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시조 32/75 – 어부사시사 20/40
하사(夏詞) 10/10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백운(白雲)이 둘러 있다
부들부채 가로 쥐고 석경(石逕)으로 올라가자
아마도 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것이 구실이라
와실(蝸室) - 달팽이 껍질 같이 작고 누추한 방.
백운(白雲) - 흰구름. 한시에서는 흰 백(白)이 서쪽이며 여름의 뜻을 품고 있습니다.
부들부채 – 부들 줄기를 엮어 만든 부채. 자연친화적입니다. 부들은 부들과의 여러해살이풀. 여름에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노란 이삭 모양의 꽃이 육수(肉穗) 화서로 피는데 위쪽에 수꽃, 아래쪽에 암꽃이 달린다. 잎과 줄기는 자리와 부채 따위를 만드는 재료로 쓴다.
석경(石逕) -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
어옹(漁翁) - 고기 잡는 늙은이.
구실 – 맡은 임무. 직책.
어부사시사 여름노래 마지막인데, 지신의 주변을 그려 놓고, 직분 곧 맡은 바 소임이 이렇듯 한가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는 것은 달팽이 집 형상일진대 흰구름이 와서 어울리고, 더위는 부들 풀 줄기로 엮은 부채로 쫒고, 큰길 말고 소로로 다니며 한가하게 소일하니, 고난을 견디는 이즈음의 자신 곧 어옹이 맡은 바 직분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추사(秋詞)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