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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인 수사하는 법안 3번째 거부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김경년2024. 11. 26. 17:36
윤 대통령, 김건희 특검법 또 거부권... 민주당, 이번엔 '8표의 벽' 넘을까
[김경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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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4.10.11 |
ⓒ 연합뉴스 |
2년 6개월 만에 25건째... 거듭 갱신하는 '거부권' 기록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는 특검법에 대해 3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3차 특검안은 김 여사와 관련된 8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2차안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2개만 대상으로 축소하고, 특검 후보를 제3자(대법원장)가 추천하는 안인데도 윤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자신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국회가 사실상 임명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며, 수백 명을 밑도 끝도 없이 재수사하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2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이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으나 국무회의 요청을 거쳐 윤 대통령이 올 1월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고, 두 번째 특검안은 지난달 2일 거부권이 행사돼 폐기됐다. 이번 안은 지난 14일 역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채 상병 특검법 역시 3번째 발의됐으나 모두 거부권이 행사됐고, 이로써 현 정부 들어 행사된 거부권은 총 25건이 됐다.
이는 11년 8개월 재임 중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특히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 14건(노태우 7건, 노무현 4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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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거부권 행사 법안 목록 25건 |
ⓒ 이은영 |
국민의힘 자중지란 노리는 야권, 재표결 날짜 만지작만지작
이에 민주당은 곧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에는 야권이 과연 철벽같은 국민의힘의 단일 대오를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법안을 재표결로 통과시키려면 재석의원의 2/3를 넘어야 한다. 지난 2월 재표결했던 제1차 김 여사 특검법은 재석 281명 중 찬성 171표, 반대 109표, 무효 1표로 재석의원 3분의 2에 미달해 부결됐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4일 재적 의원 300명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치러진 2차 재표결에서는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가 나와, 4표가 이탈한 것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야당은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이탈 표를 기대하고 있다. 8표가 관건인 것이다.
특히, 공세를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무죄 판결로 힘이 빠진데다, 당게시판 여론조작 논란으로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더 많은 이탈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초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재표결 날짜를 12월 10일로 늦추기로 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한동훈 대표는 보수 세력 궤멸을 자초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당원 게시판 댓글공작 게이트에는 (한 대표를) 당 대표 자리에서 쫓아내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을 모르나", "겨우 20%의 지지율에 만족하는 20점짜리 대통령을 보위하다가 함께 몰락할 생각이 아니라면 제대로 판단하기를 바란다", "홀로 일어설 것인지, 함께 침몰할 것인지 선택하라"며 한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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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구호를 걸어놓고 회의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
ⓒ 유성호 |
"본인 가족 대상 특검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을 찾아 항의 규탄 대회를 열고, "이승만을 그리도 칭송하더니 결국 이승만의 비참한 전철을 밟을 생각이냐"라며 "뻔뻔하고 가증스럽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위헌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는 "그럼 검찰총장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 정권은 애초부터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정권 아니냐"라고 물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자기와 자기 가족, 배우자에 대한 특검을 거부할 때만 꼭 국무회의를 주재조차 못 하고 총리가 주재하는 것을 사후적으로 재가하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은 정말 비겁한 법꾸라지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3차 김건희 특검안이 또 '8표의 벽'을 넘지못하고 폐기될 경우 다음 달 다시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