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머리 섬 우도를 ‘探‘하고 ‘耽’하다.
올해로 뿔구쟁기(뿔소라) 축제가 열 한 번째다. 나는 동안 몇 번이나 참석했을까 지난 세월들을 돌아보니 서너 번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쇠섬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즐겁다. 제주시 서포터즈라는 막중한 임무로 나는 뭘 취재하고 돌아올까 잠시 생각을 하면서 쇠머리 섬 천진항으로 가는 배에 내 몸을 맡긴다.
<우도 천진항 입구 빨간등대>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사진 몇 컷 찍는 사이 천진항 포구에 도착했다. 여는 섬과 다름없이 섬을 홍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역시 포구 근처다. 포구 주변만 ‘探’하는데 소요한 시간이 제법 걸렸다. 1931년 우도해녀 분들 중심으로 일제에 항거한 항일운동기념비가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12시 경까지 우도를 ‘探’하고 축제장으로 돌아오려면 제게제게 걸어사 가능할 것이다.
<우도해녀 항일운동기념비>
뿔구쟁기 축제장에 몽골텐트가 나란히, 나란히 세워 있고, 준비를 마친 텐트에서는 벌써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낮에 다시 도착하여 자세하게 보기로 하고 오른쪽 동천진동으로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유채꽃, 장다리꽃이 길 모퉁이 마다 가득피어 혼자 왔느냐고 인사를 한다. 동천진동 해녀쉼터 뒤쪽으로 환해장성이 일부 남아 있고 환해장성 담장 너머로 바닷가 몽실몽실한 돌멩이로 네모지게 쌓은 울타리가 보인다. 동천진동 하느니 돈짓당이다.
<소라축제장 천막>
쇠머리 섬 해녀들과 어선에 종사하는 분들 무사안녕과 만선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돈짓당이다. 예전에 답사하면서 보아서 이 당에 느끼을 아는 제가 당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아프다. 단골들이 많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면서 내 마음을 달랬다. 지난 정월에 다녀간 단골들 흔적은 있었지만 과거에 비하여 너무 많이 퇴색된 분위기다. 당 안에 찔레나무가 자라고 있고 잡풀과 쓰레기가 널려 있다.
<동천진동 해여들 안식처 하느니 돈짓당>
100m 정도 더 오름방향 올라가니 선사유적 고인돌이 있다. 쇠파이프로 네모지게 둘렀고 설명문도 있었다. 다시 또 걷는다. 물이 많이 빠져 나가야 볼 수 있다는 ‘한반도’ 지형은 볼 수 없었고, 쇠머리 아래 바다는 검푸른색으로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일렁이고 있으며 그 바다위에 작은 낚시 배 한척이 낚시를 드리워 세월을 낚는 모습이 한 폭 그림이다. 해식동굴로 내려간다. 지질공부를 할 때 이곳에서는 추자도 지형이 일부 보인다고 들었던 것이 떠올라 두리번거리며 찾아본다. 동굴을 지나 바닷물이 일렁거리는 곁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보며 이중화산체 우도의 본 색깔을 찾아본다.
<소의 머리부분 아래 해식동굴 주변>
가파른 언덕을 올라 쇠머리오름 분화구에 도착했다. 산책로를 따라 바닷가 언덕진 곳으로 오른다. 성산일출봉 눈앞에 펼쳐지고 어미오름(일출봉) 곁에 새끼 섬이 보인다. 일명 ‘새끼청산’이라는 바위다. 영화촬영 한 장소라는 표지석을 읽어보고 잰 걸음으로 등대가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소나무 숲을 지나니 작은 등대들이 보였고 전국에 오래된 등대들을 재현한 미니등대가 내 마음에 안긴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카메라에 다 담아놓으며 세세하게 읽어보고 높은 계단을 올라간다.
<쇠머리오름 탐방로>
낮이지만 등대불이 환하게 비추는 기분이다. 흰건물에 등대탑이 눈앞에 턱 버티고 있다. 전시실로 들어가서 등대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아하, 이참에 등대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시간을 많이 할에 하여 천천히 읽어본다. 재미있다. 제가 알고 있던 내용보다 훨 충실하게 공부한 시간이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전시관을 나와 옛 등대 앞에서 1906년으로 돌아갔다. 100년이 넘은 쇠머리 섬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오래된 등대다. 정말 장하다. 겹겹의 세월을 이겨내면서 수많은 어선들 길잡이가 되어준 것이 아닌가. 나무 데크 계단을 내려가며 쇠머리오름 분화구에 노란유채꽃 너머로 지미봉이 당당함도 아름다웠다.
<100년 세월이 넘게 우도를 지켜준 우도등대>
이곳에서 보는 제주도 동부지역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다. 나무 데크 계단은 너무 위험하다. 오래되어 낡아서 나무는 썩어서 계단이 높이는 너무 높고 아차하면 넘어지겠다. 빨리 보수를 해야 한다 생각하며 내려오다 우도 살ㄴ다는 분을 만나서 계단 이야기를 했더니 개인소유라 합의가 안 되어 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마을 발전과 탐방객 안전을 위하여 마을 선각자들이 함께 땅 주인과 합의를 봐야 한다.
<우도봉 검멀래 해변과 경안동굴 주변>
영일동으로 이동하였다. 깎아지른 절벽아래는 검멀래 해변이고 곁에는 동굴음악회가 열리는 경안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다. 동굴을 반드시 내려가서 ‘探’해야 하는데 시간이 허락하지를 않는다. 동굴 앞에는 관광객들 태우고 쇠머리 섬 일부를 구경시키는 보트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둥그런 원을 그린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그 방향에 멈춘다. 그렇다 관광은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우면 만족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아니 보이는 것만큼 알아야 한다. 열심히 보고 느끼며 배운다.
<검멀래 해변과에서 작은 보트가 물쇼를 한다.>
이런 곳에서 커피한잔도 좋겠다. 1,200원 주고 블랙커피 한 잔 들고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았다. 아마도 이 커피 맛은 12,000원 짜리 보다 더 향이 좋고 분위기도 좋다. 주변에 바다향이 커피 잔에 가득하다. 비양동 방향으로 걸으면서 우도에 돌담들 사이로 일렁이는 청보리를 본다. 항상 갔던 코스 보다는 안 가 본 길을 택하였다. 전을동 방향이다. 높은 곳으로 걸어가며 또 다른 쇠머리 섬을 본다. 아하, 이 맛이다. 늘 내 머리 속에 잠재했던 쇠머리 섬이 아닌 또 다른 섬이 모습을 찾은 것이다. 횡재한 날이다. 이게 다 구쟁기축제 덕분이다. 11시가 넘었다. 중앙동, 삼양동 다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길로 축제장으로 가야 한다.
길모퉁이 들꽃들과 마주하며 20여 분 걸었다. 우주선 같은 색다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민박과 카페를 운영하는 집이다. 얼른 카메라에 담아두고 음악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서천진동 방향으로 걷는다. 우도지서도 보인다. 우도민들 치안유지에 헌신하는 경찰관들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도 청보리밭과 돌담>
2시간 반여동안 우도를 ‘探’하고, ‘耽’했다. 지친 줄도 모르고 유랑극단 공연장에 멈춘다. 세상에는 재주가 많은 분들이 참 많다. 유랑극단 가수 노래에 맞춰 나도 절로 중얼거린다. 목에 건 카메라가 묵직하게 느낀다. 잠시 벗어 손에 들고 축제장 분위기를 살펴본다.
<뿔소라를 굽는 모습>
마을부녀회원들 운영하는 식당만 분주하게 보인다. 안내카운터로, 구쟁기 구는 텐트 아래로, 낚시로 구쟁기 낚기 할 장소 등등 살펴보았다. 3년 전에 왔을 때보다 공연내용이 훨 알차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한 몫 한다. 부녀회원들 운영하는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구쟁기 구운 것 한 접시까지 먹고서 오후 일정 때문에 12시 반 배로 쇠머리 섬 뿔소라축제와 섬의 풍광만 가슴가득 담고서 갈매기 울음소리 들으며 성산포를 향한다. 오늘 ‘探’하지 못한 서광리, 오봉리는 다음을 기약한다. 우도여 안녕.
<쇠머리오름 등대에서 바라본 유채꽃과 저수지 종달리 지미봉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