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 웬만한 한식집을 섭렵하다보니 대식가인 필자는 어느덧 다른 음식에 눈이 갑니다.
사람이 참 한결같아~~ 어쩜 이리도 다양한 메뉴들을 먹고 다니는지 스스로가 기특해 죽겠습니다.
살 뺀다고 잠시, 무시무시한 베가스 더위에 조금이라도 뱃살을 가려보고자 펑퍼짐한 옷만 입고 다니던 어느날 문득 현타가 옵니다. 나 이러다 100kg는 무난하겠는데??? ㅠ 깜짝 놀라 잠시 위고비도 이겨버린 식욕을 참고 또 참으며 또간집을 쉬어가는 와중에… 조금씩만 먹자, 1인분만 먹자, 식욕을 줄일 순 없으니 양이라도 줄이자! 굳게 마음 먹고 그동안 참았던 다른 나라(??) 음식들을 뿌시러 갑니다.
곱창 타코 Taqueria Casa Del Sabor
나 살다살다 곱창 타코 처음 먹어 봅니다. 그것도 일부러 먹은 게 아니라 아주 우연히 접했습니다. 사하라 길에 위치한 일명 카사 타코집. 라스베가스 베스트 타코라고 지네들이 간판에 멋대로 적어놨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세상에나~ 점심 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인데도 이 동네 멕시칸(?)들은 여기 다 모여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일꾼 스타일부터 아주 럭셔리한 차림의 남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아주 어린 아기도, 아주 나이 많은 어르신도 보입니다. 베스트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겐 꽤나 맛집임에 틀림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타코 집에 가면 새우나 튀긴 생선을 즐겨 먹지만 도대체가 이곳은 말귀를 못알아 먹습니다. 주문하는 카운터의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주문 받던 그녀도, 바락바락 소리 지르던 나도, 커뮤니케이션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심지어 그 언니, 영어를 잘 못하는 토종 멕시칸입니다. 해산물 종류가 없는듯 하여(이 조차 확실치 않음. 서툰 영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같이 간 미국인 친구도 못알아 먹음) 그냥 만만한 비프타코를 시킵니다. 1인분만 먹자는 굳은 각오를 하고 갔기에 난생 처음 타코만 달랑 2개 시킵니다.
그 와중에 멕시칸 콜라를 시킵니다. 이름이 ‘멕시칸 콜라’ 라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일전에 멕시칸 친구와 타코를 먹으러 갔는데 그 친구가 오더 하더군요. 멕시칸 콜라가 뭐여? 했는데 저렇게 병에 든 아주 클래식한 콜라입니다. 저거 그냥 병 콜라잖아? 했다가 알고 보니 뒷면에 멕시코 말로 ‘나는 멕시코에서 왔다네’라고 적혀 있습니다. 확실히 맛이 다릅니다. 훨씬 더 청량감이 있고 묵직합니다. 달기도 더 답니다. 걔네들이 고향 맥주를 찾듯이, 고향 콜라를 찾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문제는, 떡하니 나온 타코가 세상 처음 보는 비주얼입니다. 함께 나온 브리스킷 타코와 치킨 타코는 알겠는데 내가 시킨 아이가 모습이 요상합니다. 서버를 불러 물어보자 이번에도 영어를 못합니다. 한참 후에 다시 영어하는 친구가 옵니다. ‘나는 비프 타코 시켰는데 잘못 나온 것 같다’ 하자 ‘그거 돼지고기 맞아’ 합니다. ??? 소고기, 돼지고기 영어가 그리 헷갈렸던가??? 나 이래 봬도 컨벤션에 통역하러 다니는 사람인데 정말 내 말귀를 못알아 먹나? 하면서 더이상 대화가 힘들어 걍 오케이오케이 하고 먹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바로바로 곱창입니다. 돼지고기 곱창이 아니라 소곱창입니다. (사실 그 여인은 나에게 이건 Pork라고 수십 번도 더 말했음 ㅠ) 어쨌든, 소곱창 하나 먹자고 LA 훌쩍 다녀오는 나이기에 그래, 도전! 하며 먹어봅니다. 함께 나온 가득한 양파와 고수도 올리고 소스도 이것저것 뿌려봅니다. 라임 한 번 쭉 짜주는 건 타코에 대한 예의겠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 겁나게 맛있습니다. 곱창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정말 잡내 하나 없이 바싹하게 아주 잘 구운, 근래에 먹어 본 곱창 중에 가장 고소한, 그 와중에 불향도 풀풀 나는, 아주 맛있는 곱창입니다. 멕시칸 친구들 곱창 먹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실력인 줄 몰랐습니다.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마음 같아선 한 5,6개 정도는 더 먹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관리 중인 여성이니깐~~~ 꾹꾹 참으며 달랑 타코 2개에 콜라 한 병 꿀꺽꿀꺽 비우고 가게를 나옵니다. 사실 채소 하나 없는, 또르티아에 달랑 고기만 얹혀 있는 타코는 정말 극혐했지만, 그런대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쫄깃, 담백, 고소한 곱창 맛은 일품입니다. 한 냄비 쌓아 놓고 먹고 싶은 심정입니다. 너무 덥지 않은 요즘 같은 오후 날씨에, 야외 테라스가 있어 선선한 저녁 즈음, 강아지를 데리고 몇 번 더 갔습니다. 24시간 영업합니다. 유훗~
최애 오믈렛 The Coffee Cup Cafe
나의 유일한 가족인 털내미 강아지를 만나러 한 달에 한두 번 Boulder City로 갑니다. 라스베가스 시내에서 40분 정도, 후버댐이 가까운 볼더 시티는 의외로 맛집이 많습니다. 커피컵 카페는 그 와중에 가장 유명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특히 후버댐을 들르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맛 봐야 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합니다.
1994년 오픈해서 오너는 이미 너무나 부자가 됐다는 소문만 무성한 볼더 시티의 랜드마크입니다. 가장 미국적인 아침, 점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화요일 오전 시간 대 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만석입니다. 웨이팅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합니다. 낮 12시가 넘거나 당연히 주말에는 평균 30분에서 한 시간을 훌쩍 넘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아, 물론 저는 안 기다립니다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곳의 메뉴는 바로바로 텍사스 오믈렛! 오믈렛 그까짓거 내가 집에서 이런저런 채소나 햄 종류 다 때려 넣고 대충 만들어도 평균 이상은 하는데 굳이 돈내고?? 하는 주의였지만 이곳의 오믈렛은 분명히 다릅니다. 생전 좋아하지도 않던 칠리가 듬뿍 뿌려진, 화룡점정으로 생양파 몇 조각이 토핑으로 올라간 텍사스 오믈렛은 지금껏 먹어 본 오믈렛 중에 단연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특히 직접 만드는 사워도우 빵이 쫄깃하고 구수하기로 유명합니다.
같이 시킨 3가지 치즈가 들어간 햄버거도 예술입니다. 솔직히 미국에서 그 흔한 햄버거, 피자 맛있는 곳 찾기 쉽지 않은게 사실인데 여기는 다릅니다. 단순히 로컬 식당이어서가 아닌, 단순히 유명한 곳이 아닌, 30년을 훌쩍 넘긴 전통있는 식당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몸에 심하게 밀착된 레깅스를 입고 서빙하는 젊고 예쁜 서버들로도 유명합니다. 한동안 앞치마도 하지 않아 같은 여자로서 민망한 부분도 많았지만 다행히 요즘에는 짧은 앞치마는 합디다!
예쁜 딤섬 Palette Tea Lounge & Dim Sum
인스타에서 하도 광고를 봐서 이 정도 정성이면 한번 쯤은 들러 봐야겠다고 생각한 팔레트 딤섬집.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티 라운지라는 간판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토끼 모양, 오리 모양 딤섬 등이 딱히 식욕을 불러 일으키진 않지만 워낙 중국스럽고 특이한 인테리어에도 호기심이 생긴 게 사실입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중국풍의 벽화와 천장의 붉은 등이 강렬하게 나! 중국!!을 외치며 식욕을 먼저 돋굽니다.
가장 눈길은 끈 것은 바로 티 라운지라는 이름답게 한 주전자 가득 나오는 쟈스민 티입니다.주전자 밑에 작은 초를 두어 계속 따뜻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향기도 좋고 끝맛은 달콤해 식전 차로 안성맞춤입니다. 5종류의 소스가 가장 먼저 반갑다고 신고합니다. 주인 분이 여자여자한 사람일까? 투박하게 소스 병 째로 서빙하는 다른 곳과는 차별화를 둔 듯 합니다.
예쁘장한 모양의 딤섬 대신 늘 먹어오던 익숙한 하가우, 샤오마이, 넓은 쌀국수에 새우를 안에 넣고 위에 소스를 뿌려 먹는 창펀, 스프같은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는 샤오룽바오 등 늘 먹어 오던 친근한 딤섬을 시킵니다. 4개밖에 안 나오는 샤오룽바오 역시 모자란 듯 하기에 더 아쉽습니다.
똑같은 김치찌개라고 해도 누가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천지 차이가 나듯이 딤섬도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제품을 해동해서 사용하는 게 아닌 다음에는 가게 특유의 맛과 가득 들어 찬 딤섬 속 고명의 차이, 피가 얼마나 얇고 쫀득한가, 소스와의 조화는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등, 화려한 규모나 인테리어에 못지 않게 나름 잘 만든 딤섬이라고 끝맺음 하고 싶습니다.
해장 쌀국수 Pho Thanh
일전에도 한 번 쓴 적 있는 라스베가스 내에서 제일 좋아하는 쌀국수 집입니다. 예전에는 허름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번에 방문하니 무슨 무당집을 옮겨 놓은 듯, 알록달록함에 정신이 없으면서 딱 제 취향입니다. 사실 쌀국수 집은 실로 오랜만입니다. 어차피 고기 담긴 국수를 먹을 거면 예전의 $9.99는 이미 오래된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가격일테고, 20불 가까이 주고 쌀국수 한 그릇 먹느니 그나마 김치 깍두기 나오는 국밥 한 그릇 먹자 주의였습니다. 하지만 해장으로 쌀국수 만한 것도 없다는 건 진리 중의 진리, 큰 마음을 먹고 예전 단골집 포 탄으로 향합니다.
솔직히 친절한 서비스나 푸근한 분위기 같은 건 기대하지 않습니다. 내가 주문한 쌀국수나 제대로 나오면 다행입니다. 5번 중 2,3번은 다른 종류의 쌀국수가 나오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 탄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국물이 우리 입맛에 딱 맞게 갈비탕 맛이 납니다. 유일하게 미원 보다는 고기 맛이 더 많이 나는 국물입니다. 게다가 아침 7시면 문을 엽니다. 10시나 11시 오픈시간까지 못기다리는 나에게는 딱!입니다.
MSG의 억울함은 절대 신경 쓰지 않는 허접한 미각이기에 그렇다 쳐도, 분명 많은 양의 뼈나 고기가 들어간 구수한 국물 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안 들러 본 쌀국수 집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고기 양도 제법 푸짐합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정말 속이 쓰린 날에는 고기가 남습니다. 국물만 더 리필해도 크게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꽤나 유명한 베가스 몇몇 쌀국수 집에 고기 양이 반 이상 준 사실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는, 더럽고 치사해서 1년 반 넘게 쌀국수를 끊었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다시 방문했습니다. 역시 실보다 득이 많은 식당입니다. 워낙 손님이 많아 친절 따위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예전처럼 쌀국수 하나에 에피타이저 스프링 롤을 함께 시키지 못하는 가벼운 내 지갑이 야속합니다. 고작 20불에 큰 마음 씩이나 먹어야 하는 내 자신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티나는 베가스 by 티나 김
VegasTina8282@gmail.com
첫댓글 감사합니당
볼더시티 칠리 오믈렛 먹고 싶네요.
비프 🌮 타코....
볼더시티 멕시칸 가게 상호명이 어떻게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