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화해 첫걸음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8.04.30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불교에서는 8가지로 정의한다. 이를 팔고(八苦)라 하는데 생(生), 노(老), 병(病), 사(死),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가 그것이다.
이들 8가지 고통 중에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만이 특별히 크게 느끼는 고통이 있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즉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고통이다. 남북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불과 70년 전 한나라, 한민족이었던 사람들이 남과 북으로 갈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오히려 증오를 키우며 전쟁의 위험 속에 살얼음 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핏줄의 끌림은 언제나 끈끈했다. 올림픽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면 이내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나직이 부르면 울컥하며 먹먹한 슬픔이 배어났다. 같은 조상, 같은 언어, 같은 뿌리가 주는 울림이었다. 나라가 나뉜 것만으로도 이토록 아픈데 부모형제와 느닷없이 이별한 이후 지금껏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고통은 어떨 것인가. 눈에 그리던 혈육을 결국엔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거나, 늙은 육신 부지하며 하염없이 상봉만을 기다리는 덧없는 세월의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드디어 남북정상이 만났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며 말 폭탄 주고받던 시절이 불과 몇 달 전임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두 정상은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제 화해로 가기 위한 다양한 후속조치들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실행돼야 할 것이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 남쪽에는 5만7000여명의 이산가족이 생존해 있다. 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북 정상들은 8.15일 광복절에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산가족의 60%가 80세 이상이다. 이산가족들에겐 이제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