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와 재래시장
신 보 성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갔다
이마트
여기에선 내가 아내를 도일 일이 별로 없다
아내가 이것저것 주워 담은 카트를 밀고
관광 다니는 여행객처럼
아이쇼핑을 즐기면 된다
모든 것이 자동이다
물건 값을 흥정하지 않는다
인간도 상품도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한 낱 기계의 부속품이다
오직 돈이면 만사형통
돈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가르치는
쇠뇌공작창이다
재래시장
어깨가 부딪치고 발을 밟고
생선장사 고기장사 과일장사
아저씨 아주머니 총각 처녀들
자기 집 물건 사라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사지 없는 장애인이
입으로 몸통으로 상자를 밀며
그래도 즐거워서 찬송 부른다
아내는
상추 호박 미나리 쑥갓 등속
바구니에 담아 손님 기다리는
할머니 앞에서 발을 멈춘다
할머니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은
보살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이냐
미나리 쑥갓 몇 다발 손에 쥐고
값이 얼마냐 물어본 후
몇 백 원 만 깎자고 흥정을 하다니
부끄러운 생각에 내 얼굴 돌리는데
할머니 왈
자 미나리 한 다발 덤으로 줄낀께로
맛있게 삶아 드시이소
할머니 벙그러진 입속
누우런 앞니가 4월의 태양 아래
곱게 빛나니
아내의 근검절약으로 바보 같은 내가
이날까지 밥 먹고 살아온 것임을
알 것 같았다
재래시장에 가면
생명의 활기가 있어서 좋고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좋으며
가난한 자들의 행복과 소망을
읽을 수 있어서 좋고
돈이 인생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사는 오산에도
마트와 재래시장이 가까이 있다
마트의 갑질에 재래시장이
핍박받는 을이 되지 않기를 빈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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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와 재래시장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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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
15.04.01 13:4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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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트는 마트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다 장단점이 있죠
저마다 제 역할은 다 사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