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체포돼 1년 가까이 재판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미국 국적 언론인의 구금 기간이 또다시 연장됐다. 2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 등 서방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 없이 구금되어 있는 자사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와 관련해 러시아 법원이 재판 전 구금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날 게르시코비치의 변호사는 최근 러시아 법원의 재판 전 구금 연장 결정에 대한 항소가 기각돼 그가 최소 3월30일까지 구금되게 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 특파원인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 러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취재 활동을 하던 도중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러시아 주요 보안 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러시아의 국가 기밀을 취득하려 했고, 이 과정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한 상황이다.
러시아 당국은 그를 체포한 뒤 1년 가까이 지나도록 간첩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지 않은 채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구금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8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재판 전 구금 기간이 연장됐지만, 앞으로도 언제 재판이 시작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당국은 스파이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자국의 법률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며 “러시아는 수사관과 검사가 재판 전 구금 연장을 요청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고, 간첩 혐의 재판은 주로 비밀리에 진행되어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우려했다.