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귀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것이 필요하다.” 담임교사로 살았던 지난 6년을 돌아보면 어느 한 순간도 녹록치 않았던 것 같다. 늘 누군가를 걱정하며 마음 졸이고, 화내고,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고, 울고···. 그런데 그렇게 마음고생 시키던 녀석들이 잘 자라 우연히 길에서 마주 치거나 학교에 찾아오곤 할 때 신기하고 놀랍다. 그땐 분명 징글징글 했었을 텐데, 미움이나 서운했던 것들은 기억도 안 나고 온통 반갑고 기특하기만 하니 말이다.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겪는 수고가 때론 버겁게 느껴지고, 괴로움 속에서 힘들어 하기도 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쉽게 바닥을 드러낼 때마다 ‘난 담임교사로써 자질이 없다’며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느끼는 벅찬 감동, 아이들을 통해 얻는 소소한 격려와 위로 덕분에 예전의 나쁜 기억은 다 잊고 ‘그래, 나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올해 또 담임으로 애들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보자!’ 라고 각오하게 되는 것 같다. 서툴고 미숙한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무사하게 담임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교사의 모범을 삶으로 보여주시고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선배 선생님들 덕분이다.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 지도해 주신 학년 교무실 선생님들, 특히 모든 사건만 발생하면 앞장서서 담임들을 도와주시는 학년부장님, 사랑과 격려로 아껴주시는 교장, 교감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나에게 주어진 담임교사의 자리에서 천하보다 귀한 제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시간을 내 주는 수고를 기꺼이 기쁨으로 감당하며 살고 싶다.
<종합 심사평> “형식·감동·작품성 모두 갖춰져야”
거리마다 붉디붉은 단풍 물감이 우리 옷자락을 적실 무렵, 2013년도 교단수기의 원고를 받았다. A4 용지 가득한 사연들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랑을 한 올 한 올 뜨개질로 엮어낸 스웨터 같아서 그 질감이 사뭇 포근했다. 문장마다 선생님들의 뜨거운 열정이 뿜어낸 체온이 담겨있던 것이리라! 그러나 한편, 수기 공모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보다 많은 뭉클한 사연들이 응모되었으면 좋으련만 이번에도 300여 작품밖에 접수되지 않아 아쉬웠다.
후기 산업자본주의에 경도된 탓일까. 교단을 지킨다는 건 매우 고독한 일이다. 지극히 이기적인 쾌락의 물살이 교실까지 밀려와 교사와 아이들 간의 골이 깊게 패였다. 아이들은 교사를 존경하지 않고 게다가 왜곡된 ‘인권’으로 말미암아 딜레마에 빠진 교권. 교사는 부모로부터 도전받고 아이들로부터 무시 받으며 오늘을 산다.
이렇듯 많은 선생님들의 가슴 찡한 현장을 생생히 읽으면서 그래도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페스탈로치를 만났다. 이 분들의 땀과 눈물이 있는 한 교육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 많은 분들의 소중한 사연을 경전처럼 받들어 읽으며 가슴 훈훈한 며칠을 보냈다. 그러나 결국 작품을 심사하는 입장에서 기준을 정하여 그 순위를 가릴 수밖에 없었다.
심사위원끼리 협의한 결과 수기의 형식에서 벗어난 보고서와 같은 형식은 순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일회적 에피소드나 행사 중심의 체험활동도 취지와 거리가 있어 우수작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 밖의 무미건조한 서사적 나열도 고려의 대상이 됐다. 그러다보니 결국 학생에 대한 교사의 사랑이 얼마나 치열하게 지속성을 가지고 기능하였는가, 또 그 행위는 과연 값진 의미가 있는가, 그 형식이 문학적 장치를 통해 예술성을 확보하며 독자에게 얼마만큼의 감동을 주고 있는가 하는 것을 주된 요소로 검토하게 됐다.
이렇게 하여 1, 2차 심사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상으로 조수현 선생님의 ‘교사, 인생의 스승을 만나다’를 대상으로 뽑았다. 그리고 금상과 은상을 수상하게 된 선생님들께도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다. 이분들 모두에겐 더욱 더 큰 사명이 주어졌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교단에서 여러분의 사랑이 더욱 붉게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 심사위원 :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 김평엽 경기 효명고 교감
한국교육신문 : 2013-12-30 오전 9:49: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