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고전, 시, 문학은 사람에게 풍부한 인생 고찰력을 가져다 줍니다. 여름이고, 장마인데, 왠 낙엽? 인생의 유한성,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로 괴로운 기분을 상쇄시켜 보세요.
낙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뭇잎 모두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가지런히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의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다.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쓸쓸한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녘 떨어진 낙엽의 모습은 참으로 쓸쓸하다. 바람 불어닥칠 때마다 낙엽은 조용히 외치건만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은 소리가.
이리저리 발길에 밟힐 때면 낙엽은 외로운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저처럼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가만히 우리를 감싸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낙엽'에는 시조의 향기가 있어 나에겐 더 정겹다. '시몬'을 다른 발음인 '시몬느'로 대체하면 정확한 3.5.4.3의 절구다. 여기서 낙엽은 사람이다. 사람중에서도 여성의 은유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구르몽이 한 말이다. 이 시를 읽으면 '우리도 언젠가는 낙옆이 되리니' 란 구가 있다. 또한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란 구도 있다. 하지만 시적화자는 남자다. '시몬'이란 이름이 그렇다. 그는 외롭다. 그래서 숲으로 간 것이다. 가서 그는 버림받고 쓸쓸한 낙엽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자신보다 더 아픈 이를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위로는 받는다. 변태가 아니다. 원래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다. 아직도 당신은 낙엽 밟는 소리가 좋으신가? 어쩌면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슬프고, 외로운 것에 끌리는 본성이 있으니 말이다. 이해우
이 시에 잘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예전에 우리가 '이불 몽땅'이란 불렀던 '이브 몽땅 (Yves Montand, 1921~91)'이 부른 샹송 '죽은 나뭇잎들'이 그것이다. 감미로운 음성으로 떠난 여인을 그리워 하는 이 노래는 구르몽의 '낙엽'에 잘 어울린다.
https://youtu.be/8Na0VbDT9BI
Remy de Gourmont (1858~1915)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노르망디의 명문가 출신으로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상징주의 시의 대표적 잡지인 '메르키드 드 프랑스'를 창간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루푸스에 걸려 얼굴이 추해지자 평생 집밖 출입을 하지 않고 쓸쓸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구르몽의 대표작은 역시 시집 『낙엽』이라고 할 만한데, 이 시는 전 세계에 구르몽의 이름을 알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흔히 시몬, 너는 좋으냐?로 읊어지는 것이 바로 구르몽의 낙엽.
그러나 교제한 여자들은 있었던 모양으로, 쇼팽의 데드마스크와 묘비를 제작한 조각가 오귀스트 클레상제의 정부이자 상속자인 베르뜨 드 쿠리에르와 동거했고, 구르몽이 사망하자 그녀는 그가 남긴 것도 모두 상속받았으나 얼마 뒤 죽었다. 이 인연으로 구르몽과 쿠리에르는 쇼팽 묘 옆에 묻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