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lz9d8Z_3F4?si=lKh5u5kMl2bCz9jc
[가을의 향기]
봄에는 온갖 기화요초와 화사한 꽃들로 인해, 산이든 들이든 봄의 향기가 진동한다. 그 향기들이 여름을 지나 물이 좀 빠지면 풀 내음이 잠시 진해지지만, 가을이 깊어 열매가 떨어지고 나뭇잎마저 떨어지면서 서서히 말라가면 향기가 거의 나지 않는다.
가을에도 꽃은 피지만 가을꽃은 향기가 그리 강하지도 않고, 산과 들의 풀들은 아침저녁 내리는 서리에 몸을 사리고, 나무는 겨울을 대비하느라 온몸을 더 강한 껍질로 단단히 동여매기에 목질의 향기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가을 되면 산과 들에 화사한 향기는 사라지고 간혹 바람에 날리는 향기도 무슨 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그것은 마치 볶은 둥굴레 향처럼 깊고 은은하지만, 먹어봐야 알 수 있는 망개떡 향기처럼 쉽게 그 향기를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간혹 가을에 산과 들을 가면 향기보다는 청량감이 먼저 느껴지고 진한 야생화나 풀냄새가 없어 간혹 풀 속에 숨은 더덕이 철모르고 향기를 풍기다 들킬 정도로 가을 들녘의 향기는 은은하다.
우리 인생에도 가을이 오면 화려한 향기보다는 청량감이 먼저 느껴져야 할 것이다. 뒤늦게 화사한 향수를 뿌려 봄꽃 흉내를 낸다고 봄의 향기가 되지 않고 오히려 뒤섞여 혼미한 악취가 나기 십상이다. 올가을에는 계절을 아는 사람들과 청량감이 돌면서도 따듯한 그런 향기를 나누고 싶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
첫댓글 좋은글 감사하며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