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인공지능의 차이
김영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AI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알파고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용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인공지능의 엄청난 잠재력과 발전을 보여주었다면 2021년 AI챗봇 이루다 사건으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AI 챗GPT를 통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국제회의 연설문을 작성할 정도다. 해외 모 대학 학생은 학교 과제와 졸업시험에 이를 사용해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의료분야에선 영상을 판독하거나 재판을 위해 과거 판례를 찾아주고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노래와 연주까지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 분야로 의료와 복지 분야다.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물리적·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24시간 생산 라인을 통해 정확한 납품이 가능하게 되어, 원가 절감이나 품질 향상이 이루어져 기업경쟁력을 높인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자동차 기술의 융합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양산하게 돼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IoT의 결합으로 홈오토메이션과 건강관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의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일자리 감소, 저소득자(低所得者)들의 정보 격차 양극화, 소득 양극화로 인한 노동 의욕의 감소, 인간 필요성 하락 등으로 인한 고립감, 무력감, 공허함, 상실감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로 인해 결핍을 채우기 위해 술이나 담배, 마약 같은 물질 중독에 빠지고, 게임 인터넷 성 같은 행위 중독 속에서 고통을 해소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인공지능(人工知能)과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뛰어난 부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인간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만이 가지는 강점 분야에 집중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인간은 소통과 공감을 하지만 인공지능은 분석과 예측만 할 뿐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는 인간에 비해 인공지능은 인간 감정을 분석한 후 예측된 결과 값에 따라 그 강점과 관련된 단어나 문장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다. 또 인간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위로도 준다. 중독에 빠진 인간에게 인공지능은 위로해줄 수 없다. 물론 인공지능이 개발한 진단 검사를 통해 내담자의 성격이나 성향 등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상담을 통해 위로를 줄 수 없다.
인공지능은 프로그램된 언어로 소통할 수 있지만 상담에서 이뤄지는 비언어적 표정이나 감정, 행동 등으로 내담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료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멋진 언어를 구사하더라도 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중독에 빠져들면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도박·알코올·마약·게임·성 중독을 5대 중독이다. 여기에 빠진 한국 국민만 해도 1000만명에 달한다.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만 연간 109조원에 달한다. 인터넷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까지 포함하면 150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나아가 중독으로 고통을 당하는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국민 절반이 중독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I시대에 중독에서 벗어나 생존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인간보다 뛰어난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기려고 한다고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의 취약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그 분야에 힘을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허함과 상실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질 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에게 AI시대를 사는 통찰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지식을 습득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사람이 기계보다 못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갖지 못한 지혜와 함께,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러한 통찰력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렇기에 자녀들에게 단순히 지식 암기를 강조하기보다는 통찰력을 길러주는 훈련을 해줘야 한다.
통찰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통찰력은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로봇은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명령대로 움직이고 인공지능은 주어진 정보에 의해서만 결정하는 반면,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고 관계적인 측면도 고려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현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이 아직 없어 관련된 질문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문제에 대한 반응도 주어진 알고리즘 안에서 정답을 찾아내 제공할 뿐이다.
인간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는 사물에 대해 관찰하고 원인과 결과,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통찰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성찰(省察)한다는 것은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인간답게 당당하게 살아간다면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우수한 기술로 엄습한다할지라도 성찰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맹물-친구가 보내 온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