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날 찾은 불모산
팔월 셋째 일요일은 음력으로 칠월 보름 ‘백중’이었다. 추석을 한 달 앞둔 백중날이면 농가에서 여러 나물 반찬과 부침개를 먹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젊은 날 교직 입문 첫 부임지였던 밀양에서 ‘백중놀이’ 연희패 그 시절 인간문화재로 불리던 북춤 기능 전수자와 교류하기도 했다. 백중이면 사찰에서는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을 위무하는 우란분절 법회가 성대하게 열린다.
일요일 이른 아침 자연학교는 불모산 숲을 찾아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건너편 정류장에서 불모산동 종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창원대학과 도청 앞을 지난 버스는 시내를 관통해 공영버스 차고지 불모산동으로 갔다. 불모산 정상부와 안민고개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기미가 보였다. 불모산동 저수지 안쪽에서 계곡물이 모여드는 개울을 건너 텃밭 경작 구역을 지났다.
창원터널과 나란한 불모산터널 곁 숲에서 용제봉 들머리로부터 이어진 불모산 숲속 길로 올랐다. 무척 이른 시간이라 산행객이 없는 호젓한 숲길을 걸어 사방댐을 구축한 골짜기를 지났다. 장마 이후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아 계곡에는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 발을 담글 만한 웅덩이는 없었다. 계곡물은 말라도 소나무가 간간이 섞인 활엽수는 우거져 바깥보다 서늘하게 느껴졌다.
성주사로 가는 숲속 길에서 개척 산행으로 산비탈로 올라섰다. 영지버섯을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감에서다. 이전에 계곡을 탐방했던 적 있어 지형지물이 낯설지 않은 산자락이었다. 무성한 수풀에 뱀이 염려되나 천적인 멧돼지에 잡아 먹혀 개체수는 현저하게 줄어 눈에 띌 리 없다. 대신 멧돼지 출몰에 대비해 등산지팡이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었다.
부엽토가 삭은 숲 바닥을 누벼 삼림욕을 하면서 야트막한 산등선을 넘었다. 어제 아침나절은 용제봉 산기슭을 누벼 가까스로 대물 영지를 하나 찾아냈다. 날이 바뀐 이튿날은 용제봉 건너편 불모산에서 영지버섯을 찾느라고 숲을 누볐다. 영지버섯은 장마철까지 비를 맞은 참나무 고사목에 붙어 자라, 비가 그치면 성장도 멈추고 지금쯤은 벌레가 꾀거나 절로 사그라져 가는 즈음이다.
우거진 활엽수림을 누빈 성과는 헛되지 않아 어제처럼 영지버섯을 한 무더기 찾아냈다. 참나무 고사목 둥치에서 갓을 펼친 영지버섯이 층계를 이루어 몇 장 겹쳤는데 벌레가 꾀고 삭아가는 중이었다. 칼을 꺼내 자루 밑둥치를 잘라 봉지에 채웠다. 그 이후 산비탈을 내려서면서 영지버섯을 더 찾아봤으나 만나지 못하고 아까 벗어났던 숲속 길로 되돌아와 성주사 방향으로 나아갔다.
성주사 바깥 주차장에 이르기 전 다시 개척 산행으로 숲을 누볐다. 거기쯤에서는 영지버섯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기대감이 앞서서였다. 숲을 누비다 인기척이 들려 가만히 살피니 한 사내가 영지버섯을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숲속에서 드물게 동업자면서 경쟁자를 만났는데 인사를 나누려다 마음을 거두고 엇갈려 지나쳤다. 그 숲에서 자색으로 모양이 잘 생긴 영지버섯을 찾아냈다.
숲속 길로 나와 성주사 방향으로 나아가니 바깥 주차장에는 법회에 참석한 이들이 몰아온 차가 그득했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일주문을 지나 템플스테이 요사채에서 개울을 건넜다. 성주사 황토 숲길에는 휴일을 맞아 맨발 걷기를 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나는 신발을 벗지 않고 비탈진 등산로를 따라 숲속을 거닐다 내려와 구청 소속 황톳길 관리 담당자에 몇 가지 궁금증을 여쭤봤다.
그새 곰절 설법전에서는 불자들이 운집해 우란분절 법회가 진행 중이었다. 황톳길에서 절집으로 가 법회가 마무리되길 기다리다가 법당 뜰에서 초등 여자 동기를 만나 반가웠다. 불심이 깊은 친구는 오래전 성주사 불교 교리 강좌를 이수하고 무슨 직책을 맡은 적 있었다.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 틈에 줄을 서서 공양간에서 제공하는 나물 비빔밥과 약밥으로 한 끼 점심을 잘 때웠다. 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