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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 기억하자"…19일 밤 친일문학 낭송회
송고시간 | 2017/05/18 11:15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일제강점기 일제를 찬양하고 태평양전쟁 참전을 독려한 친일 문학작품을 낭송하는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는 19일 오후 7시 덕수궁 함녕전 앞마당에서 '그때 시가 있었네 - 친일문학을 처음 읽다' 행사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일제가 우리 청년 학생들을 전선으로 내몰 때, 친일 시가 있었다"면서 "다시는 그런 모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친일문학을 읽고 비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일본어로 쓴 이광수의 '전망', 참전을 고무하는 최남선의 '나가자 청년학도야', 노천명의 '신가파 함락', 모윤숙의 '어린 날래 - 히로오카 소년 항공병에게', 서정주의 '마쓰이 오장 송가' 등 작품을 읽는다.
낭송자로는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고광헌 시인과 황인찬 시인, 장수진 시인,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활동을 하는 대학생 김샘씨 등이 나선다. 같은 시대 항일문학으로 다른 길을 걸었던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와 가수 안치환이 이육사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이육사의 삶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서울시는 행사장인 덕수궁 함녕전은 일제에 의해 쫓겨난 고종 황제가 승하한 곳이고, 덕수궁 대한문은 3·1운동 현장으로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첨언> 위의 기사를 읽는 오늘의 문학인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해는 한국이 일제로부터 광복이 된지 72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친일 문인으로 분류되어 비판을 받은 작가들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 문단에서도 왜 논의기 없었겠는가. 어떤 평자는 비판이 강했고, 또 어떤 논자들은 일제에 가담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우수한 문학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은 미워하더라도 문학마저 미워할 수는 없다고 했다. 물론 친일에 가담한 작가들은 좋은 집에서 호식하고 산 것이 사실이다. 일제의 끈질긴 회유책에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물며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작가들이 소신을 간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만해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김영랑, 이상화, 심훈, 조지훈 등등의 문인들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의 저항이 있었기에 그나마 한국문학은 조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고 본다. 일제시대의 3대 천재로 불렸던 이광수, 최남선, 홍명희를 비롯해 수많은 문인들이 일제에 가담했었다. 3,1 독립운동의 33인의 한 사람인 최남선도 수 년 간의 감옥생활을 했지만, 말년에 일제에 가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치의 지배를 받았던 프랑스 작가들의 친 나치 전향을 여기서 일일이 논할 입장은 아니다. 70 년이 지난 과거를 다시 회상하는 부끄러운 행사를 이 시점에서 해야 하는 것인지는 오늘의 문인들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들은 우리 선인들이 사색당파로 갈라져 서로 권력 다툼을 하는 사이에 일제가 침공해 오는 임진왜란에 대비하지 않았던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이율곡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으나,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조정의 잘못을 우리는 안타깝게 여긴다. 친일 문학을 소리 높여 낭송한다고 해서 과거의 역사가 소멸되는 게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일본은 비웃을지 모른다. 앞으로 국력을 신장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절 등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문학, 문리,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전무한 우리가 아닌가. 부끄러운 역사를 새삼 들추어 재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