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산양의 죽음... 환경부에 묻습니다.
정수근입력 2024. 3. 10. 14:30
[주장] 8~9일 경북 봉화 취재 중 목격... 환경부는 원인을 밝혀라
[정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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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태백과 경북 봉화 접경지역 강변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산양. 이 기품 있는 모습을 보라.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8일과 9일 천연기념물 산양을 세 번이나 만났다. 야생동물을 좋아하는 기자는 기품 넘치는 산양을 언제 한번 알현하려나 오매불망했는데, 이틀간 세 번이나 목격한 것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기도 한 산양은 정말 흔치 않은 존재다. 인공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깊은 산중에 살기에 그곳에 찾아가지 않는 이상 만나기 어렵다. 기자가 사는 대구만 해도 깊은 산중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없어서 산양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은 적이 없다.
산양과의 세 번의 만남과 영풍석포제련소
그런 산양을 8일과 9일 강원도 태백과 경북 봉화의 접경지역이고 황지천이 흐르는 강변에서 한 번, 그리고 '공해공장'으로 악명 높은 영풍석포제련소 하류 승부리 쪽 낙동강변에서 한 번 만났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4~5km 하류인 승부역과 양원역 사이 트레킹코스 길가에서 한 번 만났다. 그런데 세 번째로 만난 산양은 죽어 있었다. 죽은 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다. 눈도 뜬 채 세상을 떠나 산양이 왜 이곳에서 죽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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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역과 양원역 사이 낙동강변에서 만난 어린 산양의 주검. 왜 죽었을까?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틀 사이 산양의 삶과 죽음을 모두 목격한 흔치 않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이곳은 첩첩산중 두메란 이야기다. 인간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야생의 공간에 더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이곳엔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와 있다. 공교롭게도 기자를 산양을 제련소 상류에서 한 번, 하류에서 또 한 번 보았고 더 하류에서는 산양의 죽음을 목격하였다. 이 상황을 종합하면 제련소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산양이 출물하는 첩첩산중이란 이야기다.
이 공장은 1970년에 들어섰다. 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당시의 이곳은 지금의 상황과는 또 다른 첩첩산중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본류가 흐르는 첩첩산중 협곡에 이질적인 중화학공업단지 수준의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선 것이다.
보호하고 보전하여야 할 산지에 중화학공업단지가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박정희 군사독재시절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그린벨트 해제 발언은 이런 상황과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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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봉화군 첩첩산중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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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산중 두메 중의 두메에 떡하니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이 얼마나 이질적 존재인가?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영풍석포제련소와 생명 말살 사태
아연 원광석을 제련해서 아연과 황산을 주로 생산해 부를 챙겨온 영풍석포제련소가 얼마나 위험한 공장인지는 제련소가 있는 석포면에 와보면 알 수 있다. '생명 말살 사태'라 불러도 좋을 만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제련소 뒷산의 금강소나무 군락지 괴멸 현장이다. 제련소 굴뚝에서 뿜어내는 아황산가스 때문에 소나무가 전멸한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뿐만 아니다. 산 자체가 부식되어 산사태로 흘러내리고 있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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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련소 뒷산의 금강소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했다. 공장에서 뿜어올리는 아황산가스 때문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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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이 말살했고 산 자체가 부식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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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련소 주변 산지가 무슨 폭격을 맞은 듯 초도화되었다. 제련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폭탄을 맞고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해버린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또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건 수생태계의 악화다. 특히 저서생물의 몰살 사태가 확인된다. 제련소 상류에 바글바글한 다슬기는 제련소를 지나는 순간 완전히 사라진다. 다슬기뿐 아니라 이 정도 계곡에서 발견되기 마련인 하루살이류나 날도래류 등의 저서생물 자체가 없다.
이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수가 얼마나 지독하기에 저서생물의 씨를 말려버렸을까. 이 현상은 90km 하류 안동댐까지 이어진다. 이 사태가 제련소발이라는 것은 정부 공식 자료로도 확인된다. 제련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드뮴의 양이 하루 22kg(1년에 8030kg)이란 것이 환경부와 민간이 지난 5년 동안 함께 조사한 '낙동강 상류(석포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협의회' 자료에서 확인된다. 비단 카드뮴뿐일까.
제련소 지하수 자체가 심각하게 오염됐고, 그 성분들이 지하수를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아연정광 가루가 비산하는 것과 아황산가스가 날라 산지를 뒤덮고 그것들이 비가 내리면 빗물과 함께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이같은 사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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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석포제련소 12킬로미터 하류 낙동강 강바닥 돌을 뒤집었지만 저서생물 하나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번 산양의 죽음이 과연 이같은 사태와 무관할까? 어린 산양의 주검이 목격된 곳은 제련소로부터 15km 하류. 이곳은 다슬기를 비롯한 저서생물이 전혀 목격되지 않는 구간이다. 심지어 물고기도 잘 보이질 않는다.
낙동강으로 내려온 어린 산양은 낙동강물을 마실 수밖에 없고, 이 물에는 카드뮴을 비롯 각종 위험한 중금속 성분이 녹아있을 것이다. 그 물을 계속해서 마시는 것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어린 산양의 죽음, 환경부가 규명하라
기자는 환경부에 산양의 죽음에 대한 사안을 신고할 예정이다. 환경부에 산양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보전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기관이지 않나.
산양이 카드뮴 중독 때문에 죽었는지 혹은 다른 중금속 오염으로 죽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 결과에 걸맞은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수목과 저서생물에 이어 포유류까지 죽는 현상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죽음 다음 순서는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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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련소 8킬로미터 하류에서 목격된 살아있는 산양. 녀석도 낙동강으로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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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죽어있는 어린 산양. 철저한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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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선 낙동강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다. 영풍제련소 15킬로미터 하류 낙동강 모습이다. 물은 상당히 맑아보이지만 중금속으로 오염되어 들어가볼 수도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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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제련소 15킬로미터 하류 승부역과 양원역 사이 낙동강의 아름다운모습이다. 이런 비경지에 영풍제련소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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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제련소 하류 낙동강은 이렇게 비경이다. 이 비경 속에 영풍제련소가 들어왔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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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는 북한에 가서 환경문제를 논하거라!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세월을 아는가?
배부른 소리 작작 그만해라 !
박정희 독재시절이라고 부르고 싶거던
북한에 가서 그 말을 해라!
입이면 함부로 놀리고, 글이면 함부로 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