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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즉수화(悖理則受禍)
이치를 거스르면 화를 입는다는 뜻으로, 유자광(柳子光)의 오만과 월권을 비판한 서거정(徐居正)의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悖 : 어그러질 패(忄/7)
理 : 이치 리(王/7)
則 : 곧 즉(刂/7)
受 : 줄 수(又/6)
禍 : 재앙 화(礻/8)
能職其職, 謂之守職,
자기 직분을 다하는 것을 수직(守職)이라 하고,
不職其職, 而代他職, 謂之越職.
자기 직분도 다하지 못하면서 남의 직분을 대신하는 것을 월직(越職)이라 한다.
越職則悖理, 悖理則受禍.
직분을 넘어서면 이치를 거스르고, 이치를 거스르면 화를 입는다.
今以一物譬之.
동물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鷄不晨而夜, 則人皆驚恠之, 磔禳之, 得非禍於越職乎?
닭이 새벽에 울지 않고 밤에 울면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찢어 죽이고 말 것이니, 직분을 넘어섰다가 화를 입은 것 아니겠는가?
위 글은 서거정(徐居正)의 산문 '수직(守職; 직분을 지킨다는 것)'으로, 그의 문집인 '사가문집(四佳文集)' 보유(補遺) 권2에 있다.
유자광(柳子光)이 월권하고 대신들을 탄핵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패 부리자 서거정이 그 사실을 적어 연산군에게 올렸다.
유자광은 무뢰배로 살다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建春門)을 지키는 병졸이 됐다. 1467년 이시애의 난 때 공을 세워 세조의 총애를 받아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는 권세를 휘둘렀고, 무오사화를 일으켜 반대파를 숙청했다.
1476년(성종7)에는 임금의 장인인 한명회를 탄핵해, 외척으로서 권력을 농단했던 한나라 곽광(霍光)과 양기(梁冀)에 견줬다. 같은 해 의정부와 육조 관원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유자광은 1501년 상소하여 서거정의 위 글을 비판하여 무고라고 주장했다. 유자광은 중종반정에 적극 가담해 무령부원군(武靈府院君)에 봉해졌다. 너무 무리하다 대간들이 일제히 탄핵해, 그는 훈적에서 삭제되고 홍양에 유배됐다. 그는 귀양살이하다가 죽었다.
수직설(守職說) / 서거정(徐居正)
凡物各有職.
모든 사물에는 각각 직무가 있다.
牛之職, 職耕稼;
馬之職, 職服乘;
鷄職晨, 犬職夜.
소의 직무는 땅을 갈아 농사짓는 일이고, 말의 직무는 물건을 싣고 사람을 태우는 일이며, 닭은 새벽을 알리는 것이 직무요, 개는 밤을 지키는 것이 직무다.
能職其職, 謂之守職;
不職其職, 而代他職, 謂之越職.
자기의 직무를 잘 수행하는 것을 '직무를 지킨다(守職)'고 하며, 자기 직책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서 다른 직책을 대신하는 것을 '직무를 넘는다(越職)'고 한다.
越職則悖理, 悖理則受禍.
직무를 넘으면 이치에 어긋나게 되고, 이치에 어긋나면 화(禍)를 당한다.
今以一物譬之.
지금 한 동물로 비유해 보자.
雞不晨而夜, 則人皆驚恠之, 磔禳之, 得非禍於越職乎.
닭이 새벽에 울지 않고 밤에 울면 사람들이 모두 놀라 괴이하게 여겨 잡아서 제물로 쓸 것이니, 직무를 넘은 것으로 화를 당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吾見士大夫居家, 奴職耕, 婢職織, 奴耕婢織, 而家事理.
내가 사대부의 집안 살림을 보건대, 남자 종은 농사짓는 것이 직무이고 여자 종은 길쌈하는 것이 직무이니, 남자 종이 농사를 짓고 여자 종이 길쌈을 하여 집안일이 다스려진다.
若奴而織, 婢而耕, 則人皆驚恠之矣, 焉知有磔禳之禍乎.
만약 남자 종인데 길쌈을 하고 여자 종인데도 농사 일을 한다면 사람들이 모두 놀라 괴이하게 여길 것이니, 잡아서 제사 지낼 때 제물로 쓰는 것과 같은 화가 있을는지 어찌 알겠는가.
至於治國, 公卿宰執, 職公卿宰執;
近侍臺諫, 職近侍臺諫;
贄御僕從, 職贄御僕從;
府吏胥徒, 職府吏胥徒.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도 공경(公卿)과 재집(宰執)은 공경과 재집의 직무가 있고, 근시(近侍)와 대간(臺諫)은 근시와 대간의 직무가 있으며, 집어(執御)와 복종(僕從)은 집어와 복종의 직무가 있고, 부리(府吏)와 서도(胥徒)는 부리와 서도의 직무가 있다.
各職其職, 則官事理而國治矣.
각각 자기 직무를 잘 수행하면 관부의 일이 잘 처리되고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
若贄御僕從, 而職公卿宰執之職;
府吏胥徒, 而職近侍㙜諫之職;
公卿宰執, 近侍臺諫, 不職其職, 而思出其位, 是越職而悖理, 不祥莫大焉.
만약 집어와 복종이 공경과 재집의 직무를 행하고, 부리와 서리가 근시와 대간의 직직무를 행하여, 공경과 재집과 근시와 대간이 자기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생각이 자기 자리에서 벗어난다면 이것은 직무를 넘어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니, 상서롭지 못한 것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
南華老仙有言曰 : 庖人雖不治庖, 尸祝, 不越尊俎而代之. 此至論也.
남화노선(南華老仙; 莊子)이 말하기를, "포인(庖人)이 아무리 희생 잡는 일을 잘하지 못해도 시동이나 축관이 술동이와 도마를 넘어가 대신할 수는 없다" 하였으니, 이 말이 지론이다.
近有一甲, 起自微賤, 因緣僥倖, 得參盟府, 官躋一品, 職非㙜諫, 而職臺諫之職, 好爲章奏, 彈擊人物.
최근에 갑이라는 어떤 자가 미천한 신분으로 출세해서는 연줄과 요행으로 공신의 대열에 참여하고 관계(官階)가 1품에 올랐는데, 직무가 대간이 아닌데도 대간의 직무를 행하여 소장(疏章)을 올려 다른 사람을 탄핵하고 공격하기를 좋아하였다.
甞上䟽論一大臣, 極口詆毀, 比之霍光, 梁冀, 章三四上, 殊不知怠.
일찍이 상소하여 한 대신을 논핵하였는데, 온갖 말을 다하여 비방하고 헐뜯으며 곽광(藿光)과 양기(梁冀)에 비교하고, 소장을 서너 번씩 올리면서도 자못 지칠 줄을 몰랐으며,
又上䟽歷毀三公六卿, 朝無全人, 陵轢朝廷, 鞭撻簪紳, 自以爲得計.
또 상소하여 삼공과 육경을 두루 탄핵하여 조정에 온전한 사람이 없게 하면서 조정을 능멸하고 벼슬아치를 채찍질하는 것을 스스로 잘하는 일인 양 여겼다.
又上䟽論一近侍, 極言其無狀小人, 比之李林甫, 盧杞, 賈似道, 韓侂胄.
또한 상소하여 한 근시를 논핵하였는데, 형편없는 소인이라고 극단적으로 말하여 이임보(李林甫), 노기(盧杞), 가사도(賈似道), 한탁주(韓侂冑)에 비교하고,
伏閶闔抗天顏, 而固爭之甚於㙜諫.
합문(闔門)에 엎드려 용안(龍顔)을 범하면서까지 강하게 간쟁하기를 대간보다 더 심하게 하였다.
居正聞之, 笑曰; 某甲賢則賢矣, 才則才矣, 文則文矣. 然好越職論事, 吾恐有雞夜磔禳之禍矣.
나는 듣고 웃으며 말하기를, "갑이란 자가 능력이 있다면 있고 재주도 있다면 있으며 글도 한다 하면 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직책을 넘어서 일을 따지기를 좋아하니, 나는 아무래도 닭이 밤에 울다가 제물(祭物)의 희생이 되는 화가 있을 듯싶다" 하였는데,
居無何, 朝中士大夫, 以朋黨亂政受辜, 坐黨附權要, 羅織人罪, 誣罔上䟽, 削勳籍編配遠方.
얼마 안 되어 조정의 사대부가 붕당(朋黨)을 지어 국정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죄를 받을 때에 권신에게 들러붙고 사람들을 죄 속으로 몰아넣으며 임금을 속여 상소한 죄에 걸려 훈적(勳籍)이 박탈되고 먼 지방으로 유배되었다.
人皆曰; 越職之禍也.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직책을 넘은 화이다" 하였다.
是故, 君子貴守職.
이러므로 군자는 직무를 지키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四佳集)
▶️ 悖(거스를 패, 우쩍 일어날 발)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孛(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悖(패, 발)는 ①거스르다 ②어그러지다 ③어지럽다 ④혼란스럽다 ⑤가리다, 엄폐(掩蔽)하다 ⑥거칠다, 나쁘다, 그리고 ⓐ우쩍 일어나다(발) ⓑ성(盛)한 모양(발) ⓒ안색을 바꾸는 모양(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그러질 괴(乖), 어지러울 란(亂), 어그러질 려(戾), 거스릴 역(逆), 거스를 소(遡)이다. 용례로는 인간의 도리에 어긋남을 패륜(悖倫), 도리를 벗어난 포악한 정치를 패정(悖政), 도리에 어그러지고 흉악함을 패악(悖惡), 언행과 성질이 순직하지 못하고 비꼬임을 패려(悖戾), 사리에 어긋나 일을 그르침이나 도리에 벗어나 오류를 저지름을 패류(悖謬), 도리에 어그러지는 계획을 패계(悖計), 언행이 패려궂고 망령됨을 패망(悖妄), 내용이 인륜과 도덕에 어그러지는 나쁜 책을 패서(悖書), 언행이 미우 패려하여 경악스러움을 패악(悖愕), 언행이 패려궂고 참악함을 패참(悖慘), 도리에 어긋나고 성품이 포악한 임금을 패군(悖君), 사리에 어그러진 말을 패담(悖談), 도덕과 의리에 어그러짐을 패덕(悖德), 예의에 이그러짐 또는 어그러진 예의를 패례(悖禮), 도리나 이치에 어그러짐을 패리(悖理), 사리에 어긋나게 말함을 패설(悖說), 좋지 못한 버릇이나 못된 풍습을 패습(悖習), 도리에 어그러져 패악하고 불순함을 패역(悖逆), 패륜한 자식을 패자(悖子), 못된 백성이 살아서 풍기가 문란한 시골을 패향(悖鄕), 말이나 행실이 도리에 어긋나고 염치 없는 무리를 패류(悖類), 사람됨이 온화하지 못하고 거만함을 패만(悖慢), 체면에 어그러지도록 버릇 없는 짓을 함을 행패(行悖), 도리에 벗어나 엇됨을 괴패(乖悖), 험상궂고 패악함을 흉패(凶悖), 사납고 도리에 어긋남을 흔패(佷悖), 위급하고 절박함을 위패(危悖), 두려워하고 꺼림을 포패(怖悖), 어리석고 패악함을 우패(愚悖), 위험하고 패악함을 위패(危悖), 몹시 모질고 패악함을 절패(絶悖), 행동이 도의에 벗어나서 미친 사람처럼 사납고 막됨을 광패(狂悖), 망령되고 도리에 어그러짐을 망패(妄悖), 거칠고 막됨을 추패(麤悖), 성질이나 행동이 추저분하고 막됨을 비패(鄙悖), 성질이 완악하고 행동이 패악함을 완패(頑悖), 몹시 막되고 괴악함을 해패(駭悖), 인륜에 어그러진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패륜아(悖倫兒), 인륜에 어그러지고 강상을 어지럽게 한다는 말을 패륜난상(悖倫亂常),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또 그와 같은 일을 받는다는 말을 패출패입(悖出悖入), 이치에 맞지 않고 도의에 어긋나는 말을 광담패설(狂談悖說), 일정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 없이 떠돌아 다니며 못된 짓이나 하는 무리를 부랑패류(浮浪悖類),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치러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다는 말을 병행불패(竝行不悖), 음탕한 이야기와 도리에 벗어나는 상스러운 말을 음담패설(淫談悖說) 등에 쓰인다.
▶️ 理(다스릴 리/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슬옥변(玉=玉, 玊; 구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가 합(合)하여 다스리다를 뜻한다.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는 길이 가로 세로로 통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뜻이 갈라져서 사리(事理)가 바르다, 규칙 바르다의 뜻과 속, 속에 숨어 있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낸다. 玉(옥)은 중국의 서북에서 나는 보석, 理(리)는 옥의 원석(原石)속에 숨어 있는 고운 결을 갈아내는 일, 나중에 옥에 한한지 않고 일을 다스리다, 사리 따위의 뜻에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理자는 '다스리다'나 '이치'를 뜻하는 글자이다. 理자는 玉(구슬 옥)자와 里(마을 리)가 결합한 모습이다. 里자는 '마을'이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理자는 본래 옥에 새겨 넣은 무늬를 뜻했었다. 단단한 옥을 깎아 무늬를 새겨 넣는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理자는 후에 간혹 실수로 구멍 낸 곳을 메운다는 의미에서 '메우다'나 '수선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일을)처리한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理(다스릴 리/이)는 (1)용언(用言)이나 체언(體言) 술어의 어미(語尾) ~ㄹ 다음에 있다 없다 따위와 함께 쓰이어 까닭 이치(理致)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숫자 다음에서 이(浬)의 뜻으로 쓰는 말 (3)해리(海里) (4)사물 현상이 존재하는, 불변의 법칙(法則), 이치(理致), 도리(道理) (5)중국 철학에서 우주(宇宙)의 본체. 만물을 형성하는 정신적(精神的) 시원을 뜻함 (6)이학(理學) (7)이과(理科) 등의 뜻으로 ①다스리다 ②다스려지다 ③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④수선(修繕)하다 ⑤깨닫다 ⑥의뢰하다 ⑦사리(事理) ⑧도리(道理) ⑨이치(理致) ⑩매개(媒介) ⑪거동(擧動) ⑫나무결 ⑬잔금 ⑭학문(學問), 과목(科目)의 약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리(厘), 다스릴 발(撥), 다스릴 섭(攝), 다스릴 치(治), 간략할 략(略), 지날 경(經), 다스릴 할(轄), 다스릴 리(釐)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지러울 란(亂)이다. 용례로는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을 이해(理解), 이성에 의하여 얻어지는 최고의 개념을 이념(理念), 사물의 정당한 조리 또는 도리에 맞는 취지를 이치(理致), 이치에 따라 사리를 분별하는 성품을 이성(理性),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를 이상(理想), 옳음과 그름을 이비(理非), 머리털을 다듬어 깎음을 이발(理髮),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는 것을 관리(管理), 일을 다스려 치러 감을 처리(處理), 흐트러진 것을 가지런히 바로잡음을 정리(整理), 옳은 이치에 어그러짐을 비리(非理),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을 윤리(倫理), 사물이 근거하여 성립하는 근본 법칙을 원리(原理), 말이나 글에서의 짜임새나 갈피를 논리(論理),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을 도리(道理),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審理),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좋은 도리를 발견하려고 이모저모 생각함을 궁리(窮理), 도리에 순종함을 순리(順理), 고장난 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침을 수리(修理), 말이나 글에서의 짜임새나 갈피를 논리(論理),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를 사리(事理),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옳은 길을 의리(義理),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 사이를 비유하는 말을 연리지(連理枝), 사람이 상상해 낸 이상적이며 완전한 곳을 이르는 말을 이상향(理想鄕),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가 명백하다는 말을 사리명백(事理明白), 이판과 사판이 붙어서 된 말로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이르는 말을 이판사판(理判事判), 의논이나 언설이 사리에 잘 통하고 정연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이로정연(理路整然), 비익조와 연리지의 뜻으로 부부의 사이가 썩 화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연리비익(連理比翼), 헛된 이치와 논의란 뜻으로사실에 맞지 않은 이론과 실제와 동떨어진 논의를 일컫는 말을 공리공론(空理空論), 모든 문제를 흑이 아니면 백이나 선이 아니면 악이라는 방식의 두 가지로만 구분하려는 논리를 일컫는 말을 흑백논리(黑白論理), 소리를 듣고 그 거동을 살피니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의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영음찰리(聆音察理),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가 명백함을 일컫는 말을 사리명백(事理明白), 모든 생물이 생기고 번식하는 자연의 이치를 일컫는 말을 생생지리(生生之理), 성하고 쇠하는 이치라는 뜻으로 끊임없이 도는 성쇠의 이치를 일컫는 말을 성쇠지리(盛衰之理)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 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 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일컫는 말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일컫는 말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즉삭(削則削), 가득 차면 넘치다는 뜻으로 모든 일이 오래도록 번성하기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으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함을 이르는 말을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이르는 말을 필사즉생(必死則生),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이르는 말을 필생즉사(必生則死),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뜻으로 오래 살수록 고생이나 망신이 많음을 이르는 말 이르는 말을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뜻으로 한번 흥하면 한번은 함을 비유하는 말을 월영즉식(月盈則食),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다는 뜻으로 자기의 잘못을 덮어두고 남만 나무람을 일컫는 말을 책인즉명(責人則明), 너무 성하면 얼마 가지 못해 패한다는 말을 극성즉패(極盛則敗), 예의가 지나치면 도리어 사이가 멀어짐을 일컫는 말을 예승즉이(禮勝則離),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겸청즉명(兼聽則明), 예의가 너무 까다로우면 오히려 혼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예번즉란(禮煩則亂), 너무 세거나 빳빳하면 꺾어지기가 쉬움을 일컫는 말을 태강즉절(太剛則折), 세상에 도덕이 행해지면 즉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나아가서 활동함을 일컫는 말을 유도즉현(有道則見), 논밭 따위의 등급을 바꿈을 일컫는 말을 나역등칙(那易等則),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함을 일컫는 말을 물성칙쇠(物盛則衰), 죽어서 남편과 아내가 같은 무덤에 묻힘을 일컫는 말을 사즉동혈(死則同穴), 달이 차면 반드시 이지러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월만즉휴(月滿則虧), 꽉 차서 극에 달하게 되면 반드시 기울어 짐을 일컫는 말을 영즉필휴(零則必虧), 물건이 오래 묵으면 조화를 부린다는 말을 물구즉신(物久則神), 물이 깊고 넓으면 고기들이 모여 논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사람들이 따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광즉어유(水廣則魚遊),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됨을 일컫는 말을 충칙진명(忠則盡命), 예의를 잃으면 정신이 흐리고 사리에 어두운 상태가 됨을 이르는 말을 예실즉혼(禮失則昏), 물의 근원이 맑으면 하류의 물도 맑다는 뜻으로 임금이 바르면 백성도 또한 바르다는 말을 원청즉유청(源淸則流淸),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자기가 남보다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일반 공중이 지켜야 할 법칙이나 준례를 만듦을 이르는 말을 이신작칙(以身作則), 새가 쫓기다가 도망할 곳을 잃으면 도리어 상대방을 부리로 쫀다는 뜻으로 약한 자도 궁지에 빠지면 강적에게 대든다는 말을 조궁즉탁(鳥窮則啄), 짐승이 고통이 극도에 달하면 사람을 문다는 뜻으로 사람도 썩 곤궁해지면 나쁜 짓을 하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수궁즉설(獸窮則齧) 등에 쓰인다.
▶️ 受(받을 수)는 ❶회의문자로 또 우(又; 오른손, 또, 다시)部와 爪(조; 손), 민갓머리(冖; 덮개, 덮다)部의 합자(合字)이다. 손에서 손으로 물건을 주고 받는 모양으로, 주는 것도 받는 것도 受(수)였으나 나중에 授(주다)와 受(받다)로 나누어졌다. ❷회의문자로 受자는 '받다'나 '얻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受자는 爫(손톱 조)자와 冖(덮을 멱)자, 又(또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受자를 보면 舟(배 주)자 위아래로 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배에서 물건을 건네주거나 받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갑골문에서의 受자는 '받다'나 '주다'의 구별이 없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이를 구별하기 위해 受자는 '받다'라는 뜻으로 扌(손 수)자가 더해진 授(줄 수)자는 '주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受(수)는 ①받다 ②거두어 들이다, 회수하다 ③받아들이다, 받아들여 쓰다, 배우다 ④얻다, 이익을 누리다 ⑤주다, 내려 주다, 수여하다 ⑥담보하다 ⑦응하다, 들어주다 ⑧이루다 ⑨잇다, 이어받다 ⑩등용하다 ⑪12인연(因緣)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느릴 령/영(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울 필(拂), 줄 수(授), 보낼 송(送), 줄 급(給), 줄 여(與)이다. 용례로는 남의 문물이나 의견 등을 인정하거나 용납하여 받아 들이는 것을 수용(受容), 요구를 받아 들여 승낙함을 수락(受諾), 우편이나 전보 따위의 통신을 받음을 수신(受信), 돈이나 물품 따위를 받음을 수령(受領), 상을 받음을 수상(受賞), 남으로부터 움직임을 받음이나 작용을 받음을 수동(受動), 강습이나 강의를 받음을 수강(受講), 남에게 모멸을 당함을 수모(受侮), 학업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을 수업(受業), 은혜를 입음을 수혜(受惠), 암수의 생식 세포가 서로 하나로 합치는 현상을 수정(受精), 요구를 받아들여 승낙함을 수낙(受諾), 받음과 치름을 수불(受拂), 재난을 당함이나 어려운 일을 당함을 수난(受難), 정권을 이어받는 것을 수권(受權), 물건이나 권리를 넘기어 받음을 인수(引受), 받아 들임을 접수(接受), 군말 없이 달게 받음을 감수(甘受), 입은 은혜가 그지없음을 일컫는 말을 수은망극(受恩罔極), 왕위에 오름을 일컫는 말을 수명어천(受命於天), 자기가 저지른 일의 과보를 자기가 받음을 일컫는 말을 자작자수(自作自受), 업무 따위를 넘겨받고 물려줌을 이르는 말을 인수인계(引受引繼), 남에게 재앙이 가게 하려다가 도리어 재앙을 받음을 일컫는 말을 반수기앙(反受其殃), 본분의 임무를 어기고 부정한 청탁을 받으며 뇌물을 받아 재산 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죄를 일컫는 말을 배임수뢰(背任受賂), 장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둘 다 죄가 같다는 말을 여수동죄(與受同罪) 등에 쓰인다.
▶️ 禍(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旤(화)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문책(問責)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咼(화)로 이루어졌다. 신의 문책, 타박 등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禍자는 '재앙'이나 '화를 입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禍자는 示(보일 시)자와 咼(화할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앙상한 뼈와 입을 함께 그린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咼자가 '재앙'을 뜻했었다. 금문에서는 신이 내린 벌을 뜻하기 위해 示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은 禍자가 '재앙'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禍(화)는 (1)모든 재앙(災殃)과 액화(厄禍) (2)몸과 마음에나 또는 일에 뜻밖에 당하는 불행(不幸)이나 손실(損失) 등의 뜻으로 ①재앙(災殃) ②재화(災禍) ③사고(事故) ④허물 ⑤죄(罪) ⑥재앙(災殃)을 내리다 ⑦화를 입히다 ⑧해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액 액(厄), 재앙 앙(殃), 재앙 재(災),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복 복(福)이다. 용례로는 재앙과 복을 화복(禍福), 재앙을 가져올 근원을 화근(禍根), 재앙과 환난을 화난(禍難), 재앙과 난리를 화란(禍亂), 재앙에 가까이 가는 단계를 화제(禍梯), 재앙의 원인을 화인(禍因), 화를 일으킬 실마리를 화단(禍端), 재변이 아직 드러나지 아니하고 잠겨 있는 기틀을 화기(禍機), 매우 심한 재액을 화변(禍變), 좋지 못한 일을 화사(禍事), 재앙이 벌어지는 빌미를 화색(禍色), 재앙을 주는 신을 화신(禍神),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화심(禍心), 참혹한 재화를 참화(慘禍), 전쟁이나 난리로 말미암은 재앙을 병화(兵禍), 화를 남에게 넘겨 씌움을 가화(嫁禍), 흉악한 재앙을 흉화(凶禍), 재앙을 불러들임을 고화(賈禍), 집안에 일어난 재앙을 가화(家禍), 화를 면함을 면화(免禍), 전쟁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재앙을 전화(戰禍), 병으로 말미암아 입는 재앙을 병화(病禍), 화를 당함을 봉화(逢禍), 남의 일로 말미암아 뜻밖에 당하는 재앙을 비화(飛禍), 재앙이 바뀌어서 오히려 복이 됨을 이르는 말을 화전위복(禍轉爲福), 화복이 꼰 노와 같이 서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재앙이 있으면 복이 있고 복이 있으면 재앙도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복규묵(禍福糾纆), 화나 복이 오는 문은 정하여 있지 않다는 뜻으로 스스로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 되고 착한 일을 하면 그것이 복이 들어오는 문이 된다는 말을 화복무문(禍福無門), 재앙이 되는 것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라는 말을 화종구생(禍從口生), 재앙은 번번이 겹쳐 오게 됨을 이르는 말을 화불단행(禍不單行), 죄화를 입은 집안의 자손을 일컫는 말을 화가여생(禍家餘生), 화나 복은 모두 자신이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화복동문(禍福同門), 화란이 생기는 것은 다 덕이 없는 탓임을 이르는 말을 화생부덕(禍生不德), 화는 망령되이 이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가 도래함은 다 그 원인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화불망지(禍不妄至), 재앙은 악을 쌓음에 인한 것이므로 재앙을 받는 이는 평소에 악을 쌓았기 때문임을 일컫는 말을 화인악적(禍因惡積)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