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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 따라 '졸두교 → 백석폭포 위 → 제1 쉼터 → 제2 쉼터 → 참나무 군락지 → 삼거리 → 작은백석봉 왕복 → 폐헬기장 → 백석봉 → 황병지맥 갈림길 → 고개마루 쉼터 → 등마루쉼터 → 먼골 → 항골주차장'의 10.5km A 코스를 6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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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봉[白石峰]
높이: 1,170m/1,237m
위치: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백석봉은 흰색의 큰 봉우리로 오대천 가에 솟아 있는 암봉이다. 하진부에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바싹 다가서서 솟아 있는 암봉이 보인다. 정상에 서면 오대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 영천(靈泉)이 있으나 부정한 사람이 먹으면 갈수(葛水)가 되고 암색(岩色)이 흑색으로 변하면 수일 내에 비가 내린다고 전해지며 백석암(白石庵)이 있었던 고지(古址)가 있다. - 한국의 산하
5월 9일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무박 달음산행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취소한 덕분에, 5월 16일은 산방이 해제되는 기념으로 오지가 아닌, 무박 설악산 종주 산행을 신청했으나, 때아닌 강원 영동지역 폭설로 다시 통제되는 바람에 두 차례나 목요 오지 산행을 하지 못했다. 물론 5월 9일은 그 대안으로 용문산의 오지인 용문봉에 올랐으니[산행기],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 그리고, 16일은 설악산행이 7월로 연기된 후, 대중교통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산이라 신청하지 않았던 목요 오지팀의 포천 금주산행에 동참하는 걸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15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해, 16일 새벽까지 내린 폭우로 등산로가 진흙탕일 확률이 높아, 결국 포기했다. 고로 이유야 어떻든 연이어 두 번 목요 오지팀 산행에 참석하지 못했다. 해서 2024년 5월의 네 번째 목요일인 23일, 오지팀 인솔 대장에게 내가 요청한 정선의 천고지인 백석봉 산행으로 3주 만에 다시 목요 오지팀과 만나, 6월 27일 청도의 옹강산행까지 다섯 번을 같이 할 예정이다.
6월 27일 옹강산행 이후에도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이 공지된 상태나, 7월 4일은 지난 4월 28일 정상을 코앞에 두고 중탈해, 중탈 지점부터 다시 하기로 한 포천 지장산행이라[산행기], 같이 하지 않는다. 천고지인 정선 백석봉은 몇 년 전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몇 번 공지했으나, 성원을 채우지 못해 번번히 취소됐다. 해서 가성비는 좀 떨어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당일 산행 계획을 세우고, 갈만한 산이 없을 때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3년 안내산악회 게시판을 구경하다가, 대기업 안내산악회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안내산악회가 명칭은 다르나 '산행지 추천하기'라는 카테고리가 있는 걸 발견하고, 별 기대 없이,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게시판에 봉화의 ‘달바위봉’을 신청했다. 그런데, 그게 받아들여져, 2023년 5월 27일 다녀왔다[산행기]. 그리고 같은 봉화의 청옥산도 다녀온[산행기] 후, 게시판의 효과에 감탄해 정선 백석봉도 두 번이나 추천했으나, 두 번 다 성원 미달로 출발하지 못해, 그 이후 다시는 산행지를 추천하지 않았다.
백석봉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로 하고 잊고 있었는데, 목요 오지팀과 산행 후 귀갓길에 인솔 대장이 인사말을 하는 중에 가고 싶은 산이 있으면 문자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해서 몇 번은 무시했으나, 계속 같은 말을 해, 시험 삼아 문자로 백석봉과 노목산을 추천했다. 그러자, 다음 산행 일에 노목산은 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갈 수가 없으나, 백석봉은 곧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곧 공지하겠다고 했다. 해서 이후 이제나저제나 공지를 기다리며 게시판을 수시로 확인하다가, 3월 12일, 5월 23일 출발하는 산행 계획을 발견하고 1착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하나둘 신청이 늘어나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28인승 버스를 채우고 대기자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발 일주일 전에는 7명이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걸 보자, 대기업과 중소 안내산악회 회원 수의 차이? 아니면, 중소 안내산악회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평일 산행? 또는 B 코스에 ‘항골숨바우길’의 추가? 어느 게 정답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세 요인 다 영향을 미쳤을 거지만, 이건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다!
해서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몇 번 호객했다가 실패한, 182번째 천고지 산행인 백석봉으로 이번 목요일인 23일 오지팀과 같이 출발한다. 백석봉과 오대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가리왕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종일 맑고, 기온은 영상 21~26℃, 바람은 4m/s로 다소 더울 거라는 예보다. 해서 얼린 보리차를 많이 준비하고, 체력 유지를 위해 사당역표 김밥을 사 간다. 목요 오지팀의 특징인 인솔 대장이 찾은, 산행 후 식사 겸 하산주 맛집은 날머리인 항골 주차장에서 3km 거리의 '수구레 해장국'이다. 10.5km 코스에 6시간이 주어졌으니, 물론 올라봐야 정확하겠지만,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해서 날머리에서 식당으로 출발을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식당으로 가는 길이 있는지 찾아봤다. 두 가지다! 날머리에서 도로로 3km, 45분가량을 걸어가는 것과 백석봉에서 황골로 가지 않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능선을 따라, 식당까지 가는 것! 다만 이 코스를 택했을 때는 숨바우길 맛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산행 하루 전, 산악회 코스 계획을 다시 검토하다가, 산행 위주의 A 코스와 도보 여행인 숨바우길의 B 코스가 등마루쉼터에서 만난다는 걸 발견했다. 그럼, 등마루쉼터에서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숨바우길, 항골을 따라 난 길로 내려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걸 발견했다. 즉 'A 코스: 졸두교 → 백석폭포 위 → 제1 쉼터 → 제2 쉼터 → 참나무 군락지 → 삼거리 → 작은백석봉 왕복 → 폐헬기장 → 백석봉 황병지맥 갈림길 → B 코스: 고갯마루 쉼터/등마루쉼터 → 제3 진출로 → 긴폭포 → 쌍폭포 → 제2 용소 → 제2 출로 → 왕바위소 → 화전민 마을터 → 모래소 → 거북바위 → 제1 용소 → 제1 진출로 → 너래바위 → 숨바우길 입구 → 항골주차장'의 14.5km 구간을 6시간 동안 달리면 된다. 시간이 다소 부족해 보이기는 하나, B 코스는 도보 여행 코스로 4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로 생각된다. 물론 당일 상황을 보고 '등마루쉼터'에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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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당일 알람과 무관하게 4시 30분경 잠에서 깨, 볼일을 보며, 산행에 이상이 생겼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산악회나 날씨나 변함이 없고, 미세먼지는 '보통'으로 조망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을 듯했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에서 5시 58분 열차를 타고, 6시 43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막 출발하는 관광버스가 있어, 목적지가 어딘지 살펴봤다. 그런데, 목적지는 눈에 잘 안 띄고, 커다란 단체명만 눈에 띈다. 최근 만들어진 정당의 서울시지부 산행이다. 아마 산행 겸 단합대회겠지?! 어쨌든 그 버스가 떠나는 걸 지켜보다가, 좌회전하자, 나란히 주차해 있는 세 대의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버스는 빨강, 가운데의 두 번째는 다른 색이다. 그 차이가 뭔지, 궁금해 버스 색깔에 따라 인솔 대장이 기사를 어떻게 대하는지 유심히 살펴본 결과, 자체 차량과 소위 얘기하는 지입 차량의 차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어디까지나 경험에서 나온 추측이라,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버스 문 앞에서 인솔 대장을 대신해 인원 파악하고 있는 선두그룹의 주당 멤버와 인사를 나눈 후, 배낭을 짐칸에 넣고, 차에 탔다. 그리고 친숙한 산꾼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향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후 가장 편한 자세로 지하철에서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그리고 죽전에서 마지막 승객이 타는 걸 보고,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깼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인솔 대장이 휴게소에서 20분간 쉬어 가겠다고 안내 방송을 한다. 버스가 주차하고 나서,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며 보니, 횡성휴게소다. 여기는 뭐가 있었지?
볼일을 본 후, 여기는 어떤 주제로 소공원을 만들었을지 궁금해 좌우를 살펴보니, 왼쪽에 작은 공원이 있는 듯해, 그곳으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 작은 공원이 있고, 그 앞에는 횡성의 상징물이라는 더덕을 의인화한 상이 서 있었다. 횡성에 더덕? 그런데, 그 공원 의자에는 가족 단위 승객 두세 팀이 아침을 먹고 있어, 그들을 방해하기 싫어, 조각상만 사진에 담은 후, 버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지나,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랬듯이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의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산을 잘 아는 산꾼은 다들 같은지, 먼저 막판에 내가 바꾸기로 한 A, B를 결합한 변형된 코스를 설명하고, 이후 A와 B 코스에 관해 설명했다. 물론 각자의 체력과 취향에 따라, 세 가지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당연히 선두 그룹이자 주당 선수들은 A와 B를 결합한 코스다. 끝으로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실 식당에 신청자 수만큼 수구레 해장국을 예약하는 거로 대장의 얘기는 끝났다. 그리고 50여 분 후인 10시 9분 들머리인 졸두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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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정차하기 직전 슬리퍼를 벗고, 워킹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였다. 그리고 바람막이를 벗어 손에 들고, 국도변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낸 후 바람막이를 넣고 둘러멨다. 이후 등산 앱을 기동한 후, '기록 시작'을 터치하고, 앱과 GPS가 연동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대부분 승객 역시 나와 같이 등산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선두 그룹은 벌써 다리를 건너고 있다. 어차피 A, B를 합친 혼합 코스를 달릴 거라, 식당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하니, 서두른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이다. 어쨌든, GPS와 연동이 완료된 후 두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둘의 고도가 다르다. 산꾼이 많이 사용하는 앱은 '288.3m', 사용하는 산꾼이나 등산객을 본 적 없는 산경표 위주의 앱은 '316m'로, 둘의 차이가 30m 정도다. 얼마 전까지는 핸드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으나, 둘을 동시에 비교한 이후에는 앱의 문제라는 게 내 판단이다.
어쨌든 들머리의 높이가 생각보다 낮아, 해발 1,237m인 백석봉과의 고도차는 작게는 921m, 크게는 949m로 꽤 높이 올라가야 한다. 물론 등산로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쉽지 않은 산행을 예고하고 있다. 올려야 할 높이를 확인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저만큼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오대천을 가로지르는 졸두교를 건너는 거로 산행을 시작했다. 당연히 다리를 건너며, 위와 아래 오대천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결과적인 얘기로 흑백 사진의 붉은 점선 내에 있는 봉우리가, 얼마 전부터 '작은백석봉' 또는 '전망대'로 불리는 해발 1,170m의 과거의 백석봉이자, 이번 산행 코스의 유일한 조망처다! 다리를 건너자, 관리가 안 되어 많이 훼손된 '백석봉 등산로 & 항골 숨바우길 안내도'가 있어, 등산로를 유심히 살펴봤다. 사진으로 이미 본 안내도지만, 코스가 달라져, 산경표 지도에 그린 등산로가 정확한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세부적인 건 실제 산행을 해봐야 알 수 있고, 일단 그림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 좌회전해 오대천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위로 3분가량 가자, 이번 산행 첫 번째 이정표가 보인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전망대(구 백석봉)는 4.20km, 백석봉은 4.77km를 가야 한다. 현재 시각 10시 15분, 길 상태가 좋다면 대략 한 시간 반, 거리지만, 그보다 시간을 조금 더 할당한 12시 정각 정상 도착을 목표로 했다.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포장 임도를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길은 숲속으로 들어가더니, 흙길로 변한다. 그리고 다시 200여 미터를 가니, 임도가 끝나고 등산로로 바뀐다. 그 입구의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4.41km, 제1 쉼터는 1.08km다. 그런데, 그 이정표 옆의 안내도를 보면, 앞의 안내도와 달리 '전망대'를 '백석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백석봉'은 그저 무명의 ‘1,238봉’이다! 앞의 안내도와 둘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항골 숨바우길'이라는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지면서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확정지어 말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가?!
가만히 있는 봉우리도 인간의 변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걸 확인한 후, 돌계단으로 시작하는 등산로로 들어서, 3분가량 가자, 이번 산행 첫 번째 너덜이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대여섯 구간의 너덜을 지나는 게 조금 힘들 거라고 했던 그 첫 번째다. 그런데, 앞으로 만나야 할 너덜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등산객이 다니는 구간은 잘 정비되어 여기까지 오는 등산로 중 가장 상태가 좋은 길이다. 너덜을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올라가자, 숨바우길이 만들어진 후 백석봉 등산객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갈수록 길 상태가 나빠진다. 보이는 거라곤 울창한 숲의 녹음이라 그저 앞만 보고 가다 보니, 10시 43분 제1 쉼터에 도착했다. 쉼터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와 쉼터의 유래가 담긴 소개문이 서 있다. 쉼터가 있다면, 당연히 식수도 있어야 해 주변을 둘러보니, 샘터가 있으나, 아직은 물을 찾을 만큼 갈증이 심하지 않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 물맛을 봐야 한다는 전례를 깨고 마시지는 않았다.
제1 쉼터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은 3.33km, 전망대는 2.76km 거리다. 그런데, 이정표나 안내도나, 현 위치의 높이에 관한 정보가 없어, 두 등산 앱으로 확인했다. 577m와 561m, 1,170m인 전망대와의 고도차는 600m가량으로 웬만한 산 높이라, 힘든 구간이 남았다. 그런데, 산경표 위주의 앱에는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없는 게 이상했다. 그나마 산꾼이 이용하는 앱에 등산로가 있어서 다행이다. 해서 앱은 하나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오지 산행은 특히! 그런데, 계속 위로 가며 느끼는 게 백석봉을 과거에는 많은 등산객이 찾았던 건지, 앞으로 찾으라 건지, 곳곳에 길을 정비한 흔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있는 걸 보면, 등산로가 아니라, 화전민의 이동로가 아니었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급경사를 오르다가,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잠깐 멈추는 동안, 등고선이 잘 표현된 앱의 지도로 남은 거리와 올려야 할 높이를 수시로 확인했다. 11시 7분 현재, 등고선으로 본 전망대와의 고도차는 400m가 조금 넘어 아직도 가야 할 높이가 멀다!
11시 10분 두 번째 너덜을 지나며 보니, 어느 정도 고도를 올린 덕분인지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오대천 건너 가리왕산의 끈자락이 보인다. 지금까지 숲에 갇혀 있다가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비록 끝자락이지만 그걸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길을 재촉해 3분가량 가자, 제2 쉼터다. 여기 또한 1 쉼터와 같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소개문이 서 있다. 소개문은 마지막 샘터니, 갈증도 해소하고 물을 떠 가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준비한 물이야 충분하고, 갈증도 심하지 않고, 샘터의 물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맛을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쉼터의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 2.15km, 전망대 1.58km 남았다. 현재 시각 11시 13분, 12시까지 정상에 도착하겠다는 목표가 약간 위험해, 서둘러 길을 재촉하며 위로 가는데, 갈증보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해서 이왕이면 목도 축일 겸, 배낭 옆 주머니, 언 물통 옆에 넣어두었던 오이를 꺼내 먹으며 올라갔다.
11시 25분 정상 1.77km, 전망대 1.20km 거리의 이정표를 지났다. 이 페이스라면, 다른 변수가 없다면 12시까지 정상 도착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남은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올려야 고도가 중요해 지도의 등고선을 확인했다. 전망대와 고도차가 250여 미터에 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목표를 세웠으니, 그걸 달성하기 위해 서둘러 올라가는데, 갑자기 앞서가던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주시하는 게. 길이 사라진 듯했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갈림길이다. 능선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길과 우회하는 길인 듯했다. 당연히 길의 상태는 우회로가 좋다. 나야 상태가 좀 나쁘더라도 직진이 마음에 드나, 앞선 일행이 좋은 길을 선택해 그들의 뒤를 따라 우회로로 갔다. 그리고 4분가량 가니, 세 번째 너덜이다. 그 너덜을 지나며 무언가 이상해 등산로가 표기되는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아래 두 번째 너덜 직후 바로 위로 올라오는 등산로가 있다. 아래에서 본 길이다. 하지만, 너덜 옆으로 올라오는 갈이라, 그걸 피하려고 갈지를 쓰는 우회로를 만든 거다.
너덜을 지나 깔딱을 오르자,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게 능선이 멀지 않아 보여, 힘을 내 오르니, 정상 1.27km의 이정표다. 현재 시각 11시 43분! 12시까지 정상에 도착하겠다는 목표는 실패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0.7km 거리의 과거 정상이자, 현재 전망대는 도착할 수 있다는 거다. 그 목표라도 달성하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깔딱을 올라, 11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당연히 정상, 우회전은 제2 쉼터다! 그런데, 직전의 이정표와 비교해 보면, 각 고지까지의 거리가 다를 뿐만 아니라, 우회전하면 제2 쉼터라는 것과 거기까지 0.13km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우회전하는 방향을 보니, 누군가 나뭇가지를 주워 길을 막았다. 거기는 길이 아니라는 얘기다. 해서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산꾼이 사용하는 앱의 지도에는 이 갈림길이 있다. 그리고 이 갈림길이 식당으로 바로 가는 코스가 있는지 확인했을 때 발견한 그 길이다. 즉 우회전하면 식당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지도를 잘 보면 조금 위에 또 갈림길이 있다. 좌회전은 전망대, 우회전은 정상이다. 전망대는 왕복해야 한다는 건 산악회 코스 계획을 보고 알고 있었는데, 그 왕복하는 기점이 바로 위다. 고로 전망대 왕복을 포함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이정표보다, 최대 800m 더 멀다. 애초 목표를 세울 때 그것도 고려했어야 했다. 어쨌든 위에 주요 갈림길이 있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1시 57분경 도착했다. 갈림길 쉼터로, 거기에는 앞서간 일행이 벗어 놓은 배낭이 놓여 있는 평상과 이정표가 서 있다. 그리고 평상에는 선두가 깐 방향 지시가 있고, 거기에는 수기로 '왕복 11:47'이라 적혀 있다. 현재 시각 11시 57분, 전망대 왕복 후 정상으로 47분에 떠난 거라면 선두와는 20분 이상의 차이가, 47분에 전망대로 향한 거라면 10분의 차이다. 만약 후자라면, 생각보다 가깝다. 어쨌든 배낭을 벗어 평상에 두고, 300m 거리의 전망대로 향하다, 전망대에서 돌아오는 선두를 만났다. 고로 후자다!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망대로 향해, 목표보다 4분 늦은, 12시 4분 도착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번 산행 유일의 암봉이라, 유일의 전망대일 수밖에 없는 정상에는 과거의 영화를 알려주듯이 '백석봉, 해발 1,170m'라고 음각한 정상목이 가리왕산 주 능선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리고 정상 주위에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빙 둘러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먼저, 정상목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왼쪽의 들머리에서부터 백석봉 능선과 오대천 건너로 보이는 가리왕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막 도착한 일행의 도움으로 정상목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전망대를 떠나, 12시 13분 갈림길에 도착해서 보니, 그 사이 평상과 의자에 놓인 배낭이 많이 늘어 약간 놀랐다. 돌아오면서 만난 일행이 많았으니, 당연한 건가? 어쨌든 평상에 놓았던 배낭을 둘러메고, 백석봉 정상을 향해 바로 출발했다. 전망대가 1,170m, 정상이 1,238m, 둘의 고도차는 68m에 불과하지만, 1.17km라는 꽤 먼 거리라, 거의 평지 수준의 경사를 가진 능선이다. 말인즉 정상까지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다는 거다.
그래도 정상은 정상이라고, 숨 가쁘게 올라가야 하는 기복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 중간에 숨을 고르기 위해 잠깐 멈춰야 했다. 와중에 쓰러진 이정표를 발견하고, 가리키는 게 뭔지 확인했다. 여기는 진달래 군락이고, 정상까지는 20분을 더 가야 한다는 정보다! 전망대 갈림길에서 6분가량 왔는데, 앞으로 20분을 더 가야 한다고? 정보의 오기야 새삼스러운 게 없는 산의 이정표라 그러려니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22분 정상까지 0.53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12시 25분 정상에서 0.35km 거리의 이정표에 도착해 보니, 갈림길이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우회전하는 길의 정보가 없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여기도 식당으로 가는 갈림길로 아래와 달리는 여기는 산경표 지도에는 나오나, 산꾼의 지도에는 없는 길이다. 내가 찾던 식당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래 산꾼의 지도에 표기된 길이 아니라, 여기 산경표의 지도에 나온 길이다. 어쨌든 백석봉이 멀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31분 선두가 모여 점심을 먹고 있는 백석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점심을 다 먹은 선두의 도움을 받아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배낭에서 사당역표 김밥을 꺼내 그걸 먹으면서 숨바우골 입구를 향해 출발한 선두의 뒤를 따라가, 12시 54분 등마루쉼터 0.15km 이정표를 통과하고, 12시 56분 숨바우길 탐방인 B 코스를 선택한 일행 넷이 쉬고 있는 등마루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우회전해 항골로 내려가면 A 코스 산행이 되고, 직진해서 숨바우골 입구로 가면 A와 B 혼합 코스다. 고로 후미에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게 선두의 임무라, 수기로 코스 등을 적은 방향 지시를 쉼터 평상에 올려놓고 선두는 숨바우골 입구를 향해 직진했고, 당연히 난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숨바우골로 향하는 등산로, 정확히는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생태 탐방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다가, 깔딱을 오르는 구간에서 선두를 놓쳤다. 이후 정상에 도착해 무언가 이상해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두 지도 모두 이 탐방로는 없다!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생태 탐방로라 아직 지도에 등록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여기도 해발 1,160m의 천고지 무명봉이다. 그러니, 당연히 깔딱을 오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생태 탐방로에 천고지?! 뭐든 선두를 놓치고 혼자서 길을 찾으며 숨바우골로 향해, 1시 11분 숨바우골 입구 6.24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그 이정표 통과 후 무엇에 홀렸는지 완전히 길을 잃고, 전적으로 감과 지도에 의지해 숨바우골로 향했다. 당연히 길 따위는 없으나, 최대한 능선을 따라 잡목을 헤치며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갔다. 와중에 분명 왼쪽 계곡 방향으로 멀지 않은 곳에 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고생 고생하며 가, 과거 임도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걸 따라가니 계곡으로, 항골이다. 오지 탐험도 끝났다는 기쁨에 들떠, 계곡을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으며 하류로 내려가는데, 건너편에 등산객 서넛이 보이는 게 저들이 있는 곳이 숨바우길 탐방로라는 생각이 들어 계곡을 건넜다. 예상대로다. 탐방로다 그것도 종점! 말인즉 가까운 곳에 탐방로를 두고 잡목을 뚫고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다.
1시 49분 탐방로에 도착해 보니, 계곡에서 본 등산객? 탐방객 넷은 ‘제3 출입로’로, 인솔 대장이 ‘탈출로’라고 했던 임도로 올라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출입로 반대편에 있는 '항골 숨바위길 안내판'의 지도로 내가 온 길과 가야 할 숨바우길을 자세히 살펴보고,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머리에 새겼다. 아니, 이 경우는 고집이 세면 수족이 고생한다?! 뭐든 내려가야 할 숨바우길 확인이 끝나고, 생태 탐방로로 변신한 구 임도(길을 찾아 헤맬 때 발견한 임도와 연결된)를 따라 주차장을 향해 내려갔다. 잡목을 뚫고 내려오는 와중에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여러 번, 온몸이 이물질로 근질거려 빨리 씻어야 하지만, 씻을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수시로 이정표와 지도를 확인하며 갔다. 물론 오른쪽의 항골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시 정각 긴폭포를 감상하고, 2시 9분 쌍폭에 도착해 남은 거리와 폭포 상태를 보니, 씻기에 최적의 장소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주 폭포에 들어갈 수는 없어, 오른쪽의 작은 폭포로 가, 늘 그렇듯이 윗도리는 다 벗어, 계곡에 던져 넣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붙이고 물로 들어가,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 한쪽에 두고 수건을 이용해 웃통을 반복해서 씻었다. 물론 머리도 여러 번 감고. 이후 아직은 축축한 윗도리를 입고, 양말과 신발을 신은 후 배낭을 둘러메고 탐방로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을 향해 내려가며, 계곡의 감상하기도 하고, 소위 명소라 판단해 나름 고유 이름 부여한 곳에서는 소개문과 대상을 번갈아 보며 타당한 명칭인지 검증했다. 대부분 이해할 만한 수준인데, 거북바위만큼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길을 만들며 내려오는 동안과 쌍폭에서 씻는 동안 추월했던 일행을 다시 추월하며 내려가다가, 와중에 약수는 아니나, 물이 너무 맑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물맛을 보기도 하며 내려갔다.
숨바우길이 끝나기 직전 계곡에서 씻고 나오는 선두 그룹이자 주당 선수와 만나, 같이 덩굴을 모아 만든 원형문을 지나, 포장 임도(숨바우길 탈출로)로 700여 미터 아래의 주차장으로 향해가며 보니, 선수 중 한 명이 저 앞에 가고 있다. 그리고 같이 가던 일행이 통화 후 갑자기 뛰라고 해, 영문도 모른 채 10여 미터를 뛰어가지, 주차장이다. 그곳에는 보이지 않던 산행 대장을 포함 두 명이 기다리고 있다. 고로 1,160봉에서 헤어진 다섯이 다시 만났다. 현재 시각 3시 16분, 대장이 일행에게 빨리 오라고 한 건 택시를 불러서였다. 그런데, 특별히 서두르지도 않았는데, 같은 시간에 주차장에 도착한 걸 보면, 정규 탐방로 또한 길을 만들며 내려온 코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 아닌가?!
3
항골주차장에 도착해, 주차장 보도턱에 걸터앉아, 트랙 기록을 마치고, 택시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3시 22분경 도착한 택시 짐칸에 배낭을 싣고, 앞에 여성 산꾼 한 명, 뒤에 네 명이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향하며 보니, 우리가 있던 곳 100여 미터 아래에 산악회 버스가 주차해 있었다. 버스 도착 전이 아니라, 대형 차량 주차장은 아래에 있어서 버스를 볼 수 없었던 거다. 어쨌든 식당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산행 대장이 식당으로 전화해 수구레 전골 4인분과 수구레 해장국 하나를 주문했다.
3시 26분 수구레 해장국집 앞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며 보니, 당연히 수구레 해장국이 주메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이 있었다. 만약 그걸 알았으면, 수구레 전골을 주문하는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거지만, 이미 늦었다. 신발을 벗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이미 세팅이 끝나고,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먼저, 앞서갔던 일행이 산행 중 채취한 더덕과 당귀를 깨끗이 씻은 후, 더덕은 잘게 찧은 후 술병에 넣어, 더덕주를 만들고, 당귀는 다섯이 나눠, 생으로 먹었다.
그렇게 먼저 도착한 다섯이 전골, 해장국, 당귀 등의 안주와 즉석에서 만든 더덕주를 마시고 있자, 4시 20분경 주력이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해서 다시 그들과 어울려, 온갖 종류의 술 10병을 마시고, 5시경 식당을 나왔다.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고,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주당 중 한 명이 2차 가자고 깨우는 바람에 깬 후 정신없이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인솔 대장 단골 치킨집에서 2차를 하던 중 마누라의 호출로 먼저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의 A, B 코스를 합친 '졸두교 → 백석폭포 위 → 제1 쉼터 → 제2 쉼터 → 참나무 군락지 → 삼거리 → 작은백석봉/전망대 왕복 → 폐헬기장 → 백석봉 → 황병지맥 갈림길 → 고개마루 쉼터 → 등마루쉼터 → 1,160봉 → 숨바우길 입구 → 제3 진출로 → 긴폭포 → 쌍폭포 → 제2 용소 → 제2 진출로 → 왕바위소 → 화전민 마을터 → 모래소 → 거북바위 → 제1 용소 → 제1 진출로 → 너래바위 → 숨바우길 입구 → 항골주차장'의 17.08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6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40분, 휴식 36분!
날씨도 좋고, 미세먼지도 크게 방해하지 않아, 조망은 괜찮았으나, 과거 백석봉, 최근 작은백석봉 또는 전망대로 불리는 봉우리가 유일한 가리왕산 조망처다. 하다못해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 자체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고로 찍은 사진도 별로 없다.
애초 코스에 없던 1,160봉을 오르는 과정에서 길을 놓쳐, 40분가량 인적이 전혀 없는 곳을 지도에 의지해 달리 건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이었다.
이번 백석봉 산행으로 알고 있는 천고지 188개 중 182개에 올랐다. 고로 남은 천고지는 6개로, 최선을 다해 산행 기회를 만들 예정이나, 올해 안에 다 오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