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V에서는 지난 호에 ‘하드코어’와 ‘핌프’, ‘랩 메탈’에 대해 간략한 특집을 다룬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핌프’만을 따로 특집으로 다루는 것은, 어찌 보자면 지나친 ‘오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가장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부분은 ‘핌프’이고, 지난 호 기사에서는 ‘모든 걸(?!)’ 다루다 보니 지나치게 간략히 다뤄져 미처 언급하지 못한 요소도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심화학습’을 위해, ‘핌프’에 대해 한번 더 다뤄보기로 하였다. (내친 김에 몇 발짝 더 가보자^^) 같은 필자가 연속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쓰다보니 몇몇 부분은 겹치는 곳도 있겠지만, 되도록 전에 다루지 못했던 부분에 중점을 맞추려 노력했으니, 그 점을 양해해 주시길...
0. 왜 ‘핌프 록’인가?
영어공부 좀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핌프(Pimp)’란 그리 좋은 뜻을 담고 있는 단어라 할 수 없다. ‘포주’ ‘뚜쟁이’가 이 단어의 원 뜻이고, 요즘에는 ‘하층 백인’을 일컫는 말로 의미가 약간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장르의 이름’ 씩이나 되시기 에는 조금 안타까운 단어라는 얘기다.
‘포주 록? 어머, 그럼 서태지가 포주란 말야? 0.0’라며 의아해 하는 서태지 팬 여러분도 있을 것이고, ‘훗, 대체 핌프가 무슨 뜻인지나 알고 쓰시는지?’라는 의견을 내세울 법한 ‘하코’-‘핌프’ 쪽 ‘병력’도 있으실 테니, 왜 ‘신성한’ 음악의 장르를 논하면서 이 ‘험악한’ 용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적도록 하겠다.
사실 이런 류의 음악을 일컫는 용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본에서는 ‘믹스처 록(Mixture rock)’이라 부르기 좋아하고, 미국에서는 ‘얼터너티브 메탈(Alternative metal)’이나 ‘하이브리드 메탈(Hybrid metal)’ 등으로 일컬으며, 모처에서는 ‘크로스오버 하드코어(Crossover hardcore)’로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이 단어 모두는 약간씩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미국에 편중되어 있지만 어쨌건 인터넷 최고의 음악 검색 엔진으로 인정받는 ‘올 뮤직 가이드’(All music guide, www.allmusic.com)를 찾아보면, ‘얼터너티브 메탈’이란 용어는 사용하지만 ‘핌프 록’은 없다.
그렇다. 어찌 보자면 ‘핌프 록’은 다른 용어들에 비해 오히려 공인 받지 못한 명칭이라 할 수 있겠고, 우리는 ‘믹스처 록’이나 ‘크로스오버 하드코어’라고 이 장르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읽으실 이 코너에서는 ‘핌프 록’이라는 용어를 기준으로 사용하려 한다. 단어의 원 의미도 무진장 ‘후지고’, 올 뮤직 가이드에 올라있지도 않은 이 말을, 왜 여기서는 굳이 사용하려는 걸까?
우선 이 글을 읽으시려는 분들께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의 이해’지 ‘용어의 이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의 수용자 입장에서 제일 상위로 놓아야 하는 건 ‘다양하고 많은 음악을 접함’이고, 그 다음이 ‘장르의 특성과 그 역사에 대한 이해’나 ‘밴드의 바이오그래피’ 등이다. 그 음악들을 뭐라고 부르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많이 듣고 접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저 많은 용어들을 앞으로의 글에서다 쏟아 붇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어 저기서는 핌프 라는데, 왜 여기서는 크로스오버라고 하지?’ ‘아이아이 모르겠어. 왜 글 쓰는 사람들이 전부 다르게 부르는 거야!!!’ 그러다 모두 분노하며 떠나는 것보다야, 조금 ‘허접한’ 의미의 단어라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용어를 사용해 이해를 쉽게 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핌프 록’이라는 말이 서태지나 필자가 만들어낸 ‘신조어(新造語)’도 아니고, 원래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가 인터뷰 중에서 언급한 말이 퍼지게 된 것인 데다가, 사실 이 용어를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은 예전부터 ‘하코’ 계열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던 분들이다.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는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용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그냥 아무렇게나 ‘록앤합(Rock & Hop)’이라는 말을 지어냈다고 치자. 이건 널리 쓰이지 않는 말이고, 이미 꾸준히 불려오고 있는 다른 용어가 있으니, 당연히 저 말의 사용을 포기할 수도 있고 왠만하면 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핌프 록’은 다르다. 이 바닥에서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림프의 멤버가 말해 퍼지기 시작한 말이고,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서태지가 말해 국내 오버에도 뜨기 시작한 말이니,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별 무리도 없고 필자도 이 글에서 써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진행될 글에서는 ‘핌프 록’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 다른 ‘아름다운 말’을 몰라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는 이 말을 사용하는 게 서로에게 제일 적당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1. KORN
핌프 록은 물론 1990년대 이후의 대중 음악을 논하는데 있어서, 콘은 필히 거쳐야 하는 '대그룹’임과 동시에, 왠지 모르게 그냥 지나치고 싶은 느낌이 드는, 약간 ‘엄한’ 그룹이다.
1집 당시 Blind가 던져준 충격파와 이후 그들이 얻게 된 엄청난 수준의 상업적 성공, 그리고 이후 그들의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패밀리 밸류(Family value) 투어와 수많은 동류 밴드들이 연이어 나올 수 있던 발판을 닦아준 공로는 분명 크다. 그래서 콘은 요즘의 대중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그룹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핌프 록’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세상 수많은 감상자들과 연주인들에게 충격파를 날린 장본인이 아니던가! Blind 당시 한국 뮤직 비디오 감상실에서도 이들의 인기와 충격은 대단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수많은 핌프 밴드가 항상 화면을 차지해, 심지어 이제는 다소 ‘지겨운’(어, 이 대목에서 분개하는 팬들이 부디 없으시길...^^;;) 생각까지 들게 만든 문제의 그룹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도 무시 못할 ‘초거대 밴드’가 되어버렸음에도, 막상 자신들의 음악은 3집 FOLLOW THE LEADER 이후 ‘어설픈 멜로디’와 ‘어정쩡한 힙합’으로 돌변해, Blind 시절의 좋던 추억마저도 깎아 먹는 아주 기이한 행로를 걸어가고 있다. 사실 이들의 진짜 매력이라면 ‘힙합 정서’ 보다는 오히려 ‘음울하게 밑바닥에 좌악~ 깔리는 분위기’라고 보는데, 이들은 나아갈 길을 정반대로 판단한 듯 싶다.
콘의 음악 중 들어볼 만한 것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은’ 1집 KORN이 우선이고, 이게 마음에 든다면 2집 LIFE IS PEACHY까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3집 FOLLOW THE LEADER 음반의 Got the life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순간부터 이들에 대한 모든 기대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도 그 이상은 권해주지 못한다.
이들의 1집에는 Blind를 비롯한 Clown이나 Shoot and ladders 같은 명곡들이 분명히 있었고, 2집에도 시작부터 ‘죽여주는’ Twist나 그로울링과 리듬감이 공존하는 힙합 곡 Wicked가 분명 ‘한 칼’을하고 있었음에도, 왜 3집 이후는 자신들의 갖고 있던 그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꼭 이들의 음악이 갈수록 ‘엄해진다’는 이유로, 반드시 비난의 다트를 던질 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유명 그룹도 몇몇 마에스트로를 제외하면, ‘진정한 명반’은 1-2장 정도밖에 내놓지 못했다. 3-4집 정도에서 자신들의 진짜 솜씨를 불태우는 여타 그룹들에 비해 콘은 그 시기가 조금 빨랐을 뿐이고, 현재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 보다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더욱 굳건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어떤 그룹은 그렇게 성장하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2. LIMP BIZKIT
아무래도 핌프 장르를 말하면 제일 먼저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게, ‘콘’과 ‘림프’다. 콘의 베이시스트 필디(Fieldy)와 림프의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가 문신을 새기다 친해진 사이라는 식의 같은 가십은, 오히려 그들의 음악을 설명하는데 구차스러운 사족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친구라는 사실이 아니라,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핌프계에서 1-2위를 다투는 그룹들이라는 것이다.
림프가 콘과 가장 다른 점을 들라면 아무래도 림프 쪽이 ‘힙합’ 정서가 훨씬 강하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는데, 신나는 힙합 Jump around로 국내 록 바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하우스 오브 페인(House of pain)’의 DJ 리설(Lethal)이 그룹에 정식 멤버로 참여해있다는 사실이 다채롭다. 록 밴드에 스크래치를 하는 DJ가 정식 멤버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그런 라인업의 밴드가 상당히 많아진 지금은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림프 비즈킷이 데뷔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이들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것은 1집 THREE DOLLAR BILL Y'ALL에 수록되어 있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eal)의 리메이크 Faith가 국내 록 바를 강타하면서 였고, 이들의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2(MI2)’의 테마 음악 Take a look around를 담당한 후이다. 비록 영화 자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개봉 직전까지 올해 최대의 기대작 이었던 영화의 메인 테마를 맡아 예고편에서까지 징징 울려줬으니, 그 음악을 맡은 림프 비즈킷이 도저히 유명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들도 최근 3집을 발표했는데, 이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본지의 앞 부분에 수록된 림프 비즈킷 단독 기사(‘Artists & Repertoire'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니, 죄송스럽지만 림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그 기사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3. COAL CHAMBER
서태지 이번 음반이 콘과 비슷하다는 말들이 참 많다. 하긴 Blind 리프를 ‘일부러 따와’(?) 깔아버린 ‘대경성’은 물론, 무대 매너와 액션까지 콘과 림프비즈킷의 중간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한게 사실이리라. 하지만 서태지의 음악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콘과 그의 음악은 상당히 다르다.
사실 콘의 1집 당시와 정말로 똑같은 건 콜 챔버의 1집이었다! 이 앨범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당시, 몇몇 사람들이 ‘이건 보컬만 바뀐 콘이잖아!’라는 소리를 해댔을 정도이니, 얼마나 비슷한지는 직접 한번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게 되리라.
하지만 사실 콜 챔버는 콘의 아류가 아니라, 의외로 많은 음악과 이미지를 한데 모아 만든 ‘조립식’ 밴드라 보는 게 더 좋겠다. 물론 핌프 록이라는 장르 자체가 ‘여러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기반으로 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디서 들어본 듯한 기타의 톤이나 랩 스타일이 거의 모든 음반에 등장하지만, 콜 챔버는 그 정도가 약간 더 심하다.
일단 1집의 음반 재킷부터가 ‘예술’이다. 조금 비약이 심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스크림 트럭은 스매싱 펌킨즈(Smashing Pumpkins)의 Today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것이고, 타고 있는 운전수는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분위기의 사내다. 여기까지는 지난 기사에도 언급한 내용이니 한 발짝 더 나가보자.
얼마 전 발매한 2집 CHAMBER MUSIC에서 튀어나온 뮤직 비디오 Shock the monkey를 한번 본다면, 이번에 그들이 ‘조립’한 요소들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 비디오에서 기존부터 갖고 있던 고스(Goth) 풍의 외모와 분위기를 조금 더 살리고, 오지 오스본(Ozzy Osborne)을 출연시켜 각을 잡은 후, 1집부터 해오던 콘 풍의 ‘90도 인사’ 헤드뱅과 마릴린 맨슨이 즐겨 쓰던 비디오의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 게다가 곡 자체도 자신들의 원 곡이 아닌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의 리메이크 곡을 사용하고 있으니, 어찌 보자면 이들은 ‘음악’을 잘 한다기보다는 ‘조립’에 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너무 똑같다는 지적이 많긴 하지만 1집 당시의 음악이 ‘꺼버리고 싶을’ 정도의 수준은 뛰어넘었고, 데뷔음반치고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굳이 구체적으로 여러 요소들을 따져 듣지 않고 이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을만한 수준은 충분히 된다는 거다. 하지만 2집은... 콘과 비슷하다는 소리에 지겨워졌는지 나름대로 큰 변신을 시도했지만,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할 말도 없다. (^^;;)
4. KID ROCK
요즘 이 바닥에서 유명한 뮤지션 중 가장 ‘핌프’스러운 외모의 소유자고, 당장 길거리에 나가 '영업 뛰어도 좋을 허우대'(^^)의 소유자가 바로 키드 록이다. 솔직히 생긴 것만 보자면 ‘양*치’ 그 자체로 생각되어, 길거리에서 ‘놀아본 가락과 겉멋’으로나 인기를 끄는 별 볼일 없는 음악인처럼 보일 지도 모르지만, 막상 음반을 들어보면 이 계열에서 가장 독특하고 탁월한 음악을 해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키드 록이다.
콘과 림프의 거대한 성공으로 징징대다 한번씩 ‘죽여주는’ 랩으로 ‘바르는’ 게 전부인 그룹이 꽤 많아졌는데, 키드 록은 분명 핌프 계열의 음악을 하면서도 그 뿌리를 다른데 두고 있어 들어볼 가치가 있다.
그는 1980-90년대 이후의 헤비메탈과 랩의 접목은 물론, 1960-7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올드 록(Old rock)이나 컨트리(Country)같은 지극히 미국적인 음악(그러니까 미국 밖에서는 잘 안 팔리는 음악)까지 모두 가져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버린다. 이런 실력은 그가 DEVIL WITHOUT CAUSE로 빅 히트를 치기 전까지 만들었던 3장의 음반과 그동안의 수많은 작업에서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을 텐데, 황당할 정도로 다양한 음악들이 모두 모여 공생하는 명반 DEVIL WITHOUT CAUSE는 물론, 그 유명한 American bad ass를 갖고 있는 초기 베스트 HISTORY OF ROCK 또한 상당한 수준을 들려주는 명반이다.
그의 대단한 능력을 설명해줄, 조금 황당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얼마 전 그가 메탈리카(Metallica)와 합동 공연을 가진 적이 있다. 극도로 유명한 밴드를 쫓아 약간 덜 유명한 밴드가 투어를 다니는 거야 대중 음악계에서야 흔한 일이지만, 등을 부상당해 쉬고 있는 제임스 햇필드(James Hatfield) 대신 키드 록이 메탈리카의 보컬을 맡아 공연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결코 범상한 사건이 아니다. 아직 그 실황을 보지는 못했지만, 런 디엠씨(Run D.M.C.)와 에어로스미스(Aerosmith)가 한 무대에 섰던 라이브를 본 기억으로 짐작하자면, 거의 ‘꿈의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때 친해진 건지 이전부터 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메탈리카의 Sad but true를 아주 절묘하게 샘플링 해(라이브에서는 밴드가 제대로 해주니, 실제로 다시 연주한 녹음일수도 있다) 만들어낸 명곡 American bad ass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수많은 분야의 음악을 가져와 자신에게 걸맞게 고치고 믹싱한 후 상당히 잘 하는 랩을 덮어 내놓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는 힙합(Hip-hop)이나 테크노(Techno) 계에서 맹활약하는 명 DJ 만큼의 음악적 감각과 재 조합 능력을 갖고 있을 듯 싶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무대 뒤쪽에서 조용히 일하며 다른 이의 음악을 빛내는 역할보다는, 무대에서 방방 뛰며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며 신나게 사는 편이, 그에게 훨씬 더 어울리는 모습이리라.
5. SLIPKNOT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부수고 달리는' 음악을 원하는가? 그런걸 원한다면 굳이 블랙-데스의 세계까지 멀리 날아 갈 필요가 없다. 우리 앞에는 이미 ‘9인의 복면단’ 슬립낫이 있으니까.
멤버들에게 0번부터 8번까지 번호를 매겨 이름 대신 호칭하는 이들은, 모두 호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복면’을 둘러쓴 채 방방 뛰며 노래를 부른다. 음반 해설지에 따르면 이들의 음악이 다음 밴드들을 모두 합해 놓은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한다. Fear Factory + Sepultura + White Zombie + Prodigy + Korn + etc... = Slipknot. 아무리 크로스오버가 넘쳐흐르는 2000년대라도 저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덧셈 같지만, 개인적으로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말 어디서 많이 듣던 부분이, 달리는 와중에다 나오기 때문이다.
결코 타협 없이 ‘달려준다’는 점이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이고, 그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슬립낫의 음악을 구입해 즐기긴 하지만, 문제는 그런 특성이 단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되니 어느 순간 지쳐서 쓰러지게 된다는 거다. 이 음반을 구입한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음악이 ‘후진’건 절대 아니었다. 음악에는 완급의 조절이 분명히 필요한데, 이들에게는 그게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 이었다. 이제 겨우 메이저에서 1장의 음반을 내놓은 이들에게, ‘파괴’ 이상의 대단한 요소를 요구한다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핌프 계열을 좋아하면서 그루브한 랩의 전개나 부드러운 슬로우 록의 쉬는 시간이 필요 없다면, 슬립낫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하긴 이미 ‘하코’나 ‘핌프’ 류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 중 대부분은 슬립낫을 겪었고, 서로간에 ‘끝까지다 듣지 못한 음반’에 대한 담소를 나누기까지 했다. 그저 이제는 당신의 차례일 따름이다.
6. MAD CAPSULE MARKET
솔직히 매드 캡슐 마켓의 음악을 ‘핌프’에 뭉뚱그려 얘기하는 건, 그들에게 조금 억울한 일이 될 듯 싶다. 이들의 음악은 여타 ‘하코'나 핌프 밴드들과 매우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올드 스쿨 하코’나 펑크를 기초로 전자 음악의 사운드를 위에 덮었고, 갈수록 전자음악의 비중이 높아져 최근에는 거의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류 음악에 가까운 소리까지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루지 못하면 다른 기회를 얻기 힘들 듯 싶어서 여기 몇 자 적으니,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 바란다.
일단 이들의 음악 중 제일 먼저 살펴볼 것은, 국내 뮤비 감상실을 강타한 Walk 등의 곡을 담고 있는 4 PLUGS이다. 당시부터 이들은 보컬의 목소리에 이펙터를 거는 등 자신들의 하코-펑크 류의 사운드에 전자 음악의 도입을 시도해왔는데, 최근 국내에도 발매 예정인 PULSE 싱글의 정규 음반 OSC-DIS에서는 완전히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으로 무장한 채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4 PLUGS 당시의 스트레이트 한 맛이 줄어들고 전자 음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팬도 있긴 했지만, 애초 한국에 ‘매캡’의 이름을 널리 알려준 4 PLUGS 시절부터 보컬에 이펙터를 거는 등 전자 음악의 요소를 들려주어 왔고, 그들이 전자 음악을 도입한다고 ‘*땐스’의 세계로 가버린 것도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표현 영역을 넓혀 가는 것뿐이니, 그렇게까지 큰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그리고 이들의 라인업은 정규 멤버 3인에 기타가 포함되지 않고 세션을 기용하고 있는 신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4 PLUGS 당시에는 4인조에 기타 포함),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의 음악은 일반적인 락 음악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척 특이한 방향으로 ‘달려주는’ 이들의 작업을 이제는 굳이 ‘일본 음악’이라 하며 신기하게 여기거나 깎아 내릴 필요는 없을 듯 싶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면 될 듯 하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일본어’가 들어간 음반이라 한국에 ‘제대로’ 들어오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거라는 애석한 사실.
7. VANILLA ICE
좀 나이가 되신 분들이라면, 1990년대 초반에 활약하던 바닐라 아이스라는 백인 래퍼 한 명을 기억하리라. 당시에는 ‘랩’이 흑인들만 하는 하위 장르라고 누구나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등장은 상당히 기이한 체험이었고, 아직 미국에서조차 ‘샘플링’의 의미가 제대로 퍼져있지 못한 때라서 Queen의 Under pressure를 샘플링 해 사용한 Ice ice baby라는 곡은 꽤 큰 반향을 일으켜서, 정말 뜬 곡이 아니면 패러디를 해주지 않는 얀코빅(Yankovic) 조차 이 곡을 자신의 메들리에 삽입해줄 정도였다.
사실 그의 음악이 좋아서 인기가 높았다기보다는, 멀뚱히 큰 키와 당시의 기준으로는 기이한 머리 모양(앨범 재킷을 보면 머리 모양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과, 그때까지는 찾아보기 힘든 ‘백인’ 출신의 래퍼라는 사실이 그의 주목도를 높여줬고, 그의 데뷔 음반 TO THE EXTREME은 꽤 괜찮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 여세를 몰아 다음해 EXTREMELY LIVE라는 라이브 음반도 발매했고, COOL AS ICE라는 국내에조차 출시된 영화에까지 출연하게 되며 한층 물오르긴 했지만, 그 이후 그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1990년대 후반에 그가 돌아왔다. (사실 1990년대 중반에 MIND BLOWN이라는 음반을 내기도 했지만, 그 음반은 정말 아무도 모르니까 그냥 1990년대 후반에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자) HARD TO SWALLOW라는 제목을 가진 이 음반을 여기서 다룰 수밖에 없는 건, 이 음반이 콘이나 림프 류의 핌프 록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Ice ice baby나 I love you 같은 소프트 랩을 부르던 키 큰 청년이 난데없이 소리 막 내지르는 모습을 본다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콘과의 작업으로 유명해진 이 바닥의 황제 로스 로빈슨(Ross Robinson)이 프로듀스를 해주니 사운드야 당연히 한가닥해 주지만, 문제는 음악 자체가 좀 어정쩡하다는 거다. 좀 더 강하게 내질러도 좋을 랩이 왠지 겉돌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오버하며 안 해줘도 될 센 부분을 보인다. 결정적으로 이 계열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센 소리’와 ‘잘 붙는 랩’을 거의 조화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음반은 그저 그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안/사/도/되/는/음/반’이라는 거다.
‘유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강한 음악’으로 돌아온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에서 한번 더 언급하게 될 ‘서태지’가 바로 그런 예인데, ‘바닐라 아이스’의 변신이 실패에 가까운 참패를 낳았다면 ‘서태지’의 변신은 항상 성공해왔다. 서태지 혼자 두고 보면 별로 대단하지 않아 보일 진 모르지만, 이렇게 비교 대상이 있을 때 그의 위상은 약간씩 올라갈 수 있다.
8. METHODS OF MAYHEM
바닐라 아이스도 이전 자신이 했던 음악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중들을 맛 보낸 경우지만, 따지고 보면 메소즈 오브 메이헴 쪽이 더 황당한 그룹이다.
1980년대에 맹활약하던 엘에이 메틀(LA Metal) 그룹 머틀리 크루(Motley Crue)라는 이들이 있었다. Girls Girls Girls의 뮤직 비디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요즘의 림프 비즈킷이나 키드 록 이상으로 여자에 집착하는 반사회적(으로 보이는) 그룹이었는데, 이 그룹의 드러머였던 토미 리(Tommy Lee)가 이끌고 있는 그룹이 메소드 오브 메이헴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젊은 분들은 잘 모르려나? 더 쉬운 설명 방법이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파멜라 앤더슨 홈 비디오 당시 ‘감동의 주인공’이던 그녀의 남편이 바로 토미 리였다.
LA 메탈 그룹의 ‘보컬’도 아닌 ‘드러머’가, 갑자기 프로젝트 그룹 결성해서 핌프 계열의 음악을 한다는 게, 어찌 보자면 상당히 ‘깸’은 물론 시류에 발맞춰 돈이나 좀 벌어보자는 해프닝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음악 자체도 좀 ‘중구난방’인 감이 있고, 세인들의 평가도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못 되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지나갈 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토미 리와 래퍼 틸로(Tilo)가 만들어낸 이 음반에 참여한 게스트 뮤지션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쟁쟁한 사람들이 하도 많이 나와 이름만 읽어봐도 패닉 상태에 이를 지경인데, 우선 이 음반의 DJ로는, 그 유명한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후기 작업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믹스 마스터 마이크(Mix Master Mike)가 참여했다. 래퍼 쪽에서는 그 유명한 스눕 독(Snoop Dogg)과 우탱 클랜(Wu Tang Clan)의 유-갓(U-GOD)이 참여했고, 테크노 계에서는 난데없는 크리스탈 메소드(Crystal Method)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으며,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키드 록의 자취까지 만나 볼 수 있다.
아직 이름 나열이 끝난 게 아니다. 이들의 음악을 좡좡 알려주는데 큰 공을 세운 뮤직 비디오 Get naked(검열버전도 꽤 야할거다)에는 이런 인물들이 와장창 나와서 피처링을 해준다. 림프 비즈킷의 프레드 더스트, ‘야한’ 걸로 한가닥하는 릴 킴(Lil' Kim), 난데없이 등장하는 지-훵크(G-Funk) 계열의 대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등이 바로 그들이다.
정말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자신들의 족적을 남겨준 음반이 바로 메소드 오브 메이헴의 데뷔 음반이지만,위에서도 말했지만 음악이 꼭 좋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다. 오히려 ‘상업 그룹’ 이라기 보다 자신이 해보고 싶던 시도를 해본 ‘실험 음반’에 가깝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여러 가지를 해보고 있는데, 막상 음악 자체는 평작 이상의 세계로 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 점이 마냥 아쉬울 따름이다.
9. DR. CORE 911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활약하는 핌프 계열의 밴드는 누가 있을까? ‘핌프 패밀리’ 공연까지 할 정도로 꽤 많은 밴드가 활동해오긴 하지만, 그 중에서 자신들의 독집 음반까지 갖고 있을 정도의 그룹은 ‘닥터 코어 911’밖에 없다. 최근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이런 류의 음악을 듣지 않는 이들까지 이름 정도는 알만큼의 유명 밴드가 되었는데, 인디에서만 활약하던 시절부터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라이브와 괜찮은 외모(?!)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의 음악을 ‘음반’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3개의 소스가 나와 있다. 이대 앞에서 활약하다 사라진 ‘클럽 하드코어’ 컴필레이션 두 번째 음반에 이들은 3곡을 제공했고, 인디 레이블을 통해 제작되고 배급된 3곡 짜리 싱글에서 그 선을 이어갔으며, 최근 쌈지-록 레코드를 통해 드디어 자신들의 풀-렝스 음반인 ‘비정산조’를 발매하게 되었다.
‘닥코’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두 명의 보컬이 ‘잘 붙는 랩’과 ‘멋진 그로울링’을 따로 맡아, 아귀가 딱딱 맞게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은 콘이나 림프가 행하던 보컬의 멋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 외모도 액션도 되는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힘써 해주니, 라이브를 보는 관객으로써는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음반’으로 돌아가면 조금 경우가 달라진다. 위에서 말한 저 강점을, 라이브가 아닌 음반에서는 ‘녹음의 저열함’(^^;;)으로 인해 제대로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후진’ 녹음으로 악명을 떨치던 ‘인디’ 시절의 녹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더라도, ‘외국’에까지 가서 작업해왔다던 ‘비정산조’까지 그 길을 걷는다면, 청자들에게 남는 건 ‘아쉬움’뿐이다. 랩이야 웬만큼 들린다고 하지만, 같이 조화를 이뤄줘야 할 그로울링이 조 카커(Joe Cocker)의 허스키 보이스보다도 못하게 들리는 건 조금 심한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길거리나 홍대에서 벌이던 그들의 라이브를 아주 만족하며 보았고, 정규 음반은 물론 싱글까지 모두 ‘사줄’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녹음이 떨어져 그 감동을 집에서 느낄 수 없다는 건, 매우 애석한 일이다.
10. 서태지
다른 사람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서태지’라는 이름을 믿는다. 그에게 대단한 감투를 씌우려는 게 아니라, 그가 만든 음악은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믿음직한’ 그가, 이번에는 ‘핌프 록’을 들고 나타났다. ‘완벽주의’를 항상 보여주는 그이니 이번에도 음악은 당연히 수준 이상이고, ‘하코’ 듣는 분들이나 불러대던 ‘핌프 록’이라는 마이너 용어를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만드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그렇다면 음악 자체는 어떠한가? 콘과 림프 스타일을 많이 가져오긴 했지만, 분명히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서태지의 주특기는 기존에 외국에서 존재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가져와 자신에게 알맞는 모습으로 바꾸어 내는 것이었으니 특별히 새로울 일도 아니지만, ‘작고 여린’ 오빠의 모습을 완전히 벗고 ‘강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건 조금 신기한 일이다. (사실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음악을 들을 때는 좀 더 스트레이트한 쪽을 좋아하기 때문에, 콘보다도 림프 비즈킷의 1집에 더 끌리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서태지의 신보가 너무 쉬어 가는 부분이 많아서 약간의 불만이 있긴 하지만, ‘과격한’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수위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긴 정말 시끄러운 거 듣고 싶으면 브루털 데t스(Brutal death) 계열의 음반을 꽂아놓고 들으면 되니까.
전 세계의 핌프 계열 음반을 다 듣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중상 권에는 들 수 있을 듯 싶다. 게다가 ‘밴드’가 모여 만든 것도 아니고 모든 작업을 ‘혼자’ 해냈다면, 양인들이 화들짝 놀라 줄 듯 싶기까지 하니까.
너무 자제하는 감이 보여서 실망하는 사람도 없는 건 아니지만, 서태지는 1집 시절의 콘이나 3집 시절의 메탈리카가 아니지 않는가? 그에게 온 세상 좋은걸 다 요구하는 건, 너무 지나친 짐을 지우는게 아닐까?
여하간 서태지의 이번 음반도 ‘명반’ 수준에는 끼워줄 만 하고, 전 세계의 핌프 계열에서 보더라도 꽤 특이한 케이스로 남을 수 있을 듯 싶다. 문제는 미국 애들도 이걸 한번 들어봐야 한다는 건데... 이제는 좀 외국에서도 활동을 해보시지...
뱀발; 사실 ‘믹스처 록’은 이미 몇 년 전에 한국에도 소개된 용어다. 1996년 1집을 발매했던 꽤 잘하던 국내 밴드 토이 박스(Toy box)가, 당시 자신들의 음악을 ‘믹스처 락’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당시 그 용어와 그런 스타일의 음악에 익숙한 한국인은 별로 없었고, 소리 소 문 없이 2집을 낸 채 지금은 그룹과 용어 모두 잠잠해져 버렸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쓸데없이 ‘엄한 안티’를 거는 것 보다, CD 한 장 더 사고 주변에 널리 알리는 그런 작업이 훨씬 중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