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6월의 밤이 좋아
2005년 6월 17일 (금) 맑음
다른 해에 비해 더위가 빨리 찾아온 6월이 다가오자 내 가슴을 흥분시키는 열정
이 솟구쳐서 연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경기에 출전한 한국국가대표팀이 우즈백과의 경기에서 기사회생해 정말 어렵게
무승부를 기록하고, 쿠웨이드 경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앞으로 남은
사우디와의 경기에 관계없이 독일월드컵 본선에 입성하게 된 한국팀을 응원하
는 바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며칠 전부터 네델란드에서 벌어지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본선에 총
24개 팀이 출전하여 16강에 합류하고자 죽음의 F조에 편성된 한국은 첫 경기에
서 스위스에게 이렇다할 전술한번 쓰지 못한 체 2대 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축구전문가들은 F조에서 우승후보인 브라질이 당연히 1위를 하고, 유럽의 강호
스위스가 2위, 그리고 떠오르는 아프리카 강팀 나이지리아가 3위를 마크해서 불
행하게도 한국은 4위로 처져 16강 진입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객관
적인 평가라서 그런 예측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저력과 그 짜릿한 쾌
감을 만끽한 우리 국민들은 또 그 때의 감동을 느끼고자 계속해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에 눈을 떼지 않고 응원하는 바람에 연일 잠 못 이루는 6월의 밤을 보내고 있
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축구경기를 보며 밤을 세우는 바람에 몸 상태가 말이 아
니지만… 내가 알기로 네델란드는 우리나라와 7시간의 시차(時差)가 있으니 그
곳 시간으로 8시면 우리나라는 새벽 3시인 셈이니 결국 현지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를 보려면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까지 잠을 안 자야 한다.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패한 한국팀은 패색이 짙다. 결국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보이는 것이기에 비록 새벽 3
시 30분에 경기가 벌어지지만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꼭 이겨야 하는 게임
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강하게 밀어붙이는 나이지리아의
공격에 허우적거리는 한국팀! 드디어 기습적인 공격으로 골키퍼가 선수를 놓치
는 바람에 어이없이 한 꼴을 내주어 희망이 안보였다.
그렇지만 한국팀에게도 여러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마다 행운이 찾아오지
않아 답답했다. 그런 찰나에 센터링한 볼을 한국팀의 주장 백지훈이 페널티 안으
로 진입할 때 상대팀에서 파울을 하는 바람에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동
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드디어 한국의 떠오르는 샛별 박주영이
골키퍼 왼쪽 끝자락에 힘차게 킥을 했다. 한국의 기대주가 차는 것이기에 당연히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웬걸… 나이지리아 골키퍼 손에 닿아 막아버린 것
이다. 그 순간, 어허… 이래선 안 되는데… 그저 한숨만 나왔다.
그렇지만 은근과 끈기의 국민성을 지닌 한국팀 선수들이 전의를 다시 가다듬고
후반전에 들어서자마자 전술을 바꾸어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이윽고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당황해 파울을 범하는 바람에 골문 앞에서 또 한번
기회가 찾아와 불리킥을 얻어냈다. 여러 명의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스크랩을 짜
며 슛 각도를 줄여보지만, 이번에는 소용이 없었다. 다시 한번 한국의 골잡이 박
주영이 힘을 모아 왼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볼을 차서 천금같은 동점골을 얻어
낸 한국팀! 그것도 후반전 거의 끝날 무렵에 얻은 결과라서 이대로 경기가 끝나
는 줄 알았다. 비겨도 한국팀에게는 16강 진출에 승산이 없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니, 무슨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후반전 45분
이 이미 끝났다. 그리고 초과시간 2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또 한번 한국의 기대
주 박주영의 오른쪽 발에 찬스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또 한 번 왼쪽 모서리 부분
에 슛을 하자, 나이지리아 골키퍼 손에 맞아 퉁겨 나오고 말았다. 그 무렵 골문왼
쪽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다가가는 백지훈 선수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말
로 슛 각도는 골키퍼가 서있는 위치로 봤을 때 골문 안으로 꽂힐 수 없는 골대 30
㎝ 가장자리로 드라마틱한 한 골을 넣음으로써 드디어 짜릿한 2 대 1로 대망의
역전승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기가 연일 내 마음을 흥분시키고 있는데 잠을 이룰 수가 있을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런 기분에 밤잠을 설쳐가며 축구경기를 관전하다 보니
자칫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하지만 다행이 게임에서 이겨
그런 대로 지낼 만하다. 그런데 만약 한국팀이 져버렸다면 몸이 무거워 내 생체
리듬은 망가져 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이렇게 멀쩡하다. 이러니
연일 이어지는 감동의 드라마로 일컬어지는 축구경기를 안 볼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또 내일 밤도 설쳐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복병인 브라질과 마지막 조별경기
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겨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전략 상 누가 봐도 한
국팀보다는 브라질이 한 수 위다. 그러나 한국팀 박성화 감독도 그렇고, 사기가
올라있는 선수들도 절대 해볼만하다고 오히려 국민들의 성원을 부탁하고 있다.
정말로 그들이 장담하는 것처럼 또 한번 이변이 나올 수 있을까? 누군가 말했던
가? 운동경기에선 이변이 없다고… 이길만하니까 이기는 것이지, 억지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말 그럴까?
사람들은 말한다. 운동에서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그동안 세계가 우러러보는 2002년 월드컵경기에
서 보여준 한국팀의 파이팅에 모두들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다소 실력이 부족하
지만 실력자와 대결했을 때 대등한 게임을 벌였을 때 사람들은 약자에게 응원하
는 법이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사람의 마음을 짧은 시간에 휘
어잡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흥분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스포츠일 것이다.
나는 곧장 텔레비전 화면에서 연출되는 스포츠 경기를 보며 쉽게 흥분의 도가니
에 빠지는 습성과 쉽게 마음이 동요하는 감동의 느낌을 갖는다.
지나친 흥분은 몸의 자율신경계를 교란시켜 몸의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일 순간의 쾌감을 내 차지라도 하듯 그 맛을 봐야 직성
이 풀릴 정도로 건강 따윈 차후의 문제로 단념해버리는 강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교감신경계가 적절히 움직이면 몸의 엔진효율이 극대화돼 심장기능이 좋아지고,
근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작용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전
이 생겨 심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증세가 나타나 협심증 등 질환을 앓
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본래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국가대항전이 벌어지는 TV 중계방송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어떤 땐 재방송까지 챙겨보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밤새껏
이어지는 TV시청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니 어쩌면 자칫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이틀 정도 이런
상태가 계속돼도 수면 리듬을 되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난 50세가 넘은 중년의
몸이 아닌가? 한편으론 내가 젊은 사람들처럼 행세를 하니 어느 정도 아직은 건
강하다는 증표 아닌지 위안을 삼고 싶은 것이다.
잠 못 이루면 자칫 불면증과 야경증 등 수면장애를 일으켜 심각한 사태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잠을 설치고 자칫 두서너 시간을 삐뚠 자세로
자다보면 목과 어깨, 허리 근육이 뭉치고 그 다음날 피로가 커져 하루종일 몸 상
태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내일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신경을 써 소파에 허리
를 밀착시켜 윗몸에 힘을 뺀 체 편안한 상태에서 30분 간격으로 스트레칭을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근육이 뭉친 부분을 풀기 위해 따뜻한 물로 게임이 끝난
후 목욕도 해 볼 생각이다.
조별경기 마지막 경기로 진행되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한국팀이 꼭 이기기를
바라고, 만의 하나 여의치 않을 땐 비기기라도 해 한국이 16강에 진출해서 한국
축구의 위업을 유감 없이 달성했으면 좋겠다. 유달리 스포츠 등 잡기에 승부 욕
이 강한 나의 응원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승리의 기
쁨을 나누며 강하게 솟구치는 흥분과 그 감동을 느꼈으면 한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니, 한국팀의 매운 고추 맛을 보여서 꼭 승리하도록 내일 밤, 또 한번 대한
민국! ... 외치며 응원을 보내기로 하자. 한국팀 파이팅!
첫댓글 지김님! 아들따라 재입대 한 줄 알았습니다. 잘 지내시는군요. 나도 축구 경기 구경은 광이라 거의 날밤 새곤 합니다. 그 날도 남들 다 곤히 잘때 90 여분 스트레스 빋다 마지막 5분의 환희, 맛있었습니다.ㅎㅎ
운영자님 오랫만에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