 곡을 많이 쓰게 되었는데, 외로움, 느낌들 있잖아요. 더 잘되었던 같고, 저한테 큰 울타리가 생겨서 그 울타리 안에서 믿고 까불 수 있는 되게 자유로운. 예전에는 저 혼자라는 느낌이 많았거든요. 더 창의적인 것에서는 영향을 안 받는 것 같아요. 제가 늘 걱정을 하는 것이 젊은 감각을 잊어버릴까봐. 우리 애(채림)를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위에 어린 친구들이 많았어요. 우리 애를 만나자마자 모든 놈(놀이)가 중단이 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 홍대 클럽에 다녀왔어요. 오히려 (부인이) 나이가 어리니까 더 자극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 많은데 안 가거든요. 요즘엔 끌려 다니니까. 하다못해 저는 옷도 안 사러도 안 다니는 데, 데리고 옷도 골라서 사고.
Tubemusic) 가수로서도 성공을 했지만, 97년에 회사(드림팩토리)를 차린 기획사 사장이다. 쇼비지니스 측면에서 사장 이승환은 어떤가?
이승환) 그래서 드림팩토리를 계속 매번 회사를 내놓고, 건물도 내놓고, 건물도 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임대료를 감당을 못하니까. 힘들죠. 굉장히 힘들고, 그래서 연기자를 시작한 것이고 연기자로 번 돈을 꼭 음악으로 재투자하겠다라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이었고. 연기자를 하면서 더 좋았던 것은 연기자는 연기자 개인의 역량과 운으로 좌지우지가 되요. 그게 어떤 매니지먼트보다 쇼 비지니스의 캐캐 묵은 관행을 빌리지 않아도. 저희는 그런 관행을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연기자는 스스로 잘 되더라구요. 합리적인 시스템들이 있고. 하지만 이 음악계쪽은 어른들의 세계가 굉장히 많이 개입되어있고, 그리고 음악인 스스로가 지금의 가요 프로그램에서 개인기를 하라던지. 우리도 정지찬 같은 경우도 토크쇼 프로그램을 몇 개 잡았었어요. 지찬이가 하기 싫데요. 그러면 안 시켜요. 안 시키고, 안 되는 거죠. 이제는 오로지 라디오도 안 듣고, 인터넷이 생겼지만 TV 통해서 드라마폐인이니 더 TV에 열광하는 것 같아요.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 전 그런 쪽에 잼병이라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그런 것을 바꿀 것이냐 바꾸고 싶지도 않고. 사실은 방송종사자의 마인드가 이제 소수인데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이상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제가 데뷔 초창기에 어느 프로그램 섭외를 받았는데, 방송 날짜랑 공연 날짜랑 같이 잡혔어요. 프로듀서분이 하시는 말씀이 “공연이 중요해, 방송이 중요해?” 이렇게 물어보셔서 제가 “공연이요” 그랬더니 난리가 난 적이 한 번 있어요. 그건 옛날 얘기죠. 많이 줄었는데도, 제가 또 굉장히 당황했던 경우는 가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하는 음악인들이, 그냥 거절을 하고 싶었던 거겠죠. 이유가 얼굴이 못생겨서 TV를 못 내보내겠다.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저 같은 경우도 거절을 당했어요. 아직도 그렇구나. 아..어른들의 세계를 원하는 것인가? 우리가 못 알아들은 걸까? 약간은 그런 것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언론쪽에서도 인터넷의 발달로 변한 것 같고, 조금은 그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음악을 이제는 예전처럼 진중하게, 음악에 의미를 두면서 듣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요. 관심이 없어하니까. 잡지 기자들한테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가수를 다루면 데스크한테 혼난다든지. 혹은 TV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그날 가수가 나오면 그날 최저의 시청률이 나온다든지. 뭐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그런 기대는 없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제작자로서 말씀을 드리는 거지, 주위 음악 하는 애들은 그런 것도 잘 모르고 사는 애들이니까. 그냥 내 음악이나 하지 이렇게 지내는 거죠. 악순환이 거듭될 거라는 가장 문제는 다시 회수되는 자본이 안 생겨서 제작비를 줄이게 되잖아요. 집에서 녹음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는 믹싱 이라도 제대로 하자 이렇게 해서 가져오는데 녹음을 엉망으로 해 놓으니까, 아무리 우리가 잘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일단은 음질에 저하. MP3때문에 음질에 대한 옛날에는 사운드에 감동받고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큰 스피커를 통해서 사운드에 감동, 음악으로 감동받는 것이 줄어든 거예요. 이어폰으로만 감동받을 수는 없죠. 그런 문제들. 앞으로 사운드, 연주를 배제한 멜로디만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면 음악은 저~질이야..이렇게 가잖아요. 청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외국음악, 예전음악을 듣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Tubemusic) 불혹이다. 이승환에게도 세월은 빗겨가지 않는다.
이승환) 그런 생각 별로 안 해요. 저는. 난 젊은 음악하고 싶구요. 마흔이라고 해서 팬들이 계속 저와 같이 나이 들어가고, 허리 아파하고, 스탠딩 공연 안 하면 안될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계속 와일드한 공연하고 싶고. 계속 그 때 정말 내가 들어서 트렌디한 음악이라면 차용하고 싶고. 그게 제 생각이에요. 마흔이라고 해서 내 나이에 맞게 어쿠스틱하게, 하고 싶긴 해요. 내 나이에 걸맞게 잘 할 수 있는 생각이 들 때 그런 음악을 하지, 잘 못할 것 같아요.
Tubemusic) 11월 공연계획, 그리고 예전에 이승환 본인이 내가 마흔살이 되면 공연 그만하겠다고 말했는데..
이승환) 그 당시로는 그런 생각이었어요. 그게 진짜 금년이 될 수도 있어요. 뚜껑을 열어봤는데 저는 와일드하고, 스펙타클한 공연을 하고 싶어해요. 그렇게 하려면 관객이 모여야 되는 것이고. 똑 같은 이치겠지만, 그래서 그게 겁났던 거죠. 많은 팬들은 그런 것 없이도 정말로 소극장에서 어쿠스틱 하게 해도 우린 좋아할 거예요 라고 얘기는 하지만, 그건 사실은 인터넷이니까 하는 말일 것 같고. 저는 실제로 상처받는 얘기들이 공연 때 조금 이라도 덜 뛰면 늙었군. 이제 가지 말아야지 이런 글들을 보거든요. 제 스타일도 제가 스스로 고수하고 싶고. 제가 앉아서 한다고 해도 내가 못 견딜 것 같고. 그리고 분명 팬들은 내가 그렇게 하면서 재미있던 공연을 기억하며 오히려 나쁜 기억을 집으로 가지 않을까. 그러느니 공연계에서 정상에 있을 때 그만두고 싶은 거죠. (언제 그만 둘지 모르는 거네요.) 그렇죠. 그때는 실제로 관객이 많이 안 왔어요. 그래서 정말 그만둘 때가 온 것 같았어요. 이제 그만 둬야겠다..계속 적자를 보고 그래서..이런 공연 못하겠구나..지금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만 둬야죠. 하지만 우리가 하드웨어를 조금 쓰고 하는 것은 관객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해요. 죄송하죠. 최고급, 최신 기종을 추구하던 우리 공연에서 형편이 그래서 2등급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11월 20일부터는 투어를 해서 일단 하고, 쉬었다가 소도시 공연을 계획 중에 있어요. 제가 늘 대도시만 하니까 못 봤던 분들 하드웨어를 줄여서 소박하게 하는 공연 생각 중에 있죠.
Tubemusic) 음악을 하는 게 행복한가?
이승환) 그럼요. 지금은 되게 행복하죠. 살면서 느낀 게 나쁜 일 없으면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나쁜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여유로워져서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나쁜 일이야 라고 생각을 하는 것도 전 사람에 치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이런 드림팩토리 같은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인사문제 같은 게 굉장히 많잖아요. 연기자도 많이 있고. 하루에도 몇 건씩 사건사고가 터지잖아요. 예전에는 너무 치여서 아..너무 힘들다. 내가 왜 드림팩토리를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사건사고들이 나도, 그러려니 해요. 그래, 그럴 수도 있어..그런 것들을 봐서는 제 스스로가 여유로워 져서 행복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