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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牛♡│ 시 선 ‥| 스크랩 우공(羽公) 외 / 임보 시집 仙詩 <구름 위의 다락마을> 에서 2
동산 추천 0 조회 42 14.07.08 07: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임보 시집  

    仙詩 <구름 위의 다락마을> 에서 2   

 

 

 

우공(羽公) / 임보



조령(鳥嶺)이란 산 밑에는
새를 치며 살고 있는 우공(羽公)이란 자가 있는데
코가 새의 부리처럼 비죽히 나오고
손과 발의 등에 털이 깃처럼 보송보송 솟아 있다.
그는 평생을 수수나 조밭을 일구며 지내는데
아직 곡식을 한번도 거두어 본 적이 없다.
이미 익기도 전에 새들이 다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들도 그의 뜻을 대강 짐작하고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무리를 지어 하늘을 도는데
혹 밭두렁에서 낮잠이라도 들라치면
날개로 햇살을 가려
그의 얼굴에 그늘을 짓기도 한다.
 

 

 

 

 

 

 

 

/ 임보



사북(蛇北)이라는 곳을 지나다
십여 아름의 큰 싸리나무를 만났다.
지친 몸을 잠시 쉬러 그늘 밑에 드니
잠에 곯아 떨어진 자가 있다.
그가 베고 자는 것이
싸리나무 뿌리이겠거니 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큰 구렁이의 잔등이 아닌가.
구렁이 또한 눈을 내리깔고
뿌리들 곁에 자는 듯 누워 있다.
얼마나 지났던가
자던 자가 부시시 깨어 일어나자
구렁이도 눈을 뜬다.
한 식구냐고 물으니
꿈속에서 처음 만난 사이란다.
그러자 구렁이놈
슬렁슬렁 기어 숲속으로 사라진다.
 

 

 

 

 

 

 

서원(書院) / 임보

 


지유(只有)라는 서원이 있는데
보통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더벅머리 한 학동이
서원 옆 개울에서 나물을 씻고 있다.
스승의 찬을 마련하려 함인가 보다.
여기에 든지 몇 해나 되느냐고 물으니

두 손을 들어 열 손가락을 펴 보인다.
많이 배웠느냐고 다시 묻자
이제 겨우 나물 씻는 법을 익혔을 뿐이란다.
학동들이 많은가 보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다섯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강(講)을 듣느냐는 물음엔
아직 스승의 얼굴도 뵈온 적이 없다는 대답이다.
 

 

 

 

  

 

 

목화밭임보



목화밭이 십여 리 벋어 있다.
김매는 자들이 밭이랑에 떼를 지어 우굴거리기에
가까이 가 보았더니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 무리가 아닌가.
토숙(土叔)이란 자가 원공들을 길들여
목화 농사를 하고 있는데
놈들은 실도 뽑고
베도 짤 줄 안다고 한다.
사람들이 옷을 귀찮게 여겨 밭을 버려 두자
원공들을 달래 그렇게 하고 있는데
베를 가져가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 가을엔 우선 저놈들에게
잠방이라도 해 입힐까 보다고
토숙(土叔)은 소처럼 웃고 있다.
 

 

 

 

 

 

 

 

도화밀천(桃花蜜泉) / 임보



자운동(紫雲洞) 골짝은 온통 복숭아꽃 천지다
가도 가도 꽃과 벌들의 세상이다
흐르는 개울물에 목을 적시며 시장끼를 달래는데
그런 내 꼴을 보고 민망했던지
동행하던 목천(木川)이
자신의 발목을 꽉 움켜잡으라 이른다
휙 바람이 일더니
목천(木川)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의 도포자락은 날개가 되었는데
그는 한 마리 벌이었다
벌의 발에 매달려 떠 있는 나도
날개가 돋아 있다
우리는 한 도화밀천(桃花蜜泉)에 기어들어
꿀을 파먹다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던가
햇살이 너무 따가와 눈을 떴더니
집채보다도 더 큰 둥근 분홍 바위 위다
날개를 다시 펴고
바위 위에서 뛰어내렸는데
돌아와 보니
우리가 누웠던 곳은 한 알의
복숭아 열매였다
어느 새 익은 복숭아들이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우리는 잘 익은 천도(天桃)를 골라 깨물면서
자운동(紫雲洞) 골짝을 흥얼거리며
기어올랐다.

 

 

 

 

 

 

 

 

신발 / 임보



노산(露山)과 황주(黃舟)는
다 신발쟁이들이건만
그들의 하는 일은 같지 않다
노산(露山)은
수만 마리의 거미들을
우리 속에 가두어 사육하는데
놈들의 먹이에 금분(金粉)을 넣어
황금의 실을 뽑아낸다
그 거미줄로 엮어 만든 신발을
규(珪)라고 하는데
규를 신은 자는
불 위를 그냥 걸을 수 있다.
황주(黃舟)는
옥단(玉丹)이라는 거름으로 뽕나무를 기르는데
뽕잎이 옥처럼 맑다
그 뽕잎에 매달려 사는 누에들의
몸뚱이 또한 투명하기 수정이다
그놈들이 뽑아낸 명주실로 짠 것이
와(蝸)라는 신발인데
와를 신은 자는
물 위를 그냥 걸을 수 있다.
황(黃)과 노(露) 두 사람이
각기 제 신발들을 놓고 자랑하고 있다
길을 가던 한 나그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가
자신의 맨발을 쳐들어 보이며
"나는 이것으로 다 걸을 수 있다"
고 웃으며 지나간다.

 

 

 

 

 

 

 

종(鐘) / 임보



산길을 가다 도우(道友)라는 여인을 만났다
방장사(方丈舍)라는 절에서 십여 년 수행을 하다
싱거워 그만 떠나는 길이라고 한다
보아하니 땡추다
심심하던 터라 이야기 이야기하며
함께 길을 간다
새를 만나면 새 얘기
나무를 만나면 나무 얘기
바람과 구름
달과 별들의 얘기도
이제는 다 동이 났다
개울에 이르러 물을 마시려는데
어디선가
작은 은종(銀鐘)의 울림이 코를 간지린다
소리 나는 곳을 두리번거렸더니
도우(道友) 웃으며
그녀의 배꼽 밑을 살며시 열어
물 속에 드리워 보인다
두 다리 사이에 매달린 예쁜 은백의 종이
물 그림자 속에서 울고 있다
두 손으로 와락 물을 움켜쥐었더니
도우(道友) 힘없이 물 위에 주저앉는다
그러자
개울에 잠겼던 산도 구름도 다
산산 조각이 나고
내 피는 종의 소리로
가득 끓었다
옷이 마르기를 기다려 다시 길에 서는데
도우(道友)는 오던 길을 되짚어 방장사로 향하고
나는 해를 따라 서쪽으로 걷는다
이제 보니
도우는 땡추가 아니라 보살이다.

 

 

 

 

 

 


 

지두(指頭)임보



방학동(放鶴洞)은 산수(山水)가 맑아
소인묵객(騷人墨客)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동구 앞에 이르니
몇 사람들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놓고
떠들석하니 자랑들이다
붓쟁이 외치기를
좋은 글은 좋은 붓에서 나온다며
청모록필(靑毛鹿筆)을 들어 햇볕에 펼쳐 보이자
진청(眞靑)의 모발(毛髮)에 윤기가 반짝인다
먹쟁이 이어받기를
좋은 먹이 없이는 좋은 붓이 살 수 없습니다며
단연송묵(丹烟松墨)을 들어 흔들어 보이니
먹의 매운 향이 바람결에 벌써 묻어 난다.
그 뒤를 벼루쟁이 또한 일어나서
좋은 벼루가 없고서야 어찌 좋은 먹을 갈 수 있겠는가
자옥용연(紫玉龍硯)의 뚜껑을 열어 보이니
붉은 옥을 뚫고 꿈틀거리는 용이 금방
하늘로 솟아오를 것만 같다
그러자 맨 마지막에 종이쟁이 일어나 웃으며 이르기를
이들이 제 아무리 천하 보배라도
좋은 종이가 없고서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황태봉지(黃苔鳳紙)를 들어 허공에 펼치니
봉황(鳳凰)의 무늬가 담긴 담황(淡黃)의 화선지(畵宣紙)가
비단처럼 너울거린다
선비님
선비님
하나 골라 보십시오
붓쟁이가 그의 곁에서 한참 지켜보고 서 있는
한 선비의 소매를 끌자
그 선비 고개를 흔든다
내게는 다 소용없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호리병 속에
그의 엄지 손가락을 밀어 넣더니
길가의 돌 위에 푸른 획을 하나 그었다
지두필법(指頭筆法)이다
네 사람들이 혀를 널름대며 갑자기 숙연해 진다.

 

 

 

 

 

 

 

 

우백(雨白) / 임보  

 

 

운곡韻谷이라는 곳은 
높은 산도 긴 물도 없다
풍광風光도 보잘 것 없고
희귀한 특산물이 나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 그곳에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한 그루의 나무를 보기 위해서인데
우백雨白이라는 천년 묵은 측백나무다
어느 때부터인지 이 나무가 조화를 부리기 시작해서
바람이 불면 이 나무에서 악기의 소리가 나는데
거문고 소리 같기도 하고
비파 소리 같기도 한
신묘한 가락이 은은히 흘러나온다
그 소리를 들으려고
수천의 군중들이 밤낮없이
그 나무의 주위에 진을 치고 야단법석이다
사람들의 발길에 우백雨白의 뿌리는 드러나고
사람들의 손길에 우백雨白의 몸통은 말이 아니다
도대체 저렇게 시달려 어이 견딘단 말인가
재인과才因禍(재주가 화를 부른지고)로고!
한 노인이 혀를 차면서 지나간다.

 

 

 

 

 

 

 

 

 

 운포 가는 길 / 임보

 

 

 자하동紫霞洞에서 운포雲浦라는 포구를 찾아
 몇 날 며칠을 걷고 있던 때다
 어느 한 강가에 이르렀더니
 아름드리 오동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그늘 밑에 네댓 사람이 널부러져들 있다
 아마 길을 가다 잠시 쉬고 있는 나그네들인가 보다
 나도 땀을 식히려고 오동 그늘 아래 발을 들여 놓았더니
 "운포雲浦까지는 아직 둬 천리나 됩니다"
 하고 한 사내가 자리를 뜨면서 내 귀에다 일러 주고 간다
 내 마음을 읽어 미리 대답을 던지는 솜씨다
 내 눈이 휘동글해지자 또 한 사내가 자리를 뜨면서
 "고기는 많은데 먹을 게 없구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가던 자가 고개를 돌려 오동나무 가지 위를 눈짓한다
 몰총새 한 마리가 강물을 내려다보며 우짖고 있다
 옳거니 저 자는 날짐승의 소리에도 귀가 열려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러자 빙긋이 웃고만 있던 흰 눈썹의 영감이
 "이분은 푸나무의 소리도 잘 듣습니다"
 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덥석부리 사내를 턱질한다
 허자 덥석부리가 슬며시 눈을 뜨더니
 "돌의 마음을 읽는 분도 있답니다"
 하고 눈썹 영감을 바라다보는 게 아닌가
 참 신묘한 일이로다
 어떤 자는 사람의 마음 속을 꿰뚫어 보고
 어떤 자는 짐승들의 소리에도 밝고
 어떤 자는 초목들의 몸짓도 읽을 수 있고
 또 어떤 자는 생명이 없는 돌들의 속내까지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내가 부러워하는 눈초리로 이들을 보고 있자
 한 귀퉁이에 말없이 앉아 있던 꾀죄죄한 늙은이 하나가
 자리를 뜨면서 던지는 말이다
 "그 많은 소리들을 듣고 시끄러워 어찌들 지내나
 나는 내 소리만 들어도 귀찮은데"
 하며 귀를 여는 일보다
 귀를 닫는 일이 더 어렵다고 투덜거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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