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오리들 사이에 배우자를 놓고 경쟁을 유발했더니, 어떤 오리는 페니스가 엄청나게 커지고, 어떤 오리는 페니스가 오그라들어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고생물학자 존 롱이 쓴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의 영문판 표지에 등장한 아르헨티나 오리. 아르헨티나 오리 수컷은 오리 중에서도 페니스가 가장 길기로 유명하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3073
수컷 오리의 페니스는 성적 경쟁(sexual competition)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크게 둘로 나뉜다고 한다. 즉, 엄청나게 길어지거나, 아니면 바짝 오그라들어 흔적만 남거나. 이런 특이한 현상은 쇠검은머리흰죽지(Aythya affinis)와 붉은꼬리물오리(Oxyura jamaicensis)라는 두 종(種)의 오리에서 관찰되었다. 이번 연구결과가 시사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페니스의 크기에는 다른 (이성에게 깊은 인상을 주거나 수태를 허용하기 위한) 형질이나 행동과 마찬가지로, '생식 가능성'과 '생존 가능성' 간의 상충관계가 작용한다."
매사추세츠 주 사우스해들리 소재 마운트 홀리오크 칼리지의 퍼트리셔 브레넌 박사(진화생물학)는 두 가지 환경에서 생활하는 수컷 오리의 페니스 사이즈를 비교했다. 하나는 암컷과 수컷이 1:1로 짝지어 생활하는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수컷 여러 마리 사이에 암컷 한 마리가 홍일점으로 존재하는 환경이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Auk: Ornithological Advances》 9월 20일 호에 발표되었다(참고 1).
"암컷과 1:1로 생활하는 경우, 수컷의 페니스는 통상적인 사이즈로 발육했다. 그러나 주변에 다른 경쟁자 수컷이 있는 경우, 수컷은 페니스 사이즈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라고 브레넌 박사는 말했다. "따라서 진화는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능력에 작용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가소성이란, 현재의 상황에 필요한 것에만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진화적 성공은 생식에 의존하므로, 성기는 모든 동물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환경에 맞도록 적응한다. 예컨대 어떤 수컷 오리들은 코르크 병따개 모양의 페니스를 갖고 있어서, 암컷 파트너의 미로 같은 질(膣) 속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브레넌 박사는 선행연구에서(참고 2), 암컷의 해부학적 구조가 겁탈을 시도하는 수컷의 접근을 막기 위해 진화했음을 증명했다(참고 3). "암컷은 자기가 선택한 수컷과 성공적으로 교미하기 위해 적절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수컷은 페니스를 잘 삽입하여 알 근처에 정자를 배출할 수 있다"라고 브레넌 박사는 말했다.
치열한 경쟁
그런데 신체부위 크기의 진화적 변화는 개체의 일생 동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여러 세대를 거듭하며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브레넌 박사는 오리들이 그런 경향에 맞서는지 여부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일부 오리 종들의 페니스는 매년 번식기마다 새로 생겨하며, 번식기가 끝나면 퇴화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북방따개비(Semibalanus balanoides)가 있는데, 이들은 바다의 바위에서 고착생활을 하는 자웅동체 갑각류로, 교미할 시기가 왔을 때만 페니스를 만든다. 따개비는 페니스를 이용하여 다른 따개비를 더듬으므로, 그들의 페니스 길이는 이웃과의 거리에 의존한다.
브레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오리의 서식처를 울타리로 구분하여,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1:1 또는 2:1이 되도록 한 다음, 2년간에 걸쳐 두 번의 번식기 동안 그런 상태로 생활하게 했다. 그 결과, 수컷 쇠검은머리흰죽지들의 페니스는 1처1부제일 때보다 1처2부제일 때 더욱 크게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니스가 크면 알을 수정시킬 기회가 향상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붉은꼬리물오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복잡했다. 처음 1년 동안, 그룹에서 덩치가 가장 큰 수컷들의 페니스만 길어진 데 반해(약 18센티미터), 덩치가 작은 수컷들은 겨우 0.5센티미터짜리 토막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째가 되자, 덩치 작은 수컷들의 페니스는 정상 크기로 자랐지만 5주를 버티지 못한 반면, 덩치 큰 수컷들의 페니스는 3개월 동안 유지되었다.
스트레스에 찌든 수컷들
붉은꼬리물오리에서 나온 황당한 결과에 대한 실마리는, 그들의 삶의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자연계에서 '페니스-신체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해, 때로는 페니스 길이가 몸 길이보다 긴 경우도 있다. "나는 그들의 페니스가 그렇게 길게 자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라고 브레넌 박사는 말한다. 붉은꼬리물오리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덩치 작은 오리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페니스가 제대로 발육하지 않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강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상승하여, (페니스의 성장을 조절하는) 안드로겐 호르몬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어요"라고 브레넌 박사는 말한다.
그런데 이 같은 스트레스 반응은 적응적일 수 있다. 매년 페니스의 성장을 자극하는 안드로겐 호르몬은 오리의 색깔에도 관여한다. 즉, 번식철이 오면, 안드로겐은 오리의 깃털을 칙칙한 갈색에서 밤색(적갈색)으로, 부리를 회색에서 밝은 청색으로 바꾼다. 암컷의 입장에서 볼 때, 수컷의 패션이 바뀌었다는 것은 짝짓기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웃한 수컷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전쟁이 가까워졌음을 암시한다."나는 덩치 작은 수컷들이 잽싸게 안드로겐의 효과를 상쇄함으로써 강자에게 두들겨 맞을 위험을 줄인다고 생각해요"라고 브레넌 박사는 말한다. 쉽게 말해서 '알아서 긴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저자들의 결론에 따르면, 커다란 페니스를 가지려면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왜냐하면 수컷들은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을 감안하여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라고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찰리 콘월리스 박사(진화생물학)는 말한다. "지금껏 환경과 사회적 조건이 수컷의 페니스 사이즈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연구되지 않았다. 좀 더 연구해 봐야겠지만, 이 같은 진화적 상충관계(evolutionary trade-off)는 생각보다 더 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코네티컷 주 리치필드에 있는 「리빙스턴 리플리 물새 보호구역」에서 수행되었는데, 이곳에 소풍 온 가족들은 오리들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를 모르고 넘어간다. "사람들은 주말마다 오리 구경을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라요. 나는 이제 오리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갖게 되었어요"라고 브레넌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Brennan, P. L. R., Gereg, I., Goodman, M., Feng, D. & Prum, R. O. Auk Ornithol. Adv. 134, 882–893 (2017); http://www.bioone.org/doi/10.1642/AUK-17-114.1 2. http://www.nature.com/news/2009/091223/full/news.2009.1159.html 3. Brennan, P. L. R., Clark, C. J. & Prum, R. O. Proc. R. Soc. B 277, 1309–1314 (2010);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871948/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sexual-competition-among-ducks-wreaks-havoc-on-penis-size-1.226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