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그만해 주세요
밤의 요가 반에서는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몸을 구기는데
요가는 수련보다 고문에 가까운 게 아닐까
자세가 힘들수록 낱낱이
마음으로 지은 죄 떠올리며
어제 복숭아가 한 상자 도착했다
복숭아는 향긋하고 둥글고 마치 그림 속의 복숭아 같았는데 보낸 사람을 알 수가 없고
선생님이 10초를 무한히 늘이는 동안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복숭아와 어울리는 이름들
고민하는데
거울 속의 사람들이 몸을 움직인다
모두가 지나치게 생생한
붉은 뺨들
요가의 마무리는 언제나 사바아사나
송장 자세
반듯이 누워 숨을 뱉다가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여름이면 두 뺨이 남들보다 빨리 익던
종이 울리고
사람들이 몸을 툭툭 털고 일어선다
한때 살았고 한때 죽었던 사람들이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며
제 몫의 문을 열고
바닥에는 촉촉한 발자국
찍히자마자 사라지는
물에 젖은 이름의 글자들
멀어진 시간만큼
흐릿한데
복숭아는 즙이 많고 달고 단 만큼 잘 무르니까 늦지 않게 먹어야 하지만
깊이 멍든 복숭아일수록
달콤하다는 사실
요가를 배우고부터
누울 때마다 사바아사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습관
이미 늦었구나
그런 걸 가장 뒤늦게 깨달을 때
천장의 등이 깜박인다
빛이 먼 곳을 돌아온다 빛이 너무 먼 곳을 돌아온다 빛이 가늠할 수 없는 곳을 돌아온다 빛이 사라진 것과 다를 바 없이 머나먼 곳을 돌아온다
그래도 우리의 눈에는 그저
잠깐의 깜빡임
모든 되풀이의 끝
죽었던 사람들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