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반 잠을 깬다. 어제 저녁에 과음 후 노래방에서 밤늦게 놀다 왔어도 기상시간은 여뉘 때와 똑같다.
콘도에서 커피를 끓여 한잔 마시고 다섯시 뉴스를 듣고는 세수 후 반바지에 등산용 상의를 입고
오크 밸리 새벽 산책에 나선다.

어제 가본 조각공원을 지나

바닥에 화산암을 깔아 놓은 길을 따라

아마 저기 보이는 산쪽이 아닐까? 하며

마운틴 파크를 오른다.


여기는 멧돌로 계단을 꾸며 놓았다.

나도 산삼이나 분양받을까?
늙어가는 나이에 몸 보신이나 되겠지.

아직도 어두운 '월송계곡'보다 밝은 '다운능선'으로 간다.

초입의 연못은 맑은 물이 흘러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흐리다.

못가에는 수선이 피어있고

별로 다듬지 않은 길이다.

새소리가 들린다.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도.
가만히 들어보면 여러 종류의 새들이다.
85년도 호주 멜본에 있었을 때 새벽 새들이 잠을 깨우고 가면
곧 이어 아침새들이 울고, 또 밤에 우는 새들도 있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

자작나무가 심어진 길

이 껍질에 연서를 쓰기도


팔각정까지 왔다.
누가 이런 곳에까지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갔나?

왼쪽에 오르는 길이 있고 양수펌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오르니까

저수 탱크이다.
철문은 자물쇠도 채우지 않고 열려있고 그 흔한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보안에 무심.
이 리조트에 수원지 독극물투입, 단전, 통신차단, 진입로 차단, 요즈음은 전산 방해도 있지만
테러나 고립시키는 여러 방법 중 수원보호가 최우선인데도.

작은 다람쥐 두어마리가 새벽부터 먹이 찾느라 바쁘다.

길에 나와있던 고라니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숲속으로 달아난다.


옅은 구름 속에 해가 떠 오른다.


엉겅퀴 들

까마귀 한쌍이 '휙' 하고 우아한 날개짓으로 길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골프장 코스 유지하는 경비의 아주 조금만 들여도 훌륭한 산책로가 조성될 터인데 변변한 안내 표지하나 없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왔는지, 가야할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방법이 하나도 없다.
한시간 이상을 걸어왔으니 돌아갈 때라 바로 돌아간다.
구태어 끝까지 가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이 산책로에도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 텔링을 도입하면 좋을 터.
예를 들면 개나리를 심어 개나리고개,
진달래를 심어 진달래 능선,
코스모스 씨를 뿌려 코스모스 피는 길,
메밀을 심어 메밀꽃 피는 길,
자작나무 있는 곳은 자작로 등등으로.
군데군데 긴 의자 정도 만들어 두는 것은 크게 돈도 들지 않을 것이다.

들리던 새소리 조용한 걸보면 아침 식사 시간인가?
생각을 그치기도 전에 산비들기가 '구구구'.

벌레 한마리가 길을 가로 지른다.

길에 고여있는 웅덩이에는 개구리가 고개를 내밀고

전번에 내린 비로 도로는 파여있고

7시반에 식사 시작이라 시간을 맞추어 헉헉대며 되돌아 간다.


두 시간여의 산책동안 사람 하나, 차 하나 보질 못하고
겨우 아까 본 고라니 한마리와 다람쥐들이 내가 본 전부이다.

아침을 먹으러 푸드 코트로 가며 그 건물 앞의 조용한 풍경.

엘리베이터를 타고 콘도로 들어가기 전의 골프장 광경.
이만하면 제법 운동은 되었다.
첫댓글 내가 금년 1월에 묵었던 방 경치와 갈은 것으로 보아서, 같은 방이거나, 근처의 방으로 생각됩니다.
유교수가 산책한 곳을 나도 집사람과 산책해 보았는데, 과거에는 거리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느 순간에 없어지고, 관리하지 않나 봅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땅이 더 다져졌고, 그렇게 나쁘지 않았었
습니다. 그 코스가 아기자기한 맛은 없습니다. 오히려, 퍼블릭 골프장 뒷길이 있는데, 예전에 내가 말타고
산책하던 곳인데, 거기가 경치도 좋고, 아기자기 합니다. 거기는 정식 산책로가 아니라서 그림의 떡입니다.
그럴려면 말을 한마리 사야 겠군요.
이렇게 뚱뚱한 사람을 태우고 다니려면 말이 고생께나 하겠어요.
말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는 방법을 배우고, 말에 대해서 연구해야 하는데, 나는 말에서 안 떨어지려고
말 눈치를 보는 것에 지쳐서 6년 타고 관두기로 했습니다. 말 타는 동안 일곱번이나 낙마해 보았으니...
몸이 무거운 사람들은 아주 큰 말 타면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450 내지 500 킬로 나가는 말들이니까
일반 말들도 가능 할껍니다. 말들이 헥헥 대고, 신경질 부릴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번 사하라에서 낙타 타는데도 무지하게 힘이 들었는데 승마는 포기를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듯.
가끔은 말타고 외승하던 생각이 나지만, 역시 내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제일 안전하고, 돈 안들고
오래하는 운동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