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생태교육 참여
처서를 사흘 앞둔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각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랐다. 아파트단지 이웃 동 밀양댁 안 씨 할머니가 가꾼 꽃밭에는 ‘옥잠화’가 절정이었다. “그늘진 자리 지켜 봉오리 맺은 모습 / 단번에 떠오르길 비녀를 닮은지라 / 옥돌을 쪼아서 만든 장신구로 보여라 // 부끄럼 많아선지 수줍음 타서인지 / 어둔 밤 꽃잎 펼칠 점지된 운명이라 / 진하게 향기 퍼트려 매개충을 부른다”
아침마다 지기들에게 사진과 같이 보내는 시조는 ‘맷돌호박 배경’을 준비해 놓았더랬는데,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팔룡동 창원역으로 나가면서 순서를 바꾸었다.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 찍어둔 옥잠화를 글감 삼아 즉흥으로 시조를 한 수 남겨 날렸다. 옥잠화는 음지식물로 한여름 밤에 진한 향기를 뿜는 꽃이다. 아침이면 꽃봉오리는 잎을 오므리는데, 그 모습이 분명 옥비녀와 같았다.
창원역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를 지났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대산 일반 산업단지에서 승객은 거의 내려 남았던 한 아주머니와 가술 거리를 지난 북모산에서 내렸다. 그 아주머니는 풋고추를 따는 비닐하우스 일을 가는 듯했는데 여름은 한시적으로 일감이 적은 철이다. 현지 머무는 베트남 여성 인력이 풋고추 수확에 먼저 동원되어 수요가 적은 때다.
나는 수산대교 들머리로 나가 모산리 들녘을 걷는 산책을 나섰다. 마을에서 가까울수록 비닐하우스단지가 많았는데 여름에도 특용작물이 자랐다. 가을 이후 겨울까지 수확이 기대되는 풋고추는 싱그럽게 자랐다. 그보다 먼저 추석 이전 수확해 차례상에도 올리게끔 가꾸는 머스크멜론은 넝쿨을 직립형으로 지주에 묶어 둥근 열매가 달려 여물어 갔다. 넝쿨을 공중 부양시킨 재배였다.
넓은 들녘에는 벼들이 자랐는데 이삭이 패는 즈음이었다. 모산리 일대는 예전에는 겨울 농사로 비닐하우스에서 수박을 많이 길러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홍수 출하가 되다시피 했다. 이때면 수박 축제를 열기도 했는데 요즘은 경작이 급감해 열리지 않는다. 수박 농사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순을 치거나 수분시켜주는 일들이 대부분 앉아서 하는 일이라 농부들의 무릎이 골병든다고 했다.
벼농사 뒷그루 대체 작물은 당근 농사가 대규모로 이루어져 농민들의 주 소득원이다. 지금 한창 이삭이 패는 벼를 거두면 곧장 땅을 갈고 철골을 꽂아 비닐하우스를 세워 당근 씨앗을 파종했다. 대산 들녘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 토양이고 가물 때면 강변 여과수로 물을 주기가 쉬웠다. 생육기는 수박처럼 일손이 많이 가질 않고 모내기를 앞둔 수확기는 수집업자가 인력을 데려왔다.
비닐하우스단지와 벼농사 들녘을 지나 죽동천 천변을 따라 걸었다. 이른 봄 노란 꽃을 피웠던 산수유나무는 작은 열매가 달려 고물이 채워지고 있었다. 길섶에는 한 사내가 옥수수 자루를 꺾어 껍질을 벗겼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시내 살면서 가끔 가술 본가 들러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내 초등 친구도 그곳 회사 다니다 공직으로 진출했던 규모가 꽤 큰 공장에 30년 넘게 근무했단다.
가술로 가서 주말을 보낸 안전지킴이 동료를 만나 부여된 임무를 마쳤다. 아직은 개학하지 않아 초등 교정은 인적이 끊겼고 무슨 공사가 있는지 운동장에는 장비들이 보였다. 자투리 시간은 마을 도서관을 찾아 서가에서 뽑아둔 책을 펼쳐 읽다가 점심때를 맞았다. 사서가 오후에도 내가 도서관에 머물 것으로 짐작하고 늦은 오후 열리는 생태교육 참여 의사를 물어와 흔쾌히 동의했다.
점심 식후 도서관 열람실로 되돌아와 젊은 작가가 쓴 소설과 산문집을 읽는 중이었는데 시청으로부터 의뢰된 환경교육 전문가가 나타났다. 평생학습센터 센터장으로부터 연락 닿았을 주부 넷과 함께 ‘탄소 중립’ 환경교육 강의를 들었다. 지역 대학에서 환경과 생태기후를 연구하는 젊은이로부터 지구 온난화 심각성을 일깨우는 사진과 통계 수치를 책에서보다 더 실감 나게 접했다. 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