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왕 대축일>(2013. 11. 24.)(루카 23,35ㄴ-43)
<예수님의 나라>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수님이 이 세상의 주권자이시고, 우리 인생의 주인이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이 세상과 상관없는 어디 다른 곳에 있는 나라가 아니고, 이 세상에서 완성될 나라입니다. 지금은 그 나라의 완성을 향해서 나아가는 시기이고,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가 그 나라가 완성될 때입니다.
'마리아의 노래'에 그 나라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습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그분의 자비가 대대로 미치고, 교만한 자들은 흩어지고(쫓겨나고), 통치자들은 왕좌에서 끌어내려지고, 비천한 이들은 들어 높여지고, 굶주린 이들은 배부르게 먹게 되고, 부유한 자들은 빈손으로 내쳐지는 나라(루카 1,50-53)."
그 나라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억압받는 일이 없는 나라이고, 억울하고 서러운 일을 당하는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힘 있는 소수가 힘없는 다수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힘 있는 다수가 힘없는 소수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러면 지금 교만한 자들과 통치자들과 부유한 자들은 그 나라에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것일까? 교만한 자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지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통치자들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내려가면 됩니다. 부유한 자들은 스스로 빈손이 되면 됩니다.
만일에 통치자들이 권력을 움켜쥐고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면서 권세를 부린다면, 그 권력과 함께 망할 것입니다. 지금 통치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입니다. 인간 세상의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그 진리를 금방 잊어버리고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는 말이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말도 아니고, 정치란 필요 없다는 말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지상의 정치권력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배자는 그대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하느님의 일꾼입니다(로마 13,4)." 이 말은 원래 세속의 권위에도 순종하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말인데, '그 권위가 하느님의 뜻을 실현한다면' 이라는 조건이 들어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말에는 정치 지도자들은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야 하고, 백성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만일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정치를 한다면, 또 백성을 억압하는 독재자가 된다면, 그런 정치인은 물러나게 해야 하고, 그런 권력에 대해서는 저항해야 합니다.
또 만일에 영원한 생명을 얻는 일보다 재물을 소유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재물과 함께 망할 것입니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욥 1,21)."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입니다. 인간이 감히 "내 것이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무슨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경제활동은 다 무의미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인간 사회의 경제활동은 그 자체로 선한 일이고, 필요한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2테살 3,10-12)."
정당한 방법으로 성실하게 일해서 먹고 살고, 미래를 위해서 저축하고... 그런 일은 선(善)입니다. 그러나 돈의 노예가 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악(惡)입니다.
지금 가을이 오고,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고, 한 해가 저물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 어쩌고저쩌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허무감을 느끼는 것으로만 그친다면 그것을 지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허무하지 않은 것, 즉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지혜입니다.
신앙인은 영원한 것이 있음을 믿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예수님 안에 영원함이 있음을 믿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예수님 뒤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낙엽을 보면서 '비움, 버림, 내려놓음' 등을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냥 그것으로 그친다면 그건 별로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마음을 비웠다면 그 빈 마음을 예수님으로 채워야 하고, 쓸모없는 것들을 모두 버렸다면 그 다음에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것을 받아서 간직해야 하고, 허무한 것들을 모두 내려놓았다면 예수님의 영원한 행복의 나라에서 살 자격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
출처: Rev.S.Moyses 원문보기 글쓴이: Rev.S.Moyses
첫댓글 겸손하게 나 자신부터 몸을 낮추어야겠습니다
낮은 자세로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날씨가 이제 완연한 겨울로 접어든 것같네요.무엇보다 건강해야 대 축일을 지나 대림시기를 거쳐 즐거운 성탄을 맞이하겠지요.새 한 주간이 시작되는 월 요일.월등히 나은날 되세요.
올해 마지막 주를 잘 보내야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