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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11
“제임스. 당신 추리대로 라면, 이 사건에 어떤 음모가 숨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네. 그
다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지?”
웨인이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이건 농담이네만, 해적들이 보물을 숨겨 놓고는 그 표시로 언덕의 나무에 해골을 못으로 박아두고 그 정수리에 거울 조각을 붙여서 아침 해가 뜰 때 반사되는 곳에 있음을 표시한 것이있네. 이것도 그런 유의 암시 같은 것이 아닐까? 내 친구중 한 명이 CISA(캐나다 정보국)에 근무하는데, 그 친구는 가끔 그렇게 사건들을 해석하더군. 웃기는 발상이지만, 웃기지는 않더군. 일리가 있는 발상이야. 그는 그렇게 늘 일을 찾아 만들고는 하지”
웨인의 말을 듣고 난 릭이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나도 릭을 보고 웨인을 보았다. 우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나는 조경순의 옆집에 살고 있는 엘리자벳에게서 일기장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3 년간의 일기를 쓴 책입니다. 그 속에 듀발리에가 죽기 전 아들 사르지에 홀스 즉 홀스 스탁톤에게 전해 준 단어가 YEKEJ 라고 쓴 이것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가장 중요한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니 우리만 알고 있는 걸로 합시다.”
웨인 스튜어트를 아직 잘 모르고 있었지만, 릭이 믿고 있다면 내가 믿어도 되겠다 생각하였다.
두 사람은 놀라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릭의 휴대폰이 울렸다. 긴장을 깬 것이다.
7.
“수사본부로 가야 하네. 조경순을 살해한 자 들을 본 목격자가 나타났고 용의자를 체포하였네.
자네도 함께 갈 건가. 제임스?”
이제 확실히 릭이 나를 이 사건 해결의 협력자로 생각한 것이다. 웨인의 소식을 기다리겠다는 인사를 뒤로하고 우리는 서로 각자의 차에 올라탔다.
레이크쇼와 메인 그리고 메이플 스트릿이 만나는 삼거리의 옥빌 종합병원 뒤 2 층 회색건물이 옥빌경찰서였다. 나는 이 건물을 잘 안다. 이 건물은 정문과 주차장으로 나갈 수 있는 뒷문 밖에는 문이없다. 버링턴에 있는 ‘메이플 맆’ 몰에도 매장이 있어 그곳에 가서 일을 마치고 바다가 그리울 때는 남쪽으로 내려와 이 건물 뒤편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온타리오 호숫가로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쎄비 말리부는 경찰차와 같은 자궁에서 나왔다. 그때도 내 차는 말리부였다. 형제 차에 누가
불법주차 딱지를 붙이겠는가.
우리는 건물 뒤쪽 알미늄샤시로 문틀이 만들어진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긴 복도가 나 있었다. 아마 그 끝에는 비교적 넓은 홀이있으리라. 말소리가 울려 들렸으며 밝은 형광등 아래 지나다니는 경찰들이 보였다. 릭이 희미한 불빛으로 어두운 복도를 따라 난 2 번째 문을 밀고들어갔다. 그는 손짓하며 나를 들어오라 하였다. 나는 문을 들어서기 전 옆 방을 보았다. 복도로 난 유리창으로 책상이 보였고 옥빌시를 상징하는 기가 깃대에 매어져있었다. 컴퓨터와 음향시설이 그다음 책상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컴퓨터 앞에는 여성 경찰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고, 40 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 앞 귀퉁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목격자일 것이다. 그 동네는 거의 백인 거주지역이었다. 그렇다면, 가정부나 개인 간호사나 아니면 파트타임 홈 캐어일 것이다. 안쪽 벽에는 한 사람이 책상을 앞에 둔 채 의자에 앉아있었고, 릭이 그의 앞 의자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들어가려는 방은 취조 및 심문실이었다. 닫혀진 문을 밀고 들어가니 20 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앉아서 고개만 돌려 나를 보았다. 그는 수염도 잘 깎았고 머리도 깨끗하게 잘 다듬었다. 회색 양복 윗도리에 청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바지는 블랙 진이었다. 구두는 앞이 투박하였다. 분명 안쪽에 강철판을 덧댄 안전화였다. 굽이 5 센티 정도로 높았다. 두 손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였고 백화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150 불짜리 에스콰이어 시계를 차고 있었다. 시곗줄은 알루미늄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양복정장 윗도리와 블랙 진 바지. 그리고 굽이 높은 구두와 백화점 어디에서도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에스콰이어브랜드 시계 등, 그러한 신체 구성 악세사리로는 언제 어떤 위험과 일이 주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사시 즉각 대처하고 즉응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 면으로 막혀진 벽은 흰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한면은 거울로 되어 있었다. 과거의 경찰 취조실은 다 이런 모습이었다. 천장 구석에는 마이크 장치가 되어 있고 카메라가 작동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켜고 수 있는 녹음 마이크가 올려져 있었다. 이렇게 공개되어 있으면 유리한 면도 있겠지만, 고급 정보를 얻기에는 어렵다. 이 방에서는 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딜은 상거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의 종국에는 딜로 날카로움과 뻑뻑함, 음산한 비밀들을 풀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장소에서는 특히 PBD (프리바게이닝딜Plea Bargaining Deal 양형거래-관계되는 고급정보를 얻는 대신 감형을 댓가하는 범죄자와의 사건거래를 의미)는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출입문 좌측 옆에 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문하고 취조는 당연히 릭의 몫이었다. 릭은 노련했다. 그는 시가를 입에 물고 나에게 권했던 그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켰다. 그리고 천천히 시가에 불을 붙이며 눈은 앞에 앉아 있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라이터를 책상 위에 놓고 입을열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리고 간단했다.
“너가 할 수 있는 말을 다 해봐. 내가 묻기 전에…”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와서 당신 앞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은 기본이다. 시작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야 말로 앞에 앉아 있는 취조관이나 수사관을 가장 화나게 하는 말이다. ‘이 바보야. 엿 먹어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건 형사에게 너가 한 말이야. 이새끼야! 다시 반복하지 마라. 지성적인 내 생각이 야수로 변할 수가 있다.”
릭은 고개를 들었다. 어서 말하라는 의미이다.
“나 스스로는 할 말이 없소. 물어도 할 말이 없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정말 시간 낭비이다. 물증을 갖다 보여주지 않으면 끝내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취조한 형사도 같은 난감함을 겪었을 것이다. 물증을 찾아내지 않고는 살인 혐의조차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벽에걸린 시계가 오후 4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경순이 살해된 후 5 시간이 지났다. 그들은 옥빌의 팀하튼 커피점에서 검거되었다고 했다. 나는 그의 뒤로 소리없이 다가가서 좌측 흉골을 빠르게 압공(壓攻)하였다. 릭이 놀라서 일어나려다 말았다. 그의 동작보다 내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 공격 술수는 밖에서 유리 거울을 통해 보고 있던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다만, 비디오를 고속으로 돌려야 겨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좌측 어깨가 빠지는 듯한 고통을 내부에서 느낄것이다. 내가 그의 좌측 어깨뼈를 향하여 격요지압(擊要指壓)의 술수를 썼기 때문이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고통으로 비오듯 땀을 흘리며 피눈물이 그득한 신음을 짙게 내밷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다시 풀어주지 않는 한 2시간은 고생할 것이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의 두 구두를 벗겨 내었다. 그리고 릭에게 구두 앞창의 접합부분을 보여주었다. 릭은 어리둥절하여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였다.
“자. 이곳에 조경순의 혈흔이 묻어있습니다. 조경순의 복부를 힘껏 찰 때 그녀의 살갗이 터지며
흘린 피가 묻어 있습니다. 두 번 이상 가격했을 겁니다. 이것이 증거입니다. 확실한 물증입니다.”
나는 청색셔츠 앞 책상 위에 구두를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통속에서도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았다. 그는 고통을 못 참겠다는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DNA검사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다시 그의 뒤로 가서 좌측 흉골을 다시 한번 가격하였다. 격료타지(激療打指)의 술수로 그의 고통을 해소시켜 주었다.
“아아악! 당신들 죄 없는 나를 죽이고있다!”
그는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참았던 비명을 질렀다. 릭이 지체하지 않고 구두를 그의 앞으로 밀며 물었다.
“이것이 너가 신었던 구두 맞아!”
그는 놀라며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맞다는 의미이다.
“그럼 이 구두 끝에 묻은 피가 너가 차서 죽인 여자의 피가 묻었던 것도 알고있었어?”
“아니요. 그건 몰랐습니다.”
엉겁결에 그가 대답했다. 그도 릭도 놀랐다. 이제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끝난 거다. 녹화와 녹음이 되었을 것이고 그 다음은 취조형사가 어떻게 무엇을 알아 낼 것이지는 뻔하다. 그들의 전문이 살아움직일 것이다. 그때 문이 열리고 아크샤가 들어왔다.
“릭 경감님! 이 자가 조경순 살해용의자입니까?”
그는 릭을 밀어낼 듯 가까이 다가서며 물었다. 나는 놀랐다. 아크샤 수사관이 어떻게 알고 달려왔을까? 그가 우리보다 먼저 오지 않았다는 것은 먼 거리에 있었다는 의미인데… 급하게 달려왔다? 릭과 나는 취조실을 빠져나와 돌아서 거울 뒤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유리 벽 너머로 용의자 앞에 아크샤 수사관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는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를 보고는 일어서서 말없이 그를 쳐다본 후 취조실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취조실 문은 다시 딸각하며 잠겼고 용의자는 망연자실한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임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요? 그리고 이 구두는 어떻게 된 거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오?”
그는 사무실 안에 펄셔(페르시아)계 여성 경찰과 목격자인 중년 여인만 있다는 것을 알자 나에게 물었다. 그때 그 여성 경찰이 커피를 가져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통상적으로 스스로 커피를 기계에서 뽑아 마실 수 있게 해 두었는데 릭이 있었지만 내 것까지 가져다 준다는 것은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감사합니다. 제임스입니다.”
“알고 있어요. 저는 케롤라인이에요. 케롤이라 불러도 돼요. 모두가 그렇게 부르니까”
그녀가 상냥하게 웃으며 릭 경감에게 건네고 나에게도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주었다. 아마도 릭
경감은 내 덕에 손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릭 경감을 보았다. 그는 황송해하는 것 같았다.
“용의자~”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케롤라인이 대답했다.
“그는 알폰소. 알폰소 라미에르입니다. 에콰도르 출신 이민자이지요.”
케롤 경찰이 웃으며 내가 말하기 쉽게 거들어 주었다.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알폰소에게 가한 일격은 일시 몸속의 혈관에 충격을 주어 피의 흐름을 어렵게 하여 고통을 줍니다. 그 다음 일격은 충격받은 혈관의 흐름을 원상회복하게 하였지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알폰소의 구두입니다. 그는 물적 증거가 없이는 죽어도 입을 열지 않을 것임을 알고 고통에 대해 체험을 하게 해 주었지요. 구두는 오전 11 시 직전 조경순을 살해 후 지금까지 그들은 모른 채 생각 없이 신고 다녔을 피묻은 구두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알려주는 것이었지요.”
“토마스 형사도 조사했지만 피묻은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릭은 놀라며 심문조사서를 들고 보았다.
“당연히 없는 게 맞습니다. 있을 수가 없지요. 그러나 그는 충격을 받고 고통을 느꼈기에 자기의 구두에 피해자의 혈액이 묻은 걸로 깨달았습니다. 그가 몰랐다고 하는 증언이 있었잖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심정적 증거들에 불과하고 담당자께서는 그의 자백을 토대로 하여 더욱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다였다. 더 이상 오버 액션을 해서는 안 되었다.
이제 이들은 목격자와 알폰소의 자백을 가지고 그의 또 다른 공범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문제는 그들을 사주한 자들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과 조경순의 살해 동기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운치 않은 것은 그들이 조경순을 살해한 동기이다. 저렇게 잔인하게 살해한 것은 극도의 화가 치밀어 올라 자기 행위의 통제를 하지 못했을 때나, 조경순만이 알고있는 어떠한 비밀을 캐기 위하여 과다한 고문 행태의 폭력을 행하였을 때일 것이다. 그래서 역시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나는 사무실 안을 다시 둘러보았다. 아직까지 사무실 안에는 목격자와 케롤 경찰과 릭 경감 외에는 없었다. 취조실 문 앞에는 경찰 두 명이 있겠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