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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홍석범 |
“세상에 대한, 어른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배 안에 있었어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꽃다운 나이 깊은 바닷속에서 삶을 마감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10대들에게 세월호 참사 1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내가 같은 입장이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란 질문에 나온 대답이다.
13일 도교육청에서 열린 도내 학생들의 세월호 관련 토론회는 그들이 얼마나 어른들의 세상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도교육청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기획한 이날 토론회에서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과 현재 학교 현장의 안전의식,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춘천 봉의고 3학년 김예진(19·여) 학생은 “세월호에 탄 상황을 가정하고 당시와 같이 구조절차가 진행됐다면 나도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며 “학생들은 어른들의 말을 듣기 마련인데 현재 안전구조는 어른들의 통제를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전다해(18·여)학생도 “언론에서 세월호 사고 학생들이 모두 구조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안도했지만 이후 오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다”며 “잘못된 언론 보도가 모든 이들에게 절망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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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1주기를 맞아 13일 도교육청 현관에 추모식장이 마련된 가운데 민병희 도교육감이 헌화 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이진우 |
세월호 참사 이후 친구들의 안전의식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대부분 “변할 수가 없다. 세월호가 계기가 됐지만 구체적으로 변화를 이끌만한 교육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여고 2학년 김다인(18·여) 학생은 “세월호 사고 후 친구들 사이에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며 “하지만 친구들끼리 서로 안전에 대한 논의하거나 고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춘천고 2학년 권혁규(18)학생도 “세월호를 경험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도 “여전히 교내에서 안전의식 없이 위험한 장난을 한다”고 말했다.
안전교육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다고 꼬집었다.
춘천고 2학년 김태현(18)학생은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안전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학생들 스스로 생각·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교육을 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춘천여고 2학년 승아영(18·여)학생도 “학교에서 대피훈련을 하면 학생들이 실제 상황처럼 하지 않는다”며 “긴장감 없는 형식적인 안전 훈련으로 실제 사고 발생때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오는 17일까지 본관 1층에 추모관을 운영한다. 첫날에는 민병희 교육감과 개발도상국 교육정보화 지원사업과 관련해 연수 차 도 교육청을 찾은 아프리카 케냐 교원단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14일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영민, 김동녀, 심현호, 전민주, 박덕순, 권미선 씨를 초청해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정책학습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이승훈 lshoo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