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에 발표한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순원의 「소나기」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유의상 번역으로 같은 해 영국 《인카운터(Encounter)》지의 단편 콩쿠르에 입상해 게재됐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랑의 순수함을 강조하거나 비극적인 결말에 애석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는 아름다운 시골을 배경으로 천진무구한 소년소녀의 연정과 이성에 눈뜨는 과정을 서정적 분위기로 수준 높게 그리고 있다. 기본적인 스토리 전개는 원작과 거의 같으나 원작과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감독이 소녀에게 부여한 에로틱한 이미지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경탄을 자아내는 것은 영화 속에 재현된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걸작 단편의 후광을 뛰어넘어 한국적 영상미학을 서정적으로 담아냈다.”(평론가 김종원)는 평을 들었다.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저조했으나 평단의 평가는 좋았고 이 영화를 관람한 당시 독일문화원장이 추천하여 제2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다.
이후 ‘소나기’는 EBS 한국영화 걸작선을 통해 수차례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동호회까지 결성되는 등 젊은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한국 고전영화의 재발견을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곡리에서 촬영됐다. 이후 고영남은 ‘꽃신’(1978), ‘빙점 81’ 등 종전과는 다른 문학 성향의 장르를 개척했다.
줄거리 소년(이영수)은 징검다리에 앉아 물장난을 하는 소녀(조윤숙)를 바라본다. 소녀는 세수를 하다 말고 물속에서 조약돌 하나를 집어 소년에게 던지고는 가을 햇살이 내비치는 갈밭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날 개울가로 가보았으나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그날부터 소년은 애틋한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과 소녀는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판에서 가을꽃을 꺾으며 놀다가 소나기를 만난다. 원두막에서 비를 피하고 돌아오는 길에 도랑에 물이 불어난 것을 보고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넌다. 그 후 소녀는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다시 만났을 때 그날 소나기를 맞아 많이 앓았다는 사실과 아직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날 소녀는 아침에 땄다는 대추를 한 줌 주면서 곧 이사를 가게 된다고 말한다. 소녀가 이사 가기 전날 소년은 소녀에게 주려고 호두를 따가지고 개울가로 달려간다. 그러나 소녀는 또 보이지 않는다. 소년은 그날 밤, 자리에 누워 소녀에게 전해 주지 못한 호두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마을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윤 초시네 손녀가 죽었다고 전하는 말을 듣게 된다. 소년은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