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시도를 통일감과 세련미로 아우르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 A장조는 앞서 나온 네 곡에 비하면 세부보다는 전체의 통일감이 강조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구성적인 면에서 매우 새롭고 독특한 면모도 보여준다. 특히 첫 악장에서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와 독주악기에 의한 제시부 사이에 독주악기에 의한 아다지오의 전주를 삽입한 부분은 참신한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또 같은 악장에서 독주악기에 의한 제시부가 시작될 때는 처음에 관현악이 연주했던 음형을 독주악기 주제의 대위 선율로 사용하는 색다른 수법도 등장한다. 또한 피날레 악장에서 이전까지 썼던 론도 형식 대신 미뉴에트를 사용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제1악장 : Allegro aperto
A장조, 4/4박자, 협주풍 소나타 형식
알레그로 뒤에 붙어 있는 ‘아페르토’는 ‘확실한’ 혹은 ‘당당한’이라는 뜻이다. 단아하고 솔직담백한 곡상을 지닌 이 악장의 성격에 썩 어울리는 악상지시어라고 하겠다. 먼저 관현악의 투티가 으뜸화음을 강하게 연주하면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반주하는 가운데 제1바이올린이 여린 스타카토로 으뜸화음을 조심스럽게 펼쳐 가는데, 이 도입부의 나긋나긋한 흐름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 설레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런데 그 직후 음악은 바로 주제부로 진입하지 않고 템포를 늦추어 솔로 바이올린이 부드러운 아리오소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례적인 시도로 주목받는 이 매혹적인 부분이 지나고 나서야 솔로는 힘차게 도약하는 3화음으로 이루어진 제1주제를 연주하게 되며, 짤막한 투티를 거쳐 한결 여유로운 제2주제도 다루게 된다.
제2악장 : Adagio
E장조, 2/4박자
모차르트 특유의 동경 어린 기운이 스며있는 간결한 아다지오 악장이다. 나직한 어조와 아름다운 장식으로 주제선율을 노래하는 바이올린 솔로를 관현악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도 같은 음형으로 느긋하게 받쳐준다.
제3악장 : Rondeau (Tempo di menuetto - Allegro)
A장조, 3/4박자
이 악장에는 이 곡의 별명인 ‘터키 풍’의 유래가 된 단조의 중간부가 삽입되어 있다. 여기서 A장조 3/4박자의 온화하고 우아한 미뉴에트는 잠시 중단되고, 갑자기 a단조 2/4박자, 알레그로 템포의 열정적인 ‘터키풍’ 악상이 펼쳐진다. 바이올린 솔로의 화려하고 분망한 움직임을 관현악이 스타카토를 가미한 ‘터키풍’ 또는 ‘집시풍’이라고 불리는 억양 강한 리듬으로 받쳐주는데, 이런 모습은 당시 유행했던 ‘터키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참고로, 당대의 '터키풍 유행'은 글루크, 하이든, 그레트리의 오페라들에도 영향을 미쳤고, 모차르트에게서도 피아노 소나타 11번(K.331)의 종악장인 ‘터키 행진곡’, 오페라 '후궁 탈출' 등과 같은 추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이채로운 중간부를 제외하면 이 피날레 악장은 대체로 미뉴에트풍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흐름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혹적인 장면인 종결부는 수줍은 미소를 연상시키는 조용한 마무리로 장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