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이 담긴 목아 박물관
이헌 조미경
겨울의 초입, 단풍잎이 바닥에 널부러져 을씨년 스러운 주말 국보가족들과 여주에 다녀왔다.
여주는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볼거리와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이 많았다. 툭히 인상깊은 것은 목아 박물관이었다.
목아의 뜻을 사전으로 찾아보니 죽은 나무라는 뜻이었다.
죽은 나무는 글자 그대로 생명이 다한, 그래서
봄이 되어도 싹을 틔울 수 없어, 목재나 땔감으로 사용하던
나무다. 죽은 나무를 건조하고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박찬수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재탄생한 작품은 탄생을 자아 내게 했다.
다양한 각도와 시각에서 다듬고 이어 붙인 미술품인 각각의 작품은 전시를 통해서 그동안 몰랐던 불교 색채와 함께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유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하에서 3층까지 전시된 수많은 불교 미술품을 바라보며, 박찬수 선생이 불교에 평생을 바친
예술혼이 마치 나에게 전달이 되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
버려진 나무를 잘 말리고 다듬어서 세상에 없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예술가 정신, 그리고 선생님이 지향하는 불교 미술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작가정신은
글을 쓰는 나로 하여금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노력 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 주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묵묵히 평생을 바친 예술가의 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특히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작품은, 일본에 있는 부처님상을 우리나라에 반입할 수 없으니
똑같이 제작해서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전시한 일이며, 작품이 커서 운반과 보관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다른 공간에서 전시할 때 분리 해서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부분이었다.
섬세한 조각 기술과 모든 작품이 같은 얼굴과 표정이 각기 다르다는 것과 선생님의 손길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배워야 할 예술가 정신이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고, 사리사욕이나 영리 목적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불어 넣어 주고자 하는 예술가 정신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목아 박찬주 선생님의 전시실 앞마당에 우뚝 서 있는 첨성대도, 서울대 문리대 건물의 벽돌을 그대로
공수해서 쌓았다 하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는 늘 옛것을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긴다.
앞으로 낡고 쓸모가 없다 하여 버리기 보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맑은 눈을 가지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서 문학의 길을 걷는 지금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번 목아 전시관을 둘러보며, 우리가 잊고 지나온 과거의 흔적들을
지우기보다는 전시하고 보존해서 후손에게 널리 이롭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또한 전시실을 둘러보며 하찮게 생각하는 버려진
나무 조각도 멋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보며, 인간이란 어떤 뜻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예술과 문인의 길은 그래서 늘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