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 이 고개를 넘어서면 (소용돌이) (7)

[꽃재 김수산]

한편 단월에서는 정월 그믐에 수안보에서 이춘영이 죽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연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수 아버지가 괴은을 따라서 갔는데 아이고 이를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일손을 놓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 졌다.

그런데 이월 초순 이번에는 일본군에게 충주성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주저앉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한동안 몸살을 알고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집안일을 조금씩 하며 기운을 차릴 무렵에 이번에는 김백선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한편, 주상께서 친일파를 피해 친러파에 의해 러시아 공관으로 몸을 피신하고 친러내각을 수립하고 친일파를 숙청한 것을 계기로 집요하게 의병 해산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강화진위대장 장기렴이 병력을 이끌고 충주 쪽으로 진주하여 의병의 해산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후 한 달 넘게 제천의병은 완강히 해산을 거부하면서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내창에 진을 치고 대치를 하다가 지난번 싸움으로 사기도 떨어지고 넓은 곳보다 천둥산 일대에 방어망을 구축하고 장기전을 대비하는 게 났다는 결론에 도달 하였다.
소규모 전투와 함께, 장기렴은 거의 명분이 없어 졌으니 해산을 천명하는 서신을 계속 보내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제천의병은 영남으로 근거지를 옮기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제천을 둘러싼 인근 군현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곳으로부터 군수물자의 지원을 받으면서 어렵게 버텨 나가고 있었는데.

장기렴은 천둥산을 넘어 박달재 까지 넘어 제천을 공략하려면 많은 희생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청풍으로 우회를 해서 쳐들어왔다.

제천의병은 독송정, 남산, 수도산 등의 요새지를 구축하고 감연히 맞서 싸워 관군을 물리쳤다.

그러나 관군의 집요한 공격이 있던 어느 날 잔득 찌푸렸던 날씨는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바람까지 불었다.

영린을 비롯한 의병들은 아 하며 낭패한 얼굴이 되었다.

싸리가지 껍질을 벗겨서 두드려서 부드럽게 해서 꼬아서 만든 화승총 심지에 불이 꺼지고 만 것이다.

급히 옆 사람의 심지에서 불 동량을 해서 십지에 불을 붙여보려고 했으나 젖어버린 심지에 불이 옮겨 붙어주지를 않았다.

젖은 부분을 잘라내고 겨우 불을 옮겨 붙였으나 다른 사람의 심지도 꺼지고 우왕좌왕 하면서 혼란에 빠졌고, 관군이 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일부는 칼을 뽑아들고 대응을 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그리고 의병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영린은 차포수와 함께 동막골을 지나 구진산을 넘어 어느 민가에 숨어들었다.

“서방님 이젠 다 글렀소, 집으로 돌아갑시다.”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없지 않소. 어떻게 돌아가는 심판인지 몇 칠만 두고 봅시다.”

그리고 그날 서너 명의 의병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니 안승우 중군장이 전사를 했고

아저씨라고 부르던 치수보다 서너 살 위의 홍사구의 장렬한 죽음을 전해 들었다.

영린은 자신이 작고 도망을 한 것에 대하여 일말의 부끄러움이 있었고 아들 또래의 홍사구가 대단한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암 선생을 어찌 되셨느냐고 물었다.

아마 무사히 빠져 나오셔서 단양 쪽으로 피신을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만 둘 때 그만 두더라도 일단을 의암선생을 만나야 하겠다는 생각에 의암선생을 찾아 간다고 하자 차포수와 또 한사람이 따라 나섰다.

영린 일행은 산을 넘고 파랑을 지나서 서너 명의 의병을 만나서 물어보니 의암 선생이 매포나 상괴로 가셨을 거라고 했다.

한나절 만에 매포에 도착하였으나 선생을 행방을 수소문 하여 보니 상괴에 집결해 있는 것을 확인되어 상괴로 가서 의암선생을 만났다.

이곳은 안전한 곳이 못되니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의견에 따라 영춘으로 옮겼다.

영춘은 앞에 남한강을 두고 있고 뒤로는 소백산맥이 있어서 수세적인 입장에서는 최적 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관군이 밀어 닥치고 총격전이 있은 지 한나절이 못되어 다시 구인사 쪽 계곡으로 쫒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날 밤을 구인사에서 지세고 다음날 소백산을 넘어 비로사에 저녁 늦게 도착할 때에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풍기에는 희방사를 비롯하여 곳곳에 절이 있어서 10명 또는 20명 나뉘어 배치를 하였다.

관군이 오면 피신을 하고 습격을 하고 하다 보니 효과적이지 못하고 처음처럼 의병을 모으고자 하였으나 친일파가 숙청되고 급진적인 개화정책이 철회되고 백성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선무정책으로 쉽게 의병을 모으기가 어렵게 되자 이틀 만에 괴산 칠성에 도달하여 의병을 모으려 하였으니 모이지 않았다.

다시 음성으로 옮겨서 의병을 모으는 유세를 하고 있는데 급보가 왔다.

감곡에 용인과 이천에 증파된 왜병과 관군의 연합부대가 음성을 치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급보였다.

군사 서상렬이 말했다

“음성에서 적을 맞아 싸우면 필패 입니다.”

의암이 되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적들은 반드시 지름길인 생극에서 금왕 쪽으로 해서 올 것입니다.”

“어떻게 단언 하시오.”

“그들을 우리를 얕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숨에 잡으려고 무극으로 오는 길을 택할 것입니다. 우리는 생바위산 양쪽에 매복을 하고 있다가 무극을 지나서 생바위 산을 지나는 적들을 급습을 하면 되고 혹여 적들이 신니나 주덕 방향으로 해서 온다고 해도 우리는 퇴로가 열린 감곡으로 해서 남한강을 건너서 강천으로 가면 됩니다.”

서상렬의 예상은 적중했다.

적들은 부대를 둘로 나누워 무극방향으로 반이 들어오고 반은 신니 주덕 방향으로 해서 음성에 의병들을 포위를 해서 섬멸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생바위산과 건너편 산기슭에 넷으로 나누워 병력을 배치하고 후미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오자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다.

별안간 기습은 받은 적들은 대패를 해서 번번이 총 한번 쏘아 보지 못하고 음성방향으로 필사의 도주를 시작했다.

그들을 추적 하려고 하였으나 서상렬이 저지 했다.

저들이 음성 방향으로 도주를 하는 것을 보면 신니 주덕 방향으로 음성에 적들이 들어와 있을 겁니다.

적을 꿰뚫어 보는 서상렬 군사의 능력을 감탄을 했다.

의병들은 생극을 지나 감곡에 도착하였으나 감곡 역시 작은 병력이 주둔하면서 적을 맞아 싸우기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계획했던 대로 청미천을 따라 내려가서 남한강을 건너서 망재산을 넘어서 삿갓봉아래 가마골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날 밤 영린과 차 포수는 하루만 걸으면 갈수 있는 곳까지 왔으니 집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차 포수는 이제 돌아가시오.”

“서방님은 요.”

“나야 집으로 가봐 도 뾰족한 수가 없고 남아서 끝을 봐야 할 것 같소.”

차 포수도 생각해 보니 집으로 돌아가 봐야 자기도 젓가락 하나 꽂을만한 땅도 없는데, 하는 생각과 떠나올 때 근호로 부터 우리 영린을 잘 부탁하네 하면서 자내 식솔은 내가 책임지겠네 하던 말이 떠올라 망설이다가

“그럼 저도 안돌아 갈렵니다.”

이튿날 하루를 걸어서 대화 장터에서 나라를 바로 세우자고 일장연설을 했지만 따라 나서는 이가 별로였다.

다음날은 영월로 평창으로 정선으로 대관령을 넘어 강릉까지 가서 의병을 모으려 노력을 했으나 명분이 약하고 때가 농사철이어서 의암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을 끝까지 모시고 따라 다니는 의병은 이백 명이 조금 넘었다.

양구에서 소규모 전투에서 또 한 번 승리를 했으나 여전히 근거지를 마련하지 못하고, 회양, 평강, 소금강, 안변, 영흥을 지나는 동안 서상렬 마저 왜병에 총에 맛아 전사하고 말았다.

한편 단월에서는 두 집만 애를 태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대부분 돌아 왔지만, 영린과 차 포수만 돌아오지 않았고 소문은 제천에서 크게 패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는 소문에 연희는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지고 낮에는 병든 병아리처럼 졸다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더니 결국은 연희는 낙태를 하고야 말았다.

영린이 떠나며 만들어 놓으니 씨앗이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근호도 영린이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걱정했지만 내색을 하지 못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의암의 의병 부대는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 마침내 서북지방에 당도하여 양덕, 맹산, 덕천 등지에 주둔지를 바꿔가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지만 그 곳에서도 관찰사, 군수가 의병진을 압박하였다.

때문에 군사를 더 이상 주둔시킬 수가 없어 당초의 계획대로 재기항쟁을 도모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의암은 군사를 거느리고 북상을 계속하여 영변, 운산을 거쳐 8월 23일 압록강변인 초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산 전투에서 승리를 한 뒤 친일 개화파 관리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재격백관문(再檄百官文)]을 발표한 뒤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 회인현(懷仁縣)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의 지방관리는 의병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입국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여 무장해제를 요구하였다.

이에 선생은 눈물을 머금고 9월 28일 혼강(琿江)변에서 그때까지 천신만고를 겪으면서 이곳까지 따라온 219명의 의병을 해산시키고 말았다.

영린이 허무함을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의암 선생이 불렀다.

“단월 자내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선생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는가.”

“저는 그저 선생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여기서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게 돌아갈 때 내가 소개서를 하나 써 줄 테니 평산 산두재로 먼저 가 있게, 그리고 가면서 잘 설득해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남도록 하게 그리고 내 때가 되면 연락을 함세.”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금명간 돌아갈 사람들을 선별해서 알려 줌세.”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 의암은 73명을 영린에게 인계를 했다.

다음날 단둥에서 의주로 해서 들어오면서 개별로 이야기를 하면서 남아서 후일을 약속하자는 설득을 하면서 산두재까지 오는 동안에 12명의 이탈자가 생겨서 61명이 도착을 했다.

산두재에서 의암선생의 소개장을 주자 잘 오셨다며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무료한 나날이 시작 되자 하루에 서너 명씩 산두재를 떠났지만, 영린 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생사를 같이했던 차포수도 얼마 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서방님 이레가 넘게 고민하다가 드리는 말씀인데.”

하면서 머뭇머뭇 거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말씀해 보세요.”

“집에 좀 다녀왔으면 하는데요.”

가면 올지 말지지만 다녀온다고 하는데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아버님께 죄송할 다름이었는데

“그럼 다녀오시도록 하세요.”

하고 장문의 서신을 적어서 차 포수에게 주어서 보냈다.

아버님 전상서

아버님 어머님 기체후 일양 만강 하옵나이까?

형님 내외분도 그리고 조카들도 몸성히 잘 있겠지요.

불초 소생을 아버님 어머님 염려지 덕분에 이곳 보현사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찾아뵙고 싶은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사오나 의암선생께서 의병을 넘겨주시며 간곡히 부탁을 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형편이오라 이렇게 필설로 대신하옵니다.

드릴 말씀은 태산도 부족하오나, 다시 뵈올 날까지 만수무강 하옵소서

구월산 산두재에서 불효자 영린 올림

단월에 연희는 차포수가 돌아오고 서신을 접하고 나서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애태우며 뜬눈으로 새우다 시피하며 문래를 돌리던 연희도 오랜만에 단잠을 잘 수 가 있었다.

한편 차포수가 떠난 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영린은 어느 날 북수사라는 절에 가보게 되었는데 절에 있는 책을 접하면서 그제 까지 읽고 공부한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십이 되도록 공부를 했지만 입신을 한 것도 아니고 고향에 돌아가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몇 달 가까이 고민을 하다가 주지를 만나 머리를 깎고 제자가 되겠다는 뜻을 이야기 했다.

주지가 만류를 했지만 영린은 결심을 하고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상께서는 경운궁으로 환궁을 했다.

단월에서는 설을 지나고 근호는 차포수를 불렀다.

“자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나 하려고 하네.”

“예 말씀 하십시오.”

“자내 어렵지만 우리 치수 데리고 평산 산두재에 다녀왔으면 해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차포수가 의병으로 나가 있는 동안 근호가 양식을 대어 주고 돌아와서도 계속되고 있어서 마치 주종 관계와 같아서 산에서 사냥을 해서 토끼나 노루를 잡아오면 제일 먼저 요리를 해서 근호에게 갖다 주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아들 명호 또한 차포수가 없는 동안에도 올무나 덧을 놓아 사냥을 하면 그래 왔으니 한 식구 같이 지냈고, 처 또한 딱히 할 일이 없는지라 매일 근호의 집에 들러서 집안일을 도왔으니 딱히 거절을 할 형편이 못 되었다.

그리고 몇 칠 후 얼마간의 노자와 괴나리봇짐을 해가지고 차포수와 치수는 산두재로 떠났다.

산두재에서 도착하여 보니 영린은 없었고 북수사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수사로 찾아간 치수는 머리를 깎고 장삼을 입은 영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린은 치수의 절을 받으면서 짧은 순간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 강령하시냐.”

“예.”

“큰아버지 큰어머니께서도.”

“예.”

“어머니 잘 모시고 있었지.”

“예.”

그렇게 안부를 묻는 동안에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영린이 입을 열었다.

“애비가 머리를 자르고 장삼을 입어서 놀랐겠구나.”

치수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내 생각한 바가 있어서 머리를 깎았다, 신체발부수지부모라 했지만 내가 불효를 했구나, 네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말씀을 잘 들려라.”

잠시 숨을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

“애비가 승병이 되어서 나라를 구하려 한다고 말씀 올리고 어머니를 잘 모셔라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면 아마 충격이 클 것이다.”

치수는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가 어머니 연희를 잘 모시라고 한 말에 뜨거운 눈물이 확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어머니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란 말인가.

“이제 부터는 이 아비는 없는 것으로 생각을 해라.”

그렇게 부자 상봉이 있고 하룻밤을 지세고 다음날 의암이 상감의 초유문을 받고 귀국길에 산두재에 들린다는 이야기를 접한 영린은 다음날 치수와 차포수를 대동하고 산두재로 향했다

영린은 의암에게 인사를 올리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와 승병으로 종군을 하겠다는 결심을 이야기 했다.

의암은 손을 잡으며 참 잘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치수를 불렀다.

“의암 선생님이시다 인사 올려라.”

“선생님 제 아들입니다.”

치수의 절을 받고난 의암이 치수에게 물었다.

“올해 몇 살인고.”

“경진 생 오월 생 이옵고 올해 설을 쇠서 열여덟입니다.”

“그래 형제는.”

영린이 답을 했다.

“저놈 하나입니다.”

“그래요 아직 머리를 올리지 못한걸 보니 총각인가 본데.”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 단월 선생 아들 이름이나 하나 지어 주어야겠소.”

“그렇지 않아도 지금 부르고 있는 이름이 아명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가만히 있자 좋은 이름이 생각났소. 광국이 어떻소. 빛 光에 나라 國,나라를 빛내라는 뜻이오.”

“감사 하옵니다.”

“그리고 내일 같이 주상을 뵈러 갑시다.”

“예 선생님.”

다음날 영린은 의암을 수행하고 길을 나섰다.

상께서 경운궁으로 환궁하고서 정국을 쇄신하고자 정파를 초월해 갑오경장 이후 정책에 반대를 했던 사람 중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의암에게 초유문을 보내어 입궐토록 한 것이었다.

영린은 의암을 따라 경운궁으로 입궐을 했다.

영린이 의자에 앉아있던 상께 절을 올리고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자 의암을 향해 물었다.

“경과 함께 온 스님은 뉘시오.”

“예 전하 병신년 거의 때 함께 한 김영린이라고 하옵니다.”

상께서는 고개를 끄떡였고 의암의 말이 이어 졌다/

“본관은 안동이옵고, 지난 정해 년에 효자 정문을 받은 진태라는 분의 작은 손자 입니다.”

“아 생각이 나오, 80년 전 무인년 순조 때도 정문을 받고 10년 전 그 아드님이 정문을 받아서 양 대에 정문을 배출했다고 조정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던 그 집안의 둘째 손이란 말이지요.”

“그러 하옵니다. 전하.”

그리고 의암은 주자학적 정책론을 피력하였다.

상께서는 고개를 가끔씩 끄떡이며 듣고 있었다.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옆에 영린은 옆에 시립해 있어야 했다.

그리고 퇴궐을 해서 여관으로 돌아 와보니, 차포수와 치수는 한양구경을 한다고 나가 있다가 한 참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은 돌아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대궐에서 내일 오시에 두 사람이 다시 입궐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차포수와 치수도 하루를 더 묵어서 가라고 했다.

대궐에 입궐을 하니 상께서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내 경을 다시 보고자 한 것은 경이 내 곁에서 나를 도와주었으면 해서 다시 불렀소.”

하면서 모종의 벼슬을 내릴 것이라는 암시를 했다.

“그리고 단월은 짐이 승병장이라는 임명장을 주려고 하오.”

하면서 옆의 승지에게 명하자 어제 준비한 승병 임명장과 말 다섯 마리가 새겨진 마패를 가져왔다.

영린은 감읍하여 임명장과 마패를 받았다.

임명장은 흰 비단에 진명주사를 갈아서 붉은 글씨로 승병장에 임명 한다고 쓰여 있었고, 지난 번 진태 할아버지 효자 정문을 받았을 때 본 수결도 있었다.

퇴궐을 한 의암은 잠시 더 있어 봐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며 차 포수에게 김 공이 의병장이 되었으니 옆에 보좌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설득을 했다.

그러면서 의암이 입시를 하게 되면 조만간 자그마한 자리라도 하나 마련해 줄 것 같은 암시를 했다.

차포수의 입장에서는 땅 한 뙈기 없는 단월에 돌아 가 봐야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영린을 수행하기로 맘을 먹었다.

다음날 치수는 혼자서 단월로 향했고, 영린과 차포수는 북수사로 향했다.

그리고 의암선생은 한양에 남아서 향배를 정하기로 마음을 먹은 듯 했다.

그러나 주상께서는 면암 의암 같은 분을 회유해 민심을 달래고. 국정을 쇄신하고자 해서 지금까지 의병을 반란군으로 보아 선무를 하고 해산과 섬멸을 하려던 것을 아관 파천을 끝으로 경운궁으로 돌아와 주적 왜놈들을 몰아내는데 관군과 의병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암에게 초유문을 보내어 함께 입궐을 한 영린에게 승병장이라는 임명장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주상의 주변에는 친러파 친미파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친일파가 있었고, 대세는 개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가 없게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5월경부터 전직관료, 유생 등을 주축으로 해서 칭제를 건의하는 상소가 쇄도했다.

국왕의 칭호를 황제로 높여 자주독립국가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게 그 논리였다.

“지금 태서각국에 황제·대군주·대백리(大伯理)의 칭호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는 차등이 없습니다.”

라고 강무형이 주장을 했고 권달섭은

“자주의 자(自)자와 독립의 독(獨)자의 뜻은 자의로 하는 것이지 남에게 물어서 의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주의 우리나라는 마땅히 제호(帝號)를 칭해야 합니다.”

하고 상소를 올렸다.
면암과·의암 등 위정척사파 유생들은 중화사상과 주자학적 명분론에 의거하여 칭제를 반대하였고 독립협회 인물들도 칭제 논의에 대해 냉담했다.

의암의 정치적인 판단력은 뒤 떨어져 있었다.

대세도 그렇고 상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윤치호는 열강이 국권을 침탈하는 상황에서 이름뿐인 칭제는 무의미하고 중요한 것은 국가의 실질적인 힘이라고 말했지만, 상께서는 을미사변으로 실추된 왕권을 회복하려 하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8월 정부는 연호를 ‘광무’로 확정·반포하고 황제즉위식을 거행할 환구단 축조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칭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의정 심순택, 궁내부 특진관 조병세 등이 백관을 거느리고 국왕에게 나아가 칭제논의를 따르라고 청했다.

고종은 10여 차례 사양했지만, 여론을 따른다며 칭제 건을 재가했다.

고종은 10월 12일 환구단에 나아가 하늘에 고하는 제사를 지내고 백관의 제례가 끝난 후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이어서 10월 13일 조칙을 내려 국호를 ‘대한’으로 선포하고 이 사실을 주한 각국 외교관에게 통고했다.

일본과 러시아, 프랑스는 축하 공문을 보내었고, 영국·독일·미국 등 서구열강도 대한제국을 승인했다.

[박집사]

결국 스님이 되셨군요 홀로 남은 연희는 어떻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