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 14,14-19; 루카 21,5-11
+ 오소서 성령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요, 추운 날씨에 미사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성당 오가시는 길 주님께서 안전하게 지켜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요즈음의 복음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제1차 유다-로마 전쟁에 대해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기원전 63년부터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유다인들은 로마를 상대로 세 차례 전쟁을 일으켰는데요, 로마의 입장에서 보기엔 반란이었고, 유다의 입장에서는 항쟁이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전쟁이 기원후 66년부터 70년까지 이어진 제1차 유다-로마 전쟁입니다.
유다인들은 종교 문제, 세금, 로마 총독들의 부정과 부패 때문에 로마제국과 항상 갈등 중에 있었는데, 이런 와중에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원후 66년 로마 총독이 예루살렘 성전의 재정을 약탈하자 이에 분노한 유다인들은 무장봉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68년에 네로 황제가 죽자, 로마 제국은 1년 사이에 3명의 황제가 권력을 잡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혼란기를 겪었고, 이 시기에 유다-로마 전쟁은 중단되었습니다.
전쟁을 지휘했던 베스파시아누스는 69년에 로마 황제가 되면서, 자신의 아들 티투스를 새로운 지휘관으로 임명했습니다. 티투스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70년에 예루살렘은 결국 함락되었고 성전은 파괴되었습니다.
이 전쟁에 지휘관으로 참전했다가 로마에 투항해 목숨을 건진 유다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포로로 잡힌 유다인이 9만 7천 명이고, 사망한 사람이 무려 110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이 기록이 과장되었을 것이라 보지만, 전쟁 중에 로마인들이 가져온 전염병에 감염되거나, 오랫동안 성 안에 갇혀 기근으로 죽은 사람들의 수까지 합하여 그래도 수십만 명의 유다인들이 사망했을 것이이라 추측합니다.
루카 복음은 이 전쟁이 끝난 지 10-20년 뒤에, 즉 기원후 80년에서 90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전쟁의 참혹함이 사람들의 기억에 생생할 때입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상 종말에 대해 예고하신 말씀 중 일부가 이 전쟁 때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난다”는 예수님의 예언이, 유다 민족과 로마의 용병을 구성하는 민족들의 전쟁으로, 그리고 로마 제국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 역시 이 전쟁 때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은, 유다인들이 우주의 축소판으로 여겼던 성전의 파괴와 연관된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유다인들이 당시 세계의 최강대국이었던 로마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것은, 사실 너무나 무모한 일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오늘날 인류는 그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지구의 한쪽에서는 음식물이 남아서 버리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기근으로 굶어 죽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전 세계가 듣도 보도 못했던 전염병을 겪고, 기상 이변과 같은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을 보면서도 이웃과 평화롭게, 같은 민족끼리도 평화롭게 지내지 못하고 자연과도 평화롭게 지내지 못하는 오늘날의 인류 역시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요한은 구름 위에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머리에 금관을 쓰고 손에 낫을 들고 계신 것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승리와 다스리심의 상징인 금관을 쓰시고, 낫으로 추수를 하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복된 희망’을 품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복된 희망’은, 오늘 화답송에서 노래한 바와 같이 “세상을 다스리러 주님이 오신다”는 희망입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신다는 희망이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는 희망입니다. 이 복된 희망은 우리가 평화를 위해 일할 때, 그리고 생태 보호를 위해 일할 때 선물로 주어집니다.
불목한 이웃과 화해하기,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돕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화석 연료 사용 줄이기와 같은 일을 일상에서 실천해갈 때, 나의 실천은 이웃에게도, 이 세상에도 복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함락: 로마에 있는 티투스의 개선문 내부 벽면, 유대인 포로들이 로마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예루살렘 성전의 기물들을 운반하는 장면.
출처 : Siège de Jérusalem (70) — Wikipé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