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어제오늘 첫눈이 정말 내렸습니다. 어제 오후에 서울 출장 다녀와서, 사제관 앞길과 학교로 통하는 작은 길, 도서관 앞길의 눈을 치웠는데, 한두 시간도 안 되어 눈길의 흔적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눈길을 열어놓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실내에서 운동하며, 안전을 위한 원격 연수를 듣다가, 밖에서 눈 치우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우리 착한 서영준 신부님과 최재완 신부님이 땀을 흘리며 눈을 치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든든하게 입고 합류하기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제관 앞은 어느 정도 치워져 있어서, 학교로 통하는 작은 길, 도서관과 남학생 기숙사 앞, 거기서 안토니오관(본관)으로 가는 길, 학교 현관 앞, 세실리아 관(여학생 기숙사)에서 교문까지의 길을 닦아 놓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칭 눈밭에서 노닐고 누워서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영화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그리고 교문에서 밖으로 향하는 두 갈래 길을 걸어 다닐 정도로 해놓고, 교문에서 아퀴나스관(3학년 건물) 가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착한 목자 예수님상은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눈길을 걸어, 착한 목자 예수님 상 앞에 가보니, 예수님의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안 보이고, 예수님이 안고 계신 어린양도, 예수님 앞에 있던 양들의 모습도 온통 눈에 쌓여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눈을 치우려고 하다가, 사진 찍어 놓아야지 하며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예수님 얼굴과 어깨, 예수님께서 안고 계신 어린양 위에 눈을 치웠습니다. 치우면서 한 장 찍고, 어느 정도 치우고 나서, 찍고... 왠지 작품이 될 듯 싶어서...
그리고는 다시 3학년 건물 앞까지 길을 내고, 3학년 건물에서 안토니오관(본관) 가는 길을 내어 놓았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든든하게 입고 나온 덕분인지, 힘들게 넉가래로 눈을 퍼서 길을 내느냐고 그랬는지 온통 땀 덤벅이었습니다. 눈이 눈으로 들어가고, 땀이 눈으로 스며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물기를 먹어서 눈의 무거움은 꽤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정원에는 있는 소나무에 쌓이 눈, 정문 앞에 예쁜 소나무 위에 있는 눈을 털어주고 다시 본관 쪽으로 오는데, 길을 내어 놓았던 눈길에 다시 눈이 쌓였습니다. 다시금 넉가래로 눈길을 보수하고, 공베르 신부님 상 앞에 길도..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을 만들어 놓은 사람을 기억하기 보다.. 잘 닦아 놓은 그 길을 가는 내가 중요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그리고는 공베르 신부님 상 옆에 있는 소나무에 높게 얹혀 있는 눈을 털어내고, 학교 뒤편으로 가보니, 아까 치워 만든 눈길 위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습니다.
다시금 힘내서 다 하고, 사제관으로 통하는 쪽문 길을 치우려 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 겨우겨우 하고 있는데, 기숙사 이종민 사감 선생님(존경받는 안법인상을 받으신 분)이 도와주시러 왔습니다. 내가 하는 것이 불쌍해 보였는지... 그분의 도움으로 겨우 마치고 사제관에 들어와 씻고 나니, 아니 아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눈 속에 파묻혀 계시던 착한 목자 예수님 생각이 나서, 핸드폰에 담긴 사진을 보니, 처음에는 예수님의 얼굴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예수님의 모습도 어린양의 모습도 보였고, 뒤에서 예수님과 어린양을 포근히 감싸안고 있는 성모님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특별히 예수님과 성모님 품 안에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내리는 눈을 신기한 듯 바라 보고 있는 어린양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어린양의 얼굴을 닦고 나서 찍은 사진에는 예수님 머리 위에 위엄스러운 관이 씌어 있는 듯, 아버지가 예수님을 안고 있는 듯한 모습, 어린양을 솜으로 감싸안고 계신 듯한 인자하신 예수님, 기분 좋게 안겨있는 어린양 보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머리와 어깨 위의 눈을 치우고 난 다음에 보여주신 예수님의 멋진 예수님의 모습은 더없이 인자롭게 보였습니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보호와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진을 보고 난 다음, 졸린 눈과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기도와 성월기도를 하려니, 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아침까지 꿀잠을 잤습니다. 꿈꿀 시간이나 여유도 없이... 어쨌든 기분 좋은 저녁이었고, 잠 자리였습니다.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그 행복의 눈 속에 착한 목자 예수님과 어린양이 여유있게 웃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며, 제 얼굴에는 또 다른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의 뒤에서 포근히 감싸안아주시고 계시는 성모님과 예수님이 느껴졌습니다. 그 어린양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사진 감상해 보세요.. ^^
첫댓글 눈 속의 성모님이 예수님과 어린양을 안고 계시는 모습.. ^^
아버지께서 안아 주시는 듯한 모습..
@최인각 인자하신 예수님, 마냥 좋아하는 어린양. ^^
@최인각 눈 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 찍고 있는 친구들.. ^^
2020년도 겨울
소하동 본당 공소에서 성모님을 찍은 사진이에요.
뒤에서 살포시 성모님을 안고 계신...
얼굴 옆 모습까지 선명한 예수님~^^
보이시나요?
예수님도 성모님도
가끔씩 눈으로 오셔서 포근히 안아주셔요.
그래서 저는 눈이 오면 마음이 설레고 좋은가 봐요~^^
가을이라 쓰고, 겨울이라 읽는다! 안법은 가을과 겨울이 함께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