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그 밖의 다양한 감각들
지금까지 식물도 우리처럼 다섯 가지 감각, 즉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을 지녔음을 살펴보았다. 감각적 측면에서 식물은 우리보다 못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보다 휠씬 더 민감하다. 식물학자들에 의하면 식물이 우리에게 없는 감각을 자그마치 열다섯 가지나 더 갖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식물이 추가로 보유한 감각 중에는 발달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식물은 먼 거리에서도 토양의 수분을 정확히 측정하여 물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 식물은 일종의 습도계를 이용하는데, 그것은 수분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알아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 동물과 달리 식물이 수분측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믿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력과 전자기장은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식물은 중력과 전자기장도 감지해낸다. 그리고 공기와 땅 속에서 수많은 화합물의 농도기울기를 인식하고 측정하는 것이다.
식물은 이렇게 출중한 감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어떤 것은 뿌리에, 어떤 것은 잎에, 그리고 어떤 것은 전신에 널리 분포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능력들이 하나같이 매우 민감하고 정교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식물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식물은 생장에 중요하거나 해로운 미량원소가 어디에 얼마만큼 존재하는지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정 확히 알아낸다. 식물의 뿌리는 영양소를 감지한 후, 그 방향으로 뻗어나가 흡수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오염물질이나 납, 카드뮴, 크롬 등의 위험물질이 있을 경우, 식물은 이들로부터 가능한 한 먼 곳으로 뿌리를 뻗는다.
이상과 같은 능력들은 거의 1세기 동안 관찰되고 면밀히 연구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식물을 수동적이고 무감각한 존재로 간주하는 문화에 젖은 나머지 '동물 고유의 속성들을 가졌을 리 없다'고 속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식물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다.
식물은 수만 가지 분자들을 합성하는데, 그중 상당수는 약전pharmacopoeia에 기재되어 있다. 그들은 소중한 산소를 생성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축자재(목재)를 제공한다. 고생대 석탄기에 매장된 식물들은 에너지(화석연료)로 전환되어 지난 수 세기 동안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식물은 지구를 깨끗하게 해주는 청정자원이다. 예컨대 플라스틱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유기용매인 트리클로로에 틸렌(TCE)은 수자원을 오염시켜 식수로 사용될 수 없게 만든다. TCE는 분해되지 않은 채 수만 년 동안 그대로 남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지만 식물은 이를 흡수하여 염소 가스, 이산화탄소, 물로 전환시킨다.
식물의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이 만든 독소를 해독하고 토양과 물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식물환경 복원이라고 한다. 식물환경복원 기술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며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식물의 가치를 몰라보고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삼림을 벌채하고 땅을 갈아엎음으로써 식물의 멸종에 앞장서고 있다. 그 바람에 식물은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중에서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양병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