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33년 3월 18일. DEAF. 네덜란드 왕국에 선전포고.
동남아 전구에서는 122군단이 차출되어, 동남아시아 열도 점령에 나선다.
이야기는 122군단장, 카노 다 지롱의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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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8월 30일. 날씨 흐림.
바다를 가득 메운 수송선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
"군단장님, 부통에 거의 다 왔습니다."
"아, 저기 보이는 저 섬이 부통인가. 알았으니, 출동을 준비하라."
멀리서 관찰해 보니, 별다른 시설물은 없고, 다만 낡은 무역 센터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아니, 100명과 전투로봇 2기만 차출해서 보내게. 적은 보이지 않아."
그 후, 9월달이 될 때까지 우리는 무통에 머물렀다.
네덜란드군의 모습은 어딜 가도 볼 수가 없었고, 민간인들뿐이었다.
"이 지구에 이렇게 울창하게 숲이 이루어진 곳이 있었던가."
인간이 건드리지 않은, 태고의 정글을 보는 순간이었다.
어릴 적 동물도감에서나 보았던 도마뱀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군단장님, 승선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알았네. 전군 수송선에 탑승하도록."
바다를 가득 메운 잠수함과 수송함들을 보며, 그렇게 우리는 무통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플로레스 섬이랍니다."
"그곳의 병력은?"
"역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각종 위성 추적 시스템이 발달한 요즘, 확인되지 않았다는 건 없다는 거다.
"그럼 이번에는 50명하고 전투로봇 1기만 보내지."
10월 23일. 본국에서 연락이 왔다.
전쟁 종료.
그런데 그 이후로 우리는 약 한 달 가까이를 바다에서 보냈다.
아마도 동남아 사령관이 우리의 존재를 잊어버린듯.
나는 함대 함장에게 모함으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명령은 명령입니다. 특별한 지시가 없을 때까지 대기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답답할 수가.
배멀미로 고생하는 부관들을 보자니 안쓰러울 뿐이다.
11월 30일. 새 임무가 내려졌다.
발리 섬과 톰복 섬에 있는 소왕국, 발리를 합병하라는 지령이다.
솔직히 발리라니,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내가 이끄는 사단들로 충분하다고 할 정도면 발리란 나라는 얼마나 작은 걸까?
12월 14일. 처음으로 범선을 보다.
발리 국기가 새겨진 수송범선 하나가 우리 함대를 향해 전진해왔다.
우리 함대는 전 잠수함을 출동시켜 그 범선을 기어코 침몰시켰다.
단지 수송선이었는데, 그래도 될까 싶었다.
처음 본 범선은 정말 멋있었는데...저 잠수함 따위들보다 훨씬 더.
1월 4일. 발리에 상륙,
작은 나라라고 해서 우습게 본 것 같았다.
위성 보고에 따르면, 적은 20개 사단을 포진시켜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륙해서 교전을 치루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거, 한 사단에 천 명도 안 되었다.
전투는 치열하지 않았다.
적들은 왠일인지 우리에게 손실을 입히지 못했다.
1월 27일,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 되어버린 전장에서 시체를 모두 수습하고, 발리 섬을 점령했다.
그런데, 섬이 텅 비어있었다. 가는 곳곳마다 까마귀와 독수리가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한 군인에게 섬의 사정을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그 포로는 스와힐리어를 할 줄 알았다(카노는 소팔라 태생 : 편집자)
포로에게 물어보니, 발리 국왕을 비롯한 민간인 전체는 병으로 죽었다고 하고, 발리 군대의 9/10도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무슨 병인지 물어보니, 그 병사는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는데, 증상이 한 번 자면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삿포로 트리파노소마인가.
DEAF에는 트리파노소마 백신이 널리 보급되어있어,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데.....
2월 23일, 남아있는 톰복 섬을 점령하고, 발리 왕국의 합병을 선언했다.
톰복 섬도 사정은 마찬가지, 민간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발리 왕국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발리는 다만 유물로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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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 다 지롱은 이후, 16년간 발리를 관리한다.
발리 합병은 DEAF 국영신문에 짤막하게 보도되었다.
그 이후, 카노와 발리는 DEAF에게서 잊혀진 채 16년간 발리와 톰복 섬을 재건하려 노력한다.
카노 다 지롱이 경험한 발리의 참상은 사실, DEAF 외부의 대륙에서 흔한 현상이었다.
미하일이 타국의 백신 생산 시설을 비밀리에 모두 파괴했으며, 어렵게 제나타가 세계 각국으로 빼돌린 백신 생산 기술을 못 쓰게 만들어놓았다.
DEAF의 어두운 단면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는 카노의 증언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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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을 끝으로, [소코토, 지구 최후의 제국]을 마칩니다.
다음 편에서는 소코토 5부작 중 마지막, [소코토, 아마겟돈]이 시작됩니다.
74_winter_woods2.MP3
첫댓글 이제 우주로도망친술탄이 귀환하는건가!!
아.. 아마겟돈!
초근성작 ㄷㄷㄷ
대체 언제 완결되는 거여
진짜오래가는 연대기인듯함..
진짜 엄청난근성이군요 ㄷㄷ
안드로메다 바이러스 등장 두두두둥
빌리..원정대로 봤다는.......ㅋ
ㄷㄷㄷㄷ
초캐시밤쾅근성작
드디어 끝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